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133] 달 항아리
[아! 대한민국- 133] 달 항아리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06.13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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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도자기에는 각기 나름대로의 민족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한·중·일 동양 3국 도자기의 민족적 특성을 지적한 것으로는 일본인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감성적 분류가 압권이라 할 만하다.

그는 도자기에 있어서 조형의 3요소는 선, 색, 형태인데, 중국은 형태미가 강하고 일본은 색채가 밝고 한국은 선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는 중국 도자기의 형태미는 완벽함을 보여주고, 일본 도자기의 색채미는 깔끔함을 추구하는데, 한국 도자기의 선은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고 했다.

그래서 중국 도자기는 저 높이 선반에 올려놓고 보고 싶고, 일본 도자기는 옆에 놓고 사용하고 싶어지고, 한국 도자기는 어루만져 보고 싶게 한다는 것이다. 그 따뜻한 친숙감과 정겨움이 조선백자의 특질이라는 것이다.

그 조선백자를 대표하는 것이 달 항아리다. 정식 명칭은 백자대호(白磁大壺). 18세기 전반 영조시대 금사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높이 한자 반(45cm)이상 되는 달 항아리는 현재 약 스무 점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일곱 점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달 항아리가 불가사의한 매력으로 인간을 매료시키고 있어 오늘날에도 달 항아리는 장인들이 구워내고 싶어하는 명품 1호라 할 수 있다. 본래 동력이 발명되기 이전의 발로 차는 수동식 물레로는 이처럼 큰 둥근 항아리를 만드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달덩이 같이 크고 둥근 항아리를 만들고 싶은 도공들의 예술혼은 커다란 왕사발 두 개를 이어 붙여 달 항아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달 항아리에는 기하학적인 완벽한 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근감과 볼륨감이 따뜻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 비정형의 둥근 선이 어질고 착한 맛을 느끼게 하며 더 큰 미감을 주는 것이다.

달 항아리에 대해서는 혜곡 최순우(1916~1984)가 남긴 예찬의 글이 일품이다. 그는 달 항아리를 보면 잘 생긴 부잣집 맏며느리를 보는 듯한 흐뭇함이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미술에 표현된 둥근 맛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의 하나이다. 따라서 한국의 폭넓은 흰 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 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들에 표현된 원의 어진 맛은 그 흰 바탕색과 아울러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달 항아리는 이처럼 보는 이에 따라 그 미감이 마냥 확대된다. 그 불가사의한 미감에 심취한 사람들이 국내외에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는 화가 김환기(1913~1974)도 있는데, 그는 일찍이 달 항아리를 이렇게 예찬했다.

“어쩌면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 … 한아름 되는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촉감이 동한다. 싸늘한 사기로되 따사로운 감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 체온을 넣었을까.”

또 어떤 외국인은 그 감상을 이렇게 말했다. “하루 종일 이것만 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보고 있자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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