[삼강만평(三江漫評)-51] 중국의 성씨 문화
[삼강만평(三江漫評)-51] 중국의 성씨 문화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08.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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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한국인의 성씨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 <삼국사기> ‘신라 6부’의 이李·최崔·손孫·정鄭·배裵·설薛 등을 곱으며 2천년의 역사로 볼 것이다. 그러나 이순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신라 최초의 성씨는 김씨이며 서기 565년이 한국 성씨의 시작이다.

가장 오래된 중국인의 성씨는 무엇이고 그 역사는 얼마나 긴가? 소전少典은 아들 둘을 두었는데 그중 황제는 희수姬水 일대에, 염제炎帝는 강수姜水 일대에 거주했으므로 성씨를 각각 희 씨, 강 씨라 했다. 이것이 기원전 2,550년, 약 4,500여 년 전이다.

물론 후세에 제 낸 전설임이 뻔하다. 3,000여 년 전 주나라 왕족이 희씨이고 재상이 강씨인데 어쩌면 4,500년 전 최초로 등장한 성씨가 바로 희씨와 강씨란 말인가? 그러나 주나라 왕족 및 대신의 성씨는 확실하므로 이것만으로도 중국의 성씨 역사는 3천여 년이 된다.

중국 성씨 문화의 역사가 유구함은 세계 다른 민족들과 대비해보면 알 수 있다. 터키는 1934년 후부터 성씨를 쓰기 시작했고 18세기 전까지만 해도 유태인은 성씨가 없었다. 많은 구미 나라들은 중세기 중기부터 성씨가 있었다. 또한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 또는 민족은 지금도 성씨를 모른다. 일본 서민은 메이지 3년(1870)부터 성씨를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성씨 문화는 긴 편이며 동북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랭킹 2위이다.

원래 ‘성’과 ‘씨’는 개념이 같지 않았다. 성은 같은 여성 조상의 모계혈연 공동체의 표징이고 씨는 같은 남자 조상의 부계혈연 공동체의 표징이다. 후세에는 성과 씨의 개념이 합류돼 지금 의미의 성씨로 됐으며 성씨의 종류는 점점 확장되었다.

성씨 종류의 확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라 이름을 성씨로 쓴 로魯·채蔡·오吳·위魏·한韓, 봉채를 성씨로 한 양楊·굴屈·풍馮·종鐘·범范·마馬, 지명·방위사를 성씨로 한 동곽東郭·서문西門·관關·구邱·지池·도涂, 조상의 명·자·시호 등을 성씨로 한 웅熊·목穆·장庄, 관직·작위·재주 등을 성씨로 한 전錢·사史·수帥·리李·사마司馬·도陶 등이다. 이 외에 소수 민족이 한족에 동화되며 원元나라의 ‘納速拉丁’ 성씨가 ‘납納·속速·납拉·정丁’ 등으로 변했으며 명·청에 귀화한 한국인의 성씨도 많은데 지금 고증해낼 수 있는 흔적은 ‘박’씨뿐이다.

중국 고금의 성씨를 종합하면 모두 2만2천여 가지이다. 여기에는 몽고족, 만족, 티베트족, 이족 등 소수민족의 성씨가 4천여 개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역사상의 많은 성씨가 후세에 없어졌으며 가장 많이 없어진 것이 한족과 소수민족의 복성이다. 이를테면 한족의 남궁南宮이 남 씨와 궁 씨로 분할됐다. 여진족의 도단徒单 씨는 두杜 씨로 변했다. 이것이 동북과 북경에 두 씨가 많은 원인이다.

지금 중국 한족의 성씨는 도합 3천600가지나 된다. 그중 인구수 랭킹 10위는 리李·왕王·장張·류劉·진陳·양楊·조趙·황黃·주周·오吳이다. 필자 전화번호 책에는 한족 반, 조선족(한국인 포함) 반인데 인수가 가장 많은 것은 리李 씨이다. 중국에도 많고 한국에도 많은 한 가지 성씨를 말해보라 하면 ‘李’씨가 정답일 것이다. ‘李’씨는 당唐나라 왕족의 성씨였고 또한 한국 조선 왕족의 성씨이기도 하다.

지금 중국에는 비교적 흔한 100가지 성씨가 인구의 87%를 차지하며 중국인구 1%이상을 차지하는 성씨는 모두 19가지이다. 상기 랭킹 10위 외에 서徐·손孙·호胡·주朱·고高·림林·하何·곽郭 및 마马이다. 중국 각 성씨의 분포는 균형하지 않다. 북방에는 왕씨가 가장 많아 인구의 9.9%를 차지하며 그 다음이 리·장·류이다. 남방은 진씨가 가장 많아 인구의 10.6%를 차지하며 그 다음이 리·황·림·장이다. 중간 지대인 장강유역은 리씨가 가장 많아 인구의 7%를 차지하며 그 다음이 왕·장·진·류이다.

또한 성별로 이외로 많은 성씨가 있다. 이를테면 광동의 량梁·라罗,광서의 량梁·륙陆,복건의 정郑,대만의 채蔡,안휘의 왕汪,강소의 서徐·주朱,절강의 모毛·심沈,강서의 호胡·료廖,호북의 호胡,호남의 담谭,사천의 하何·등邓,귀주의 오吴,운남의 양杨,하남의 정程,감숙의 고高,녕하의 만万,섬서의 설薛,청해의 포鲍,신강의 마马,산동의 공孔,산서의 동董·곽郭,내몽고의 반潘,동북삼성의 우于가 그것이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성씨는 이미 문화일 뿐만 아니라 인류 집합체유전학의 한 개 분야인 성씨집합체유전학과도 관계된다. 지역별 인간의 유전자가 다르며 같은 지역 및 같은 성씨 의 유전자에 많은 유사성을 띈다. 반대로 유전자에 대한 분석을 모 인간 집합체의 기원 및 유동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지금 성씨문화와 유전학을 서로 결합하여 깊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성씨 구별은 중국보다 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앞으로 한국이 이 면에서 중국보다 더 앞선 연구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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