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쟤 뉘 집 자식이냐?
{시론}쟤 뉘 집 자식이냐?
  • 김형남 논설위원
  • 승인 2010.12.1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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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서양은 개인을 중시했고, 동양은 집단을 중시했다. 서양은 집단을 개개인의 '집합체'으로 보았으며 동양은 집단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았다. 그래서 동양은 ‘도학(道學)’이 발달하였고, 서양은 ‘철학(哲學)’이 발달하게 되었다.

리처드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라는 책에서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존재론)'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 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관계론)'이었다고 말한다.

니스벳은 이런 차이점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각 문명이 시작할 당시의 자연환경에 있었다고 한다. 무역을 주로 했던 해양문화권인 서양과 농사가 주가 된 대륙문화권인 동양, 이 자연환경의 차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동양은 ‘전체’를 먼저 보고, 서양은 ‘부분’을 먼저 보았다. 인간(人間), 공간(空間), 시간(時間) 등 삼간에 대한 인식자체가 이러한 인식론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먼저 인간을 보자. 홍길동은 한국인의 보통 이름이다.

길동이라는 이름보다 홍이라는 성씨가 먼저 오게 된다. 또한 길동이라는 이름조차도 한 글자는 돌림자 항렬을 사용하게 되어 족속의 위계질서(세손)를 알려준다. 그 사람한테만 온전히 적용되는 것은 단 한글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길동이라는 개인의 정체성(식별성, 차별성)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홍씨 가문의 족속이라는 것이 우선시된다. 누군가 잘못하면 그 사람을 욕하기 보다는 “재 뉘집 자식이냐”라고 집안을 싸잡아 몰아붙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반면에 서양은 Michael Jackson 처럼 Michael이라는 개인의 이름이 Jackson이라는 성씨보다 앞에 온다.

이번에는 공간인식을 보자. 대한민국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123번지. 서울시나 종로구가 중요하지, 관철동 123번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반면에 서양은 75 West End Ave., APT R10D; New York, NY 10023 처럼 정반대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2010년 12월 25일로 표시하며 연월일시 순으로 인식한다. 서양은 25/Nov/2010 또는 25/12/2010 처럼 일월년 순으로 반대로 표시한다. 이와같이 시간, 공간, 인간에 대한 인식 모두 개인보다는 조직,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중시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명함을 살펴봐도 보통은 가나다 기업, 부장, 홍길동 식으로 되어 있다. 홍길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나다 기업의 부장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개인과 조직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20세기가 조직의 시대라면 21세기는 개인의 시대가 된 것이다.

평생직장, 평생고용의 신화가 무너졌다. 조직 중심의 사회가 무너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확산으로 인하여 혈연, 학연, 지연과 같은 연줄의 결속력도 크게 약해졌다. 조직의 울타리는 겉보기에는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세계는 분명 개인 존중, 개인 우선이라는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르면 말고 합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사회는 철저하게 개인성을 무시하는 사회였다. 인간에 대한 관점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점 모두에서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였다.

사회, 조직을 기준으로 해서 형성되는 나의 정체성이 붕괴되는 시대이다. 사회에 의해 규정된 나의 정체성에서 탈출이 필요한 시대이다. 브랜드미(Brand Me)를 정립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브랜드미(Brand Me)의 본질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Me는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밝히는 미학이다. 내가 가족, 조직, 사회, 주변사람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는가 하는 점이 바로 나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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