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의 성공 배경
독일 경제의 성공 배경
  • 조명진
  • 승인 2011.02.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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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 성장을 두고 언론들은 ‘터보 엔진 단 독일(Turbocharged Germany)’ 라고 부각시키며, 유로 존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인 독일의 수출 호조를 주시하고 있다.

남부 유럽 국가들이 재정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 경제가 호전되는 배경은 물론 제조업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독일 경제 성장의 배경을 고용과 소비 문화를 통해서 살펴본다.

△안정된 노사관계

독일 제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는 점을 노사관계 측면에서 먼저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고용 시장은 미국처럼 호황과 불경기에 따라 “채용과 해고 문화(hire-and-fire culture)”가 아니라, 경영진은 불경기 때는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절약한다.

'단축 노동 프로그램 (Kurzarbeit)'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기업들이 경기침체 때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줄이면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상품 수요가 다시 생길 때 면 새로운 근로자 채용을 거치지 않고 기존 근로자들의 경험과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게다가 미국 기업들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 산업을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로 옮긴 것과는 달리, 독일 제조업은 저임금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지 않고, 기술혁신과 기술 축적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독일인들의 근면과 성실이 덕목으로 자리잡은 근로 환경에 더하여, 독일 노동자들은 한번 고용되면 쉽게 해고하지 않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어, 경쟁사의 급여 조건이 낫더라도 기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더 나은 근무조건과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물론 독일의 사회보장제도가 이런 풍토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식 사회 민주주의형 자본주의를 '라인 자본주의(Rhine Capitalism)'라 칭한다. 영국과 미국의 시장중심의 자본주의와 구분되는 라인 자본주의는 증시보다는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을 조달하고, 연구개발에 장기투자하며, 노사의 사회적 파트너십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과 영국의 젊은 세대들은 대학에서 경영 또는 경제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높은 호봉의 금융계에 진출하려는 것이 삶의 목표처럼 보인다. 이와는 달리, 독일 사회는 기술직과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대하는 풍토를 지녔다는 점도 경제 성공의 패턴이 미국은 모기지를 이용한 금융 (파생) 상품에서 그리고 독일은 전통적 장인정신의 산물인 고급자동차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앵글로 색슨식 성장모델은 금융과 부동산버블에 바탕을 둔 것인 반면, 독일경제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함께 협력하고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대접받는 풍토에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절제된 소비 문화

독일 경제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은 그들의 절제된 소비문화이다. 독일의 결재 관행은 미국은 물론 심지어 다른 유럽국가와도 다른 점이 있다.

독일은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경우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적다. 많은 소매점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이나 직불카드로만 지불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독일을 방문하는 외국 여행자들에게는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독일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를 넘어서 과다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근검 절약의 전통이 있는 독일 사회에서는 이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독일은 신용카드 사용 빈도가 미국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통해 현금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드물다. 이처럼 독일의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무절제하게 이용해 빚을 지고, 높은 이자를 물면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다른 국가의 소비자들과는 소비성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 파산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이 독일인들의 소비가 적어 내수시장에 활력을 주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독일 국민들의 개인 재무 상태는 안정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자기주택소유비율은 42 % 로써 유럽연합 회원국 중 가장 낮고, 미국의 66% 보다 낮다. 실제로 독일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주택을 구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독일 경제가 건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즉. 비 생산적인 주택시장에 독일의 재정이 얽매여있지 않고 따라서 저축률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이다.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은 풍부한 자본력을 요하지만 그에 앞서 탄탄한 제조업이 근간이 된 경제 구조에서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 제조 산업의 쌍두마차로서 수출을 통해 재정을 늘리고 있는 독일과 중국은 금융 산업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반면, 미국의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고서는 월스트리트는 기득권을 지탱할 수 없다.

유로화의 위상으로 대변되는 유럽 경제의 엔진인 독일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비해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즉, 건전한 금융 시스템에 맞는 환경 측면에서 독일은 중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결국, 달러에 대한 과신과 그에 따른 달러 발행의 남용으로 인하여 달러가 그 생명이 다하는 날, 세계 경제는 독일을 선두로 하는 유럽연합(EU)과 중국에 의한 새로운 G2 의 등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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