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 칼럼> 외규장각 도서 돌아오다
<김용관 칼럼> 외규장각 도서 돌아오다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11.02.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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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10월 16일 프랑스 극동함대가 강화도에 상륙했다. 조선정부가 천주교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을 제재하고 박해한데에 대한 항의와 보복을 위해서였다.

역사는 이를 병인양요로 기록하고 있다. 별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희생만 치른 채 20여일 만에 철수하면서 프랑스 군대는 주둔지로 사용했던 행궁과 부속건물에 대해 보복성 방화를 자행하고 외규장각 도서 일부를 가져갔다. 당시 조선정부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 갔던 외규장각 도서 191종 297책이 모두 돌아온다. 이르면 3월부터 5월말까지 몇 차례로 나뉘어 오는데 도서들을 디지털로 복사해두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란다. 영구임대라는 형식이어서 찜찜하지만 사실상 반환이다.

도서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사람은 박병선 박사였다.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는 지난 1975년 파손된 채 베르사이유 분관 창고에 방치돼 있던 도서들을 처음으로 찾아내 수리와 분류작업을 주도했다.

반환을 위해 우리 외교 당국과 부단히 접촉을 시도했고, 급기야 1979년에는 이 일로 해직을 당했지만 반환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역사학자 이태진, 국제법학자 고 백충현 교수 등 학자들의 노력이 여기에 더해졌다. 역사전공 학자들은 당시 프랑스 군대가 반출대상을 제외하고 5천여 점에 이르는 외규장각 도서 모두를 불사른 사실을 밝혀냈다.

국제법학자들은 이 행위를 국제법상 약탈행위로 규정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근거로 1991년 11월 프랑스에 반출 도서의 반환을 요구했다.

1993년 9월 한국방문을 앞둔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처음으로 반환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수많은 협상과 피눈물 나는 곡절이 많았다. 프랑스는 도서가 자국 소유이기 때문에 반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내규장각 도서와의 교환 임대를 주장했다.

우리 측은 한 국가가 생산한 역사적 기록물은 원천적으로 소유권이 바뀔 수 없고, 문서 반출과정이 약탈에 의한 것이어서 반환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고수했다.

정조는 즉위하던 해인 1776년 규장각을 창설했다. 국왕 직속의 도서관이면서 학술연구기관이었다. 6년 뒤인 1782년 2월 강화도 행궁에 규장각의 외각을 짓고, 규장각의 수장품 가운데 영구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관했다. 외규장각 도서들은 조선왕조의 소중한 유산이자 유교적 계몽군주였던 정조의 시대가 남긴 역사적 기록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천점이 넘는 외규장각 수장품들이 프랑스군의 방화로 잿더미가 돼버린 아픔 역사에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약탈된 도서의 반환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존재가 알려진 뒤 36년의 노력으로 반환을 이루어낸 것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높인 일이다.

높아진 국격과 신장된 국력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초 반출된 도서는 340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돌아오는 도서와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1점을 제외한 40여점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라진 도서에 대한 소재파악과 반환은 우리들 후손에게 남겨진 또 다른 숙제가 아닐 수 없다.
 

[Tip : 김용관 KBS 해설위원 = 서강대학교 철학박사 / KBS 베이징 특파원 / 보도제작부장 / 전국부장 / 편집주간 / 국제팀장 / 제주총국장 /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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