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에 한국어 공부하게 됐죠”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에 한국어 공부하게 됐죠”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4.12.31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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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희대 한국어 박사과정, 카이모리 토키코·미키 다카시

“한국과 일본, 극단으로 가지는 말자… 혐한시위 반대하는 일본인들도 많아”

▲ 카이모리 토키코 씨.

자리를 잡자마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일본에서 일본인들만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고 못박았다.

와세다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한국어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카이모리 토키코 씨는 일본 역사교육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일본 학교에서 진행되는 역사교육과정에서 한일관계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을뿐더러 교과서에 나오는 근현대사 내용도 피상적이라는 설명이다. 토키코 씨는 “그러다보니 일본 젊은이들이 근현대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토키코 씨와 함께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일본 외무성 공무원(외교관) 출신으로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한 적도 있는 미키 다카시 씨는 “일부집단으로부터 시작된 극단적인 생각과 표현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이것이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게 혐한현상의 문제인 것 같다”며, “극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으로 비춰지는 것도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한일 양국의 각종 매체들이 관련 사실을 자극적으로 보도하거나 크게 부풀리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 미키 다카시 씨.

재일동포(자이니치)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가 고향인 다카시 씨는 “총련계나 민단계 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도 자이니치 학생들을 접한 적은 종종 있었다”며, “자신이 자이니치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고, 자이니치라고 당당히 내세우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동북지방의 센다이가 고향인 토키코 씨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창시절 일본TV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접하고 나서부터라고 한다. 서태지의 팬이 돼버린 그는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홈스테이를 했고, 한국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의욕은 더욱 높아졌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토키코 씨는 국제문화 전공자답게 한일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사람 간의 ‘거리감’으로 설명했다. 살짝 부딪혀도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이라고 말하는 일본인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무뚝뚝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일본인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높다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사람 간의 친밀감은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깊다는 것. ‘정(情)’이 많은 한국인들이 더 친밀한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기에 웬만한 실수는 그냥 넘어가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높은 일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예전부터 아시아의 언어에 흥미가 많았고, 특히 한국에서 교환학생과 외무성 해외연수를 하면서 앞으로 한국어를 하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됐다는 다카시 씨는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일본인으로서 영어와 한국어에 유창하다는 장점을 살려 해외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외국인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가 유난히 냉랭했던 지난 한 해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얘기하는 와중에 다카시 씨는 “이유야 어찌됐든 한일 양국이 극단적으로 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며, “무엇보다 청소년,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교류는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키코 씨는 “헤이트스피치를 자행하는 일본인들도 있지만 이를 반대하며 다양성 속의 공존을 추구하는 일본 시민단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6년 넘게 한국 생활을 해온 이들이 말하는 애로사항은 의의로 소박했다. 토키코 씨는 한국 치과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고, 다카시 씨는 욕조가 없는 원룸에 살다보니 욕조에 물을 받아서 하는 목욕(오후로/お風呂)을 할 수 없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본인으로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 한국어를 전파하고자 하는 카이모리 토키코, 미키 다카시 씨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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