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09] 세한도(歲寒圖)
[아! 대한민국-109] 세한도(歲寒圖)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6.05.2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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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세한도는 조선이 낳은 명필 추사 김정희(1786~1856)가 1844년, 제주도에서 5년째 유배생활을 하던 중에 그의 제자 우선 이상적(1804~1865)이 자신을 대하는 한결 같은 마음에 감격하여 그려 보낸 작품이다.

추사는 그림 왼편에 화발(畵拔)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칼칼한 해서 추사체로 작품을 그리게 된 연유를 적었다.

“… 지금 세상은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는 풍조가 휩쓸고 있다. 그런 풍조 속에서 서책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쓰고 힘들이면서도, … 그 책을 이 곳 보살펴 줄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하게 시들어 있는 사람에게 보냈구나! 태사공 사마천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득을 바라고 합친 자들은 그것이 다하면 교제 또한 성글어진다’고 하였다. 그대 또한 세상의 도도한 흐름 속에 사는 한 사람으로 세상 풍조의 바깥으로 초연히 몸을 빼내었구나. … 공자께서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겠구나’하셨다. 그대가 보여준 태도는 과연 성인으로부터도 일컬음을 받을만한 것이라 하겠다. …”

세한도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허름한 집 한 채와 나무 네 그루뿐이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추운 시절의 그림일세. 우선이! 이것을 보게. 완당”이라는 화제가 한문으로 적혀있을 뿐이다. 그러나 세한도에는 꿋꿋이 역경을 견뎌내는 선비의 올곧고 견고한 의지가 있다. 비록 집주인 완당 김정희는 보이지 않지만, 그 사람을 상징하는 허름한 집은 외양은 조촐하지만, 속내는 도도하다. 추사체의 산실이 바로 여기였다. 세한도에는 또한 영락한 옛 스승을 생각해주는 제자의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 집 앞에 우뚝 선 아름드리 늙은 소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윤곽만 겨우 남은 초라한 집을 지탱해 주는 것은 바로 저 변함없는 푸른 소나무인 것이다.

이상적은 추사보다 열여덟 살 어린 중인 제자였다. 이상적은 중국어 역관으로 열두 번이나 중국을 드나들었는데, 추사가 닦아놓은 연분을 찾아 중국의 저명한 문사들과 같이 교유하였다.

이상적은 추사의 세한도를 받아보고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냈다. “세한도 한 폭을 읽으며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그다지도 제 분수에 넘치는 칭찬을 하셨습니까. 서책은 어지러운 권세와 맞지 않는 까닭에 저절로 맑고 깨끗한 곳을 찾아 돌아갔을 뿐입니다. 이번 사행길에 이 그림을 가지고 연경(燕京)에 들어가 옛 지기들께 두루 보이고 시문(詩文)을 청하고자 합니다.”

세한도는 그려진 연유에도 곡절이 있었거니와 그려진 이후에도 사연 많은 유랑을 계속했다. 연경에까지 다녀와 추사 김정희에게 보인 후에 이상적의 소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상적의 제자, 김병선의 소장이 되어 가문에 소중히 간직되더니 일제 강점기에 추사연구자였던 경성대학 교수 후지즈카 지카시(藤塚隣)의 손에 넘어가 현해탄을 건너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해방 직전에 서화가 소전 손재형이 일본으로 후지즈카를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가까스로 양도받아 조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당시 후지즈카가 소장하고 있던 추사와 관련된 많은 자료가 미군의 폭격으로 타버리고 말았으니, 세한도는 천우신조로 화를 피한 셈이다. 세한도는 대한민국 국보180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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