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105] 젓갈
[아! 대한민국 105] 젓갈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6.03.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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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젓갈이다. 해외에 나가거나 오래 조국을 떠나있던 사람이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음식이 바로 젓갈이다. 음식 가운데 가장 쉽고 기초적인 것이 날 것으로 먹는 것이라면, 그것보다 한걸음 발전된 것이 익혀먹는 음식이요, 그것보다 더 한걸음 발전한 것이 발효음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음식 가운데는 발효식품이 많다는 점에서 인류생활사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 먹었던 젓갈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황석어젓이다. 조기를 한자로 석수어(石首魚), 석어(石魚)로 적는데, 이 중 참조기는 누런빛을 많이 띤다고 해서 황석어(黃石魚)라고 한다. 흔히 황새기젓, 혹은 황세기젓이라고도 쓰지만 표준어는 황석어젓이다. 생선의 내장으로 담근 젓을 구제비젓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창난젓이다. 창난은 명태의 창자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명태로 만드는 젓갈 가운데는 이밖에도 알로 만드는 명란젓과 아가미로 만드는 ‘아감젓’이 있다.

최근 들어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짠맛을 되도록 피하라는 권고가 늘어 예전처럼 무조건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감칠맛과 독특한 풍미를 잊지 못한다. 대구 창자로 담근 대창젓, 숭어창자로 담근 또라젓, 조기의 내장만으로 담근 속젓, 굴로 담는 어리젓이라는 뜻의 어리굴젓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어리젓은 얼간으로 담갔다는 뜻으로, ‘얼간’은 소금을 약간 뿌려 간을 맞추는 방법이다. 서산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됨됨이가 변변치 못한 사람을 뜻하는 얼간이도 ‘얼간’에서 나왔다.

온갖 못된 짓을 거침없이 하는 잡놈을 일컫는 ‘오사리잡놈’이란 말도 젓갈(오사리젓)과 관련이 있다. 이른 철의 사리 때에 잡은 해산물을 오사리라고 하는데 이때 잡은 물고기 속에는 온갖 잡고기가 다 섞인다. 여기서 불량배처럼 행동거지를 함부로 하는 이들을 일러 오사리잡놈이라고 했다. 이때 잡은 새우로 담근 것이 오사리젓이고, 유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하는 육젓이다. 이처럼 젓갈 이름에는 한국인의 토속어가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토하(土蝦)’젓과 ‘토화(土花)젓’은 헷갈리기 쉽다. ‘생이’라는 민물새우로 담근 젓갈은 토하젓이고, 굴과의 바닷물조개인 미네굴로 담근 젓갈은 ‘토화젓’이다. 민물새우는 도랑이나 논에서 나는데, 흙에서 나는 새우라는 뜻으로 토하라고 한다. 토하젓은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어 밥을 비벼먹는데 많이 쓰인다. 젓갈은 그 하나하나로 훌륭한 반찬이 되기도 하지만 새우젓, 갈치액젓, 까나리액젓처럼 김장할 때 맛을 내거나 발효를 돕는 조미료로서도 젓갈은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통적인 기호식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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