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92] 씨름과 스모(相撲)
[아! 대한민국-92] 씨름과 스모(相撲)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8.1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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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씨름은 한자로 각저(角抵)라고 쓰는데 남성의 힘겨루기를 일컫는다. 이는 수렵시대에 동물들이 뿔을 맞대고 싸우는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도 전국시대 이래 이런 힘겨루기가 행해져 왔으며, 특히 요, 금(金), 원(元) 등 북방민족 사이에서는 무희(武戱)로서 숭상되어 왔다. 한반도에서는 양(陽)이 중복된 5월 5일 단오(端午)에 우주의 양기를 돋우기 위해 씨름을 하고, 여성들은 그네뛰기를 하는 것이 세시풍속으로 정착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씨름을 서로 상(相)자와 부딪칠 박(撲)자를 써서 상박이라 쓰고 이를 스모로 읽는다. 한국의 씨름과 일본의 스모는 그 원류는 같지만, 서로의 생활환경에 따른 각기의 민족성이 반영되어 변형, 발전되어 왔다.

씨름과 스모는 모두 상대방을 쓰러뜨리면 이기는 경기로 밀고 당기기 등의 다양한 기술이 구사될 수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스모는 규격화된 모래판 밖으로 밀어내기만 해도 승자가 될 수 있다. 선수가 모래판 밖으로 나가면 다시 중앙에서 시작하는 우리 씨름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 씨름 경기장의 크기는 지름 8미터이지만 스모는 그보다 훨씬 작은 지름 4.55미터의 모래판이라 스모에서는 일단 모래판 밖으로 밀려 나가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선수의 무거운 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급이 없는 스모경기에서 150kg정도의 몸무게는 차라리 가벼운 편이다.

이런 작은 모래판은 엄청난 덩치의 스모선수 두 사람이 힘을 겨루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이다. 따라서 많은 시합이 밀어내기로 몇 초 만에 싱겁게 끝나기도 한다.

또 스모는 단판으로 승부를 결정하는데 씨름은 3판 2승을 주로 하면서 결승전에 이르면 대개 5판 3승제로 한다. 이는 한 두 번의 패배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스모의 단판 승부는 결정된 승패에 깨끗이 승복하는 일본의 민족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모의 모래판에는 전통적으로 네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올리는데, 결국 스모에서 모래판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것을 상징한다.

서울대 김도연 교수에 의하면, 일본 문화에서 집이란 개념은 공동체 또는 집단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집 안에서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패배와 탈락이 된다는 것이다. 개인보다 집단이나 공동체를 우위에 두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스모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집단의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가 체질화된 것은 일본사회의 빛이지만, 개성의 박제화라는 것은 그림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지기, 후리기, 무릎치기 등 호쾌한 힘과 기술로 허공에 모래를 뿌리며 상대방을 눕히고 한껏 포효하는 우리 씨름은 ‘천하장사’라는 이름에 값 할 만큼 장한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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