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샌디에고 영화축제 속으로
[Essay Garden] 샌디에고 영화축제 속으로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4.09.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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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부부는 6편의 한국영화를 만나는 신기록을 세웠다. 첫 행사인 지난해엔 무료로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방법을 몰라 가지 못했다. 올해는 인터넷(www.sdkoff.org)으로 무료 표를 구할 수가 있었으니, 열정만 있으면 남가주 인근 도시에 사는 영화 애호가들도 올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종합예술인 영화를 통해 한국의 창의적인 문화예술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땀과 함께 진정한 고국의 발전을 느꼈다. 한국의 기생방을 통해 조선 시대의 유명한 관상쟁이를 그린 작품은 세계로 진출해도 성공할 멋진 상품 같았다.

남파된 스파이를 다룬 동창생과 젊은 팬들을 위한 액션영화도 흥미롭지만 작가들이 쓴 대본들이 가슴에 다가왔다. 뜨개질을 좋아하며 내성적인 여학생 천지의 자살 비밀을 풀어가는 ‘우아한 거짓말’은 영어 제목의 번역이 조금 어색한 것을 제외하면 좋은 교육적인 영화였다. 게다가 영화 감상 후, 평론가 전찬일 씨와 함께 한국에서 먼 길 날아온 이한 감독(영화 완득이) 까지 청중과 함께 질문하며 대화할 수 있어서 아주 기뻤다. 처음으로 샌디에고를 찾아 와 아름다운 바다를 거닐었다는 감독은 우리를 만나는 반가움으로 얼굴도 상기되어 있었다.

영화 ‘관상’에서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되거나, 철없는 여인들의 음모를 다룬 부끄러운 조선의 역사영화 ‘역린’을 볼 때는 한국인으로 수치스러운 역사에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세계의 어느 나라나 그런 정치적인 암투가 있었기에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대학 시절 독재정치 사회를 경험했던 나는 영화 변호사도 큰 화면으로 감명 깊게 보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서민과 국민을 생각하는 올바른 정치인을 우리는 간절히 계속 요구할 것이다. 다만 명예욕으로 나라와 사람을 죽이는 정치적 싸움만은 그만했으면 한다. 토요일 저녁엔 유명한 배우 안성기, 박중훈 씨가 참석하여 ‘홍찬(밝은 미래재단 이사장의 부친) 영화상’을 첫 번째로 수상했다.

주말동안 밤 11시까지 마지막 영화를 보면서 종일 가슴에 다가온 영화 속의 잔잔한 메시지들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난 행복했다. 우리가 만날 수없는 여러 제작자와 수고하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노라니 한국의 미래가 밝게 느껴졌다. 밝은 미래재단을 비롯하여 한국문화원과 관광공사,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한미은행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기업체들이 큰 돈을 후원해주어 오랜만에 샌디에고 동포들은 한국영화로 흐뭇한 주말을 보냈다.

주황색 셔츠를 입고 입구에서부터 안내를 하던 20여 분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 마케팅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부를 꿈꾸는 팔순의 정창화 감독이 샌디에고에 살고 있어 빛이 난다. 내년에도 세 번째 영화제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그는 다음 달 고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별이 총총 떠있는 밤하늘 아래 한국영화제가 열렸던 울트라 스타 극장. 오래전 이 상가건물의 땅 주인이었던 해저드 아저씨의 조각상을 다시 또 바라보았다. 세상엔 이런 훌륭한 분들이 있어 아직도 살아갈 수 있다고.

이국땅에서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과 몸을 위해 쉬어가는 충전은 더욱 중요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신문을 읽지 않는 동포들이 많아 아직도 이런 좋은 행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무렵 다른 극장에서는 한국영화 ‘명량’을 상영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다음 주에도 극장으로 가야만 했다.

끝 무렵이어서 관람객은 거의 없었지만, 상영초기에는 관객이 많이 왔다고 한다. 한국영화가 미국으로 계속 들어올 수가 있도록 동포인 우리가 먼저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알려야겠다는 자부심과 의무감을 느꼈다. 내년에는 빈자리가 없도록 내 미국인 친구들도 많이 몰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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