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95] 에밀레종
[아! 대한민국-95] 에밀레종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10.03 0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나이 든 사람이라면 에밀레종에 얽힌 슬픈 사연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에밀레종을 만들 때 불심(佛心)이 깊은 여인이 아기를 공양함으로써 종이 무사히 만들어질 수 있었고, 그리하여 종을 칠 때면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아기 목소리가 에미일레라, 에미일레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국립경주박물관이 종의 성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인체의 성분은 하나도 검출되지 않았지만, 이 종은 이러한 전설과 그윽한 종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신비롭게 자리 잡고 있다.

에밀레종의 공식명칭은 성덕대왕신종이며 국보 제29호로 통일신라시기인 771년에 제작되었다. 성덕대왕신종은 한국의 전통적인 종(鍾)의 전형이자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빼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이 종은 몸체 중앙에 비천상(飛天像)을 장식하여 더욱 빛나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 종은 처음에는 봉덕사에 설치했지만, 몇 차례의 이전을 거쳐 현재는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종소리를 부처의 소리, 진리의 소리에 비유한다. 사람들의 혼탁한 영혼을 깨우는 소리,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부처의 설법을 의미한다.

에밀레종의 몸체에는 1037자의 명문이 있는데 거기서도 “종소리란 진리의 원음(圓音)인 부처님의 목소리”라고 했다. 지옥의 중생도 사찰의 종소리를 들으면 모두 깨어나 극락으로 간다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깊고 그윽하며 여운이 오래가는 성덕대왕신종 종소리의 신비로움은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비밀의 핵심은 맥놀이 현상의 극대화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맥놀이는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맥놀이가 길게 이어질수록 종소리는 여운이 오래 남고 그윽해진다. 성덕대왕신종은 불국토를 구현하고자 하는 신라인들의 불심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성덕왕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신라의 평화와 번영, 신라인들의 안녕을 비는 마음도 담겨있다. 무릎을 꿇고 향로를 든 채 공양하고 있는 비천상이 바로 성덕왕의 명복을 빌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의 타종은 2004년에 중단되었다. 타종을 할 경우, 종에 충격을 주어 자칫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제작된 지 13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다보니 종은 점점 쇠퇴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오대산에 있는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725년 제작) 역시 오랜 타종으로 인해 균열이 생겨 타종을 중단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종은 쳐야 종이다. 종을 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전통 종과 서양종의 차이는, 우리 종은 몸통선이 부드럽게 내려오다 아랫부분이 약간 아래쪽으로 오므라든 모양에 나무막대(당목撞木)로 종의 바깥쪽을 쳐서 소리를 낸다.

청동으로 만들어 땅에서 그리 높지 않은 곳에 걸어놓아 종소리는 아래쪽으로 쫙 깔리면서 굵직하고 은은하다. 서양종은 컵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위쪽이 좁고 아래쪽이 벌어져 있어, 종속에 매달린 쇠구슬을 이용해 종의 안쪽을 두드려 종을 친다.

높은 곳에 매달이 놓기 때문에 종소리는 높고 가늘다. 서양의 종은 귀에 들리고 한국의 종은 가슴 깊은 곳에 울린다는 말이 있는데, 에밀레종이 내는 소리가 바로 그렇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