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67] 중국 대학의 입시와 학생모집
[삼강만평(三江漫評)-67] 중국 대학의 입시와 학생모집
  • 정인갑<중국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5.05.1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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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번 행해지는 중국의 대입시험이 곧 다가온다. 금년은 6월 7~9일에 진행하며 각 성마다 시험문제를 제각기 내므로 시험 시간과 과목안배가 조금씩 다르다. 중국의 대입시험과 대학생모집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를 정도로 특이하다.

중국인구가 14억에 접근하며 평균 수명이 70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의 인구를 2천만으로 보면 대충 맞다. 그러나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또한 이러저러한 원인으로 빠지는 자가 있으므로 해마다 대입시험에 참가하는 자는 900여 만이다. 900여 만이 한 날 한 시에 시험을 치르는 나라가 세계에 또 있겠는가?

중국에서 한 청년이 출세하려면 대입시험을 치른 후 대학을 가는 길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학을 가지 않아도 전도가 있다, 자기하기 나름이다’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은 대학에 가는 길밖에 없다는 관념이 압도적 우세이다. 그러므로 대입시험을 병태적으로 중요시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대입시험의 상황을 보기로 하자.

어느 수험생의 집은 연못가에 있는데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수험생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독약을 뿌려 온 연못 안의 개구리를 몰살하였다. 자식의 대입시험 때문에 헤매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부모도 있다. 입시시험을 앞두고 부친 또는 모친이 사망하였는데 시험공부와 정서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고 시험을 다 치를 때까지 이 소식을 수험생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부모와 자식의 이별보다 대입을 중시하는 천륜에 어긋나는 사례라고 하겠다.

상하이(上海)의 한 수험생은 교통 상의 문제로 시험장에 2분 늦게 도착하였다. 규정상 5분 이상 늦어야 시험장에 들여놓지 않는데 감시관이 무리하게 못 들어가게 한 것이다. 이에 수험생의 모친은 젊은 감시관에게 꿇어 엎드려 빌기까지 했다. 인간의 존엄과 자존심이 여지없이 짓밟힌 사례이겠다.

부패한 중국이지만 대입시험과 대학생모집만은 깨끗하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지역차별이라는 엄청 큰 불평등이 있다.  정부가 해마다 각 성별로 대학생을 총 얼마 모집하라는 쿼터를 내려 보낸다. 대충 그 성의 인구, 경제 및 인력수요 상황과 비례된다. 인구가 같은 두 성이라고 하여도 한 성에게는 15,000명, 다른 한 성에게는 10,000명으로 결정되는 수가 있다. 특히 베이징(北京), 상하이 두 도시에는 엄청 많은 쿼터를 준다. 그러므로 어느 대학이나 보통 베이징, 상하이에서 온 학생이 공부를 가장 못하는 열등생이다.

상하이의 어느 건설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하나는 후베이(湖北)에서 온 농민공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징에서 온 공정사이다. 동갑인 이 둘은 우연히 같이 한담을 하다가 이런 일을 알게 되었다. 둘 다 1999년 대입시험의 참가자인데(그해 전국의 시험문제는 같았음) 후베이 청년은 523점을 맞아 말단 대학도 못 붙었고 베이징 청년은 423점을 맞았는데도 선양(瀋陽)공정대학에 붙었다.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운명이 천양지차로 갈라졌다.

학교별 쿼터도 큰 불평등을 초래한다.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푸단(復旦)대 세 명문대학은 각 성에서 대충 인구 100만 명당 학생 1.1명을 모집한다. 랴우닝(遼寧) 인구가 4,400만이면 50명 좌우, 지린(吉林) 인구가 2,800만이면 31명좌우를 모집한다.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안에서는 1,000명 이상 모집한다. 베이징대에 안후이(安徽)에서는 7821:1로 붙지만 베이징에서는 190:1로 붙는다. 이 세 학교를 지방에서는 ‘천재’도 붙지 못하지만 베이징, 상하이에서는 ‘바보’도 붙는다.

그러므로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는 중국의 대학이 아니라 베이징시, 상하이시의 대학이라는 질타를 받는다. 베이징, 상하이 시민만 우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중국 지방의 허다한 고위층간부들은 호적을 베이징, 상하이에 두고 있으므로, ‘바보’가 이 3대학에 붙을 수 있는 혜택을 베이징, 상하이 시민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중국 고위층간부들 대부분이 다 누린다.

지역 차별의 불평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진지 이미 20여 년이 넘었지만 해결을 보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십만 명이 넘는 중국 고위층관료의 대부분이 누리는 특권을 뒤집어엎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은 중국의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대과제와 함께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조선족은 조선어로 대입시험을 치르고, 또한 소수민족에게 보태주는 혜택 점수도 있으므로 대학에 많이 붙는 셈이다. 우선은 민족정책의 혜택을 누리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같은 학교에 붙었다 해도 한족에 비해 수준이 낮고 한어수준은 퍽 더 낮은 약점이 있다. 조선족 대학생들은 마땅히 이 점을 직시하고 다른 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며, 특히 한어 수준의 향상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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