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 교수, 슬럼가 흑인들의 빛이 되다
미국 한인 교수, 슬럼가 흑인들의 빛이 되다
  • 김한주 특파원
  • 승인 2010.07.1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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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흑인대상 목회활동해온 김영훈 목사

 

김영훈 신시내티대 물리학과 교수
“제가 겉은 이래도 속은 완전히 흑인입니다. 아프리카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미국 코스타 시카고수양회 기간인 지난 8일 위튼칼리지에서 만난 김영훈(57) 목사는 올해로 11년째 흑인을 대상으로 목회해오고 있다. 김 목사는 “흑인들의 영혼을 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성정(性情)을 닮게 된 것 같다”며 “흑인들인 이제 나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목회하는 곳은 신시내티의 오버더라인. 매일 살인사건이 날 만큼 미국에서도 가장 위험한 슬럼가에 속한다.

“처음 이곳에 와서 전도할 땐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죠. 사복형사인 줄 알고 우리 몸을 수색할 정도였습니다.”

토요일만 오버더라인에 와서 사역하던 그는 결국 생각을 바꿨다. 아예 건물을 사서 오버더라인에 거주하면서 전도를 시작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전도만 한 게 아니다. 빵이 없는 아이들에겐 빵을 갖다 주고, 침대가 없는 아이들에겐 침대도 사다줬다. 슬럼가 흑인 아이들은 범죄율도 높았다. 감옥에 가는 일이 있으면 꼬박꼬박 보석금을 대는 일도 김 목사의 몫이었다. 마약을 팔다가 잡히면 법원에 찾아가 기도를 해주기도 했다. 임신한 10대 아이들에게 찾아가서는 비록 축하는 아니지만 앞으로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기를 바란다며 간절히 기도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흑인 성도들이 한두명씩 늘기 시작해 지금은 매주 40여명의 흑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연령대는 3세부터 20대까지 주로 청소년들이다. 지금도 매주 한두명의 흑인이 새신자로 등록하고 있다. 한때 김 목사의 목회사역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그들은 이제 김 목사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고 있다.

김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 이름은 생명수교회(OTR Living Water Church). 목마른 사람들을 마시게 하고 더러운 사람을 깨끗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다. 김 목사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보니 같이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문맹률도 높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사랑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예배만 드리는 건 아니다. 아직 완전한 공동생활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번씩 공동체 훈련을 하면서 청소와 빨래, 음식 만들기를 가르친다. 돈을 저축하고 잘 쓰는 방법도 중요한 교육 중 하나다.

김 목사는 “이들에게 돈을 주면서 한 달에 20%씩 이자를 준다고 해도 저축을 못한다”며 “비록 예수를 믿어 소망은 가졌지만 여전히 돈쓰는 법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OTR 생명수교회에서 후원하고 있는 타지키스탄의 고아원 사역을 알고부터는 조금씩 헌금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김 목사는 자랑스러워했다.

김 목사에게 ‘목사’ 타이틀이 붙은 건 4년밖에 안됐다. 그의 공식 직함은 신시내티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와 플로리다주립대를 거치면서 88년부터 이 대학 교수가 됐다. 당시만 해도 그는 물리학계 난제를 풀겠다는 엄청난 야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교수가 된 지 이태만에 예수님을 만났다. 어머니를 따라 습관적으로 다니던 교회에서 어느날 열린 부흥집회를 통해서다. 예수님을 만난 뒤 그에겐 두 가지가 달라졌다. 그토록 믿어지지 않던 성경을 믿게 됐고,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주말마다 전도를 다니던 그는 ‘이제는 미국 땅에서도 뭔가를 나눠줄 때가 됐다’는 마음으로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슬럼가 사역을 시작했다. 지금도 흑인들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매주 전도하고 있는 그는 “물리학과 교수로 있지만 더 이상 연구는 못하고 있다”며 “물리학과 난제보다 더 귀한 인생의 난제를 푼 만큼 이제 교수 타이틀은 내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의 사역이 알려지면서 지금 매년 국적이 다른 1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인과 백인 선교사 부부도 김 목사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안식년을 맞은 선교사도 환영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1년 정도 함께 살면서 안식년을 보내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역자에게 중요한 것은 말의 유창함이 아닌 사랑하는 마음(하트)인 것 같다”면서 “난 복음에도 빚을 졌지만 미국에도 빚을 진 사람”이라며 “전세계 한인 기독인들도 이젠 한국을 넘어서서 이민 국가의 필요를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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