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린 내일도 달린다. 민족화해를 위해!
[기고] 우린 내일도 달린다. 민족화해를 위해!
  • 김종헌 동북아평화연대 사무국장
  • 승인 2014.09.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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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헌 동북아평화연대 사무국장.

드넓은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백두산, 평양, 서울, 부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경주와 청송, 안동, 동해에 이르기까지. 험난했던 1만 5,000km의 여정이다. 이 일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스크바나 중앙아시아, 연해주에서 출발한 사람도 있었다. 서울부터 함께한 추진위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서울-부산 국민 참여 랠리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있었다.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고려인이주150주년기념 유라시아 자동차대장정’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길게는 49일, 짧게는 휴전선 이남의 9일간의 일정이었다. 필자는 그 9일의 일정에 고려인이주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상임대표 이인제, 이해찬, 정태익 등, 이하 ‘추진위’) 사무국장으로 참여했다. 우리의 임무는 대한민국 내에서 이들의 일정을 꾸리고 안내하는 일, 게다가 체재비용까지, 한마디로 온갖 일을 다 맡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동북아평화연대(이하 ‘동평’)는 10년 전 고려인이주140주년 행사를 기념하고, 연해주 중심지에 140주년기념관(현 고려인문화센터)을 지어서 기증하는 일을 진행했다. 그런 인연으로 이번 추진위에서 동평이 자연스레 사무국을 맡게 됐다.

이 랠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작년 초. 조바실리(전 러시아 고려인연합회 회장)로부터 150주년기념사업회가 조직돼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며,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한반도를 종단하는 랠리를 기획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실 동평을 비롯해 많은 단체들이 한반도 종단 및 러시아횡단을 기획했지만 번번이 북에 막혀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 제안의 성공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여겼다.

그러던 와중, 5월경 북으로부터 승인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추진위 관계자들은 모여서 축배를 들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남과 북의 해묵은 실랑이도 시작됐다. 남·북·러 주체들이 각기 다른 이유를 내세우며 6월말까지 지루하게 공방을 이어갔고, 언론에서도 북의 문제로 남북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승인이 나자 이번에는 북이 문제. 북이 정치적으로 랠리를 이용하려 한다는 남측기사를 빌미로 이들을 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가 7월초, 이 일을 준비하는 추진위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원래 기획한 8월15일 통과 계획은 무산됐고, 다음날 8월16일 3시경에 통과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러시아 측 추진위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랠리팀을 맞아야하는 시간이 한 달여 남은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정말 정신없이 준비를 해야 했고, 모기업의 후원이 결정되는 행사 일주일 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8월16일,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수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순간, 고려인 랠리팀이 등장했다. 김에르네스(랠리팀 단장)가 “우리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로 북에서 남으로 38선을 넘었습니다”, “150년 전에 이주했던 고려인이 남긴 역사입니다”라며 호기롭게 외쳤다. 러시아에서 출발할 때는 7월7일, 남북 간에 통과가 불확실했을 때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후에 물어보니 이 문제가 반드시 풀릴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들은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꿈꿔 왔던 일을 성사시킨 선구자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수많은 공식일정을 소화했고, 동해에서의 마지막 일정까지 뜻하지 않은 별의별 에피소드가 벌어졌다. 랠리를 150주년 사업으로 승인한 것은 조바실리, 랠리를 직접 조직한 사람은 김에르네스, 여기에 북이 사업을 승인하도록 역할을 한 러시아 범민련의 김펠릭스, 세 명은 모두 이 랠리의 주역이었다.

그들은 유독 북에서의 환대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북에서 본 것들에 대해 가슴 아프다고 했다. 또, 북의 자연이 참 아름다웠다고 했다. “북쪽에서는 통일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금 잘 살고 있으니 통일이 절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한 고려인 랠리 참가자의 말은 듣는 이를 심히 부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랠리팀의 불문율 중에 이런 말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대접을 받든 무슨 일이 있든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

수많은 사람과 국가, 기관과 조직이 얽혀서 만들어낸 장대한 서사시는 막을 내렸다. 광복70주년과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랠리를 다시 하자는 약속을 주고받았다. 가슴은 다시 뛰고 있다. 정말 이 랠리의 성공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한 번의 요행이 아닌 두 번째, 세 번째도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종국에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길이 되도록 하는 일!

그러한 그림이 눈앞에 아른거리니 가슴이 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내년에는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주책없는 마음이 요동친다. 이 일을 치루는 동안 한국에서 고생한 수많은 추진위원분들과 자원봉사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종헌 동북아평화연대 사무국장·고려인이주150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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