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볼로네세] 오까리나의 문화교류: 홍성과 볼로냐
[볼로냐, 볼로네세] 오까리나의 문화교류: 홍성과 볼로냐
  • 한도현(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 승인 2015.09.05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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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와게 찍어봐”라는 소리에 한국사람 같아서 쳐다보고 있는데 역시 한국말로 축제분위기를 돋구고 있다. 아니, 이렇게 작은 동네까지 여행 올 정도면 대단하다. 볼로냐에 여행 오는 한국인도 드문데 볼로냐에서 기차로 30분 떨어진 이곳까지 오다니 좀 신기했다. 이탈리아 문화에 심취한 마니아들인가 싶었다. 오까리나라는 세라믹 악기 축제가 열리는 부드리오(Budrio)는 아주 작은 타운이다.

볼로냐 중앙역에서 표를 사려고 하니 매표원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이다. 외국인이 부드리오로 가는 표를 달라고 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한 탓일 테다. 부드리오로 가는 로칼 기차표는 기차표 창구에서 팔지 않고 따바끼(Tabacchi, 담배, 신문, 버스표 등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판다.

내가 이 작은 타운의 오까리나 축제를 오게 된 것은 이곳 출신 도메니꼬 피시뗄리(Dominico Piscitelli) 박사 덕분이다. 그는 볼로냐대학 정치학과의 전산지원 담당이다. 미국의 대학과는 달리 볼로냐대학에서는 많은 업무를 학과 단위에서 처리하는 분권 시스템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일 때문에 만나도 일 이야기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곧 주변 이야기로 옮겨간다. 도메니꼬 피시뗄리 박사와 만남도 그랬다. 내가 한국에서 온 사회학자이며 협동조합과 주민민들의 사회참여나 마을축제 등을 연구한다고 했더니 자기 타운 자랑을 했다.

부드리오에 오까리나 축제가 있는데 일본사람도 많이 온다고 했다. 오까리나(ocarina)는 흙으로 만든 악기인데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낸다. 부드리오에서 발명되어 볼로냐, 밀라노 등지로 퍼져나갔다. 오까리나의 고향인 부드리오엔 오까리나 공장, 오까리나 박물관, 오까리나 세계 축제 등이 있다.


이탈리아의 주민참여와 지역축제를 보려면 볼로냐와 같은 유명도시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오까리나 축제에 갔다. 축제는 5월초에 열린다. 축제사이트는 한글 설명도 있다(http://www.ocarinafestival.it).

그런데 구글 자동번역을 사용했는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일요일이라 타운에는 큰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거리에는 음식가게도 많이 보였다. 부드리오는 리틀 볼로냐로 불릴 만큼 단아한 건물들, 뽀르띠꼬들이 깨끗하고 예뻤다.

타운 중심에 세워진 축제홍보물과 단상을 보고 나서 거리 산책에 나섰다. 거리에는 각국에서 온 오까리나 전문가들이 자기들이 만든 악기를 전시하고 그 옆에서는 그 나라의 오까리나 연주단이 흥겹게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박수로 환호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이탈리아, 스위스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20명 정도의 한국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테이블에는 한글로 된 설명 자료도 있고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도열한 사람들이 한국말을 주고 받았다. 아까 본 사람들이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오까리나 전문가들이다. 좀 젊어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반갑게 맞아주었다. 최봉석 기획팀장이 오셔서 홍성의 오까리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오까리나를 처음본다고 했더니 홍성에 오까리나 공장이 있고 전문 연주단이 있다고 했다. 홍성과 부드리오는 자매결연을 맺어 상호방문하고 있으며 홍성은 부드리오의 오까리나 축제에 매년 참가한다고 했다.

홍성에서 (주)노블오까리나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 이종근 대표님도 소개받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한국 연주단들이 아름다운 오까리나 음악을 연주했다. 나는 연주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길가던 사람들도 모여들어 큰 박수로 호응했다.

한국관광객이 드문 볼로냐, 그것도 볼로냐에서 30분이나 떨어진 작은 도시 부드리오에서 홍성 사람을 만난 것이 신기했다. 서울도 아닌 지방도시에서 오까리나 음악을 개척한 이 분들의 문화수준에 경의를 한다. 홍성의 오까리나 전문가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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