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어디 손찌검할 데가 있다고...
[전대열時論] 어디 손찌검할 데가 있다고...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01.20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솟아오르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각오를 다지게 된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생각했던 모든 일이 잘 되었나, 하고자 했던 일들이 모두 잘 풀렸나 반성도 하고 굳은 다짐도 한다.

그것은 희망이다. 꿈이다. 다 잘될 것 같은 풍성한 마음으로 행복한 내일을 그리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 같이 똑같은 꿈을 가지는 것도 신년벽두다.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고 제야의 종소리에 환호하던 국민의 웃음이 아직도 입가에 맴 돌고 있지만 요즘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뉴스는 온통 어둡기만 하다.

지난 연말에 우리 국회는 모처럼 날짜를 어기지 않고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당연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국민의 칭찬을 들은 것은 그동안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정치를 해왔던 정치인들에게 그 탓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정상을 되찾은 것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단호한 결심이 여야에 큰 압박이 된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공무원 연금개혁 등 현안을 끝내지 못하고 미뤄진 것은 아직도 붙들고 늘어져야 뭔가 얻어낼 수 있다는 과거를 되풀이하는 듯해서 씁쓸하다.

국회가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픈 곳은 빨리 메워줘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된다는 법안이 제기되었을 때 이를 반대한 몇몇 국회의원들 때문에 지금까지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는 때마침 인천에서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의 폭행사건이 빈발하는 통에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CCTV설치 의무화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런데 입만 열면 인권을 외치던 여성의원들이 오히려 앞장서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 국회 속기록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경력과 행적으로 봐서는 그럴 리가 없을 성싶은데 전연 딴판이었던 것이 의외다.

속기록 발언요지를 보면 어린이집 보육현장을 감시하는 것은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교육의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국회의원의 행동을 낱낱이 감시하는 폐쇄회로 장치를 해놓으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엉뚱한 발상까지 보였다. 이런 반대 때문에 이 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가 검토할 것은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이기도 하지만 아직 제대로 발육조차 안 된 문자 그대로의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집’이라는데 있다. 유치원에도 갈 나이가 아닌 어린이들이 밥벌이 나간 엄마를 대신하여 보육교사의 손에 맡겨지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맞벌이 부부가 마음 놓고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보육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 엄마에게도 일정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것이 무상보육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것도 출산장려와 함께 어린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교육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들은 100% 여성들이다. 여성들의 섬세함과 모성애를 가지고 비록 남의 집 어린이지만 내 자식처럼 예쁘게 보살펴 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기 때문에 그들에게 내 새끼들을 맡기는 것 아니겠는가.

또 대부분의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그런 심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보육비 몇 푼에 눈이 어두워 본분을 잊고 딴 짓을 하는 분들은 없다. 많은 어린이집이 20명 이내만 수용할 수 있는 개인집에서 운영되는 것도 오직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범위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람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어서 내내 잘하다가도 자칫 실수할 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도 문제다. 이번에 드러난 어린이 폭행은 CCTV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다.

충격적인 장면이 TV에 비칠 때마다 나는 눈을 감아버린다. 너무나 믿기지 않는 폭행이기 때문이다.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린 것 어디에 손찌검할 데가 있다고 있는 힘껏 후려친단 말인가. 경찰에서는 사건이 드러나자 전국에 있는 어린이집 CCTV를 모두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설치된 곳은 제법 규모가 큰 곳뿐이다. 5만 어린이집의 21%다. 다른 곳에서도 충격적인 폭행 장면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에 나가야 하는 엄마 아빠의 심정은 소리 없는 통곡 밖에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다.

사랑하는 내 새끼를 방치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래도 맡길 곳이 어린이집뿐이라는 사실 앞에 한없이 작아진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린이를 보호하고 보육시키는 일을 오직 어린이집에만 맡겨서 되겠느냐고. 이는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야만 풀 수 있다고 본다.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까지 의무적으로 CCTV설치를 강제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교육청에서 그 많은 어린이집을 매일 방문하여 살피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자체가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 가능한 길이 있다. 그것은 동네마다 구성된 부녀회를 활용하는 길이다.

가까운 어린이집을 수시로 방문하여 어린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교사들과 담화를 나누기도 한다면 정서적으로 안정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여 만천하에 제의한다. 부녀회의 봉사기능이 동네와 사회를 밝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