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망신시킨 필리핀 연수 어린이 억류사태
<사설>>나라 망신시킨 필리핀 연수 어린이 억류사태
  • 논설위원실
  • 승인 2011.01.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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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우리나라의 초등학생 110여명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10여일 가까이 억류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해당 학생들이 필리핀 정부에서 발행하는 학업허가증(SSP)을 갖지 않아 이민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 내 연수에 필요한 학업허가증을 얻는 비용은 1인당 15만원이다. 그 비용을 가로채 학생들을 불법상태로 있게 한 학원 관계자들의 욕심이, 결국 대부분이 초등학생인 연수생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공포심과 굴욕감을 안겨준 것이다.

코 묻은 돈에 눈이 멀어 어린 아이들의 최소한의 신변보장조차 외면해버린 그 모리배들의 추잡스런 행태를 보면서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다행히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으로 필리핀 정부는 조만간 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주고 이달 안에 언제라도 귀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학생들이 바로 억류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필리핀 정부는 그러나 학원 운영자 이모씨 등 14명은 계속 조사한 뒤 추방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학원 관계자들이다. 그들은 해외에서 명백히 범법 행위를 한 데다 그 죄질 또한 매우 나쁘다. 나라 망신을 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리핀 당국에 의해 추방당해 귀국하면 국내법을 적용해 가능한 한 무겁게 죄를 다스려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고 보면 초•중학생 어학연수가 우리나라에 돌림병처럼 번진 지 이미 오래다. 더구나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 유치하는 저렴한 해외연수에 문제점이 많다는 사실 또한 여러 차례 지적됐다.

그런데도 이런 사건이 심심찮게 터지는 데는 일정부분 학부형의 책임도 없지 않다. 과연 내 자녀에게 어학연수가 꼭 필요한 건지, 아이도 원하는 지 명확히 한 뒤, 정말 제대로 믿고 맡길 만한 학원인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싼 게 비지떡’ 이라는 흔하게 쓰이는 말도 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짐짓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교육환경’이라는 사탕발림으로 부실한 어학연수를 부추기는 학원들의 모리배 짓거리에, 남의 애가 하니까 우리 애도 시킨다는 섣부른 경쟁의식이 결합돼 이번 사건과 같은 황당한 꼴을 당한 것이다.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과 허세, 돈벌이에 눈이 먼 몰지각한 장사치들로 인해 동심을 다치고 나라 망신까지 시키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어른들의 자성과 더불어 교육 당국의 세심한 관리 감독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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