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스님의 자선냄비
{특별기고}스님의 자선냄비
  • 논설위원실
  • 승인 2010.12.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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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세계무도아카데미 총재/제5대 청도관총관장)

 
독특한 군복(?)과 군대식 편제로 눈길을 끄는 구세군(Salvation•救世軍)은 1865년 7월2일 영국 런던에 있던 한 감리교(監理敎)의 유명한 부흥집회 목사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와 그의 부인 캐서린 부스(Catherine Booth)에 의해 창설되었다.

'그리스도교 전도회(Christian Mission)'라는 명칭으로 서민층을 상대로 동부지역 빈민가 등을 찾아가 노방(路蒡)전도를 한 데서 시작된 이후, 그리스도 신앙의 전통을 따르는 교리로써 선도와 교육, 가난구제, 기타 자선 및 사회사업을 통해 전인적 구원을 이루는 것을 추구하던 이 단체는 1878년 구세군으로 개칭하면서 개신교의 한 교단으로 독립하였다.

글자 그대로 실업자와 빈민을 도와 '세상(世)을 구제(救)하겠다는 군대(軍)'며 박애, 자선 단체다. '비누로 몸을 닦아주고(Soap) 뜨거운 국물로 배를 채워주며(Soup) 구호하는(Salvation)' '3S 운동'은 그들의 구호 강령이고 자선 냄비(Charity pot)는 그들의 구세 도구다.

자선 냄비가 처음 설치된 것은 1891년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 해 성탄절 이브인 12월24일 밤 난파당한 한 척의 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러키 해안에 정박했고,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있던 승객은 인근 구세군회관에 수용됐다.

그 때 구세군의 한 여사관이 국냄비를 거리에 내다 걸고 “저들을 위해 이 냄비를 팔팔 끓게 하자”고 호소함으로써 최초의 자선 냄비는 데워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892년엔 미국 서부 해안지방의 30개 구세군 영문(營門)이 성탄절을 앞두고 거리에 자선 냄비를 내걸었고, 1897년엔 미국 전역에서 15만명의 불우이웃이 성탄절 만찬을 대접받았다.

초기 자선 냄비의 그런 음식 대접은 오늘날 전세계에 널리 퍼져 각종 구호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고, 자선 냄비 설치 100주년인 지난 1991년 미국의 구세군은 당시 퍼스트 레이디 바바라 부시여사를 모금위원장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908년 영국에서 파견된 로버트 호가트(Robert Hoggard) 정령(正領)이 이끄는 10여 명의 사관이 선교사업을 시작한 이래, 자선 냄비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부터 끓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해 처음으로 '스님들의 자선냄비'가 의정부 거리에 등장해 이채롭다 여겼는데, 올 세밑에는 인파로 넘치는 거리마다 곳곳에서 스님의 자선냄비를 흔히 보게 된다. 목탁 대신 구세군의 딸랑 종과 마이크를 든 것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들이야말로 '가난한 난타(難陀)가 바친 정성어린 하나의 등이 국왕의 값진 등보다도 공덕이 크다'는 이른바 '빈자일등(貧者一燈)' 정신의 갸륵한 실현자들이고 종교를 초월해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는 기독교 신약성서의 말씀까지 앞장서 실천하고 있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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