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93] 백제금동향로
[아! 대한민국-93] 백제금동향로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8.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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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 곁 능사(陵寺)터에서 발견된 백제금동향로는 1971년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미술사와 고고학의 최대 성과였다. 그때가 마침 30여 년에 걸친 군사정치문화를 청산한 문민정부가 이제 막 출범한 무렵이어서, 금동향로 출현 자체가 민족진운의 길조를 예감케 하는 상서로운 사건으로서 관계자와 더불어 나 자신이 흥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향로의 높이는 64cm, 무게 11.8kg이나 되는 대작(大作)으로 향로에는 유·불·선(도)가 각기 특색을 드러내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예술적으로 승화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힘차게 고개를 쳐든 용이 입으로 연꽃 줄기를 문 형상의 받침대는 거대한 연꽃 모양의 향로 몸체를 받친다.
 
몸체 위로는 첩첩이 산을 묘사한 향로 덮개가 있는데 신선과 산신들, 갖가지 기이한 짐승과 신성한 나무, 이상한 모양의 바위와 폭포, 냇물이 산중에 한데 어우러져 도가(道家) 의 신선사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정점에는 모든 것을 내려다 보듯 보주(寶珠)를 딛고 선 봉황이 힘차게 날개짓하는 모습으로 창공에 우뚝 섰다. 양(陽)을 상징하는 봉황을 정상에 놓고 음(陰)을 상징하는 용을 하단에 배치한 것과, 향을 피울 때 연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을 5개씩 두 겹으로 뚫은 것은 음양오행설에 따른 것이다.

한편 봉황의 발밑 보주 아래로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이 중 세 개는 공제선(空際線-능선처럼 하늘과 지형이 맞닿아 이루는 선)을 따라 테두리를 그리고 직선 무늬를 채워 산을 표현했다. 그 밑으로도 산이 여럿 있는데 그 중 가장 위쪽의 다섯개 산(五峯)은 신성한 새가 한 마리씩 앉아있어 다른 산과 뚜렷이 구분된다.

여기에는 국가와 왕실을 보호하고자 하는 유교식 삼산오악(三山五嶽) 산천제의가 반영돼 있다. 오악 사이에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다섯 인물을 묘사한 것은 예악(禮樂)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유교적 정치이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항로는 세부 묘사가 아주 다양하고 아름답다. 뚜껑에는 신선세계를 나타내는 무수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불사조, 물고기, 학 등 동물이 26마리요, 말 타는 무인 등 인물상이 16명, 피리, 비파, 북 등을 연주하는 악사가 5명, 상상의 날짐승, 호랑이, 사슴 등 39마리가 나오는 도상이 100가지가 넘는다.

향로는 크기가 엄청난데다 기법이 너무도 완벽하여, 중국수입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2007년 왕흥사 사리함, 2009년 미륵사 서탑 출토 순금사리함 등이 발굴되면서 백제의 금속공예품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백제 금동 대향로의 형태는 삼신산에서 연기가 아련히 피어 오르는데, 다섯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봉황은 가슴에서 신비로운 향 줄기를 뿜어내는 형상이다(봉황 가슴에도 2개의 구멍이 있다). 백제인들은 도교적 상징성을 연꽃 봉오리라는 불교적 이미지와 절묘하게 결합하여 이런 명작을 낳은 것이다. 과연 백제 최고의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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