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 품격을 높여야 한다
한국의 대학 품격을 높여야 한다
  • 탁계석 논설주간/ 예술비평가협회장
  • 승인 2011.03.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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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교수 평가제도 개선, 극장은 제 기능 찾아야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
서울음대 사건 등에서 보여준 교수사회의 일탈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또 서울의 모 대학에선 신입생들이 환영회를 한다며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性的 모방 행동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 고등학생들이 졸업식 날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등 헤프닝을 벌이는 것의 연장선이다. 오직 입시에만 매달려온 학생들이 모처럼의 해방감이라 하기엔 구시대의 惡習이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성장 일변도의 한국 대학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말로만 대학의 글로벌 경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대학도 사회가 요구하는 존중과 품격을 대학 스스로가 창안해 낼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정말이지 이제는 아름답고 창의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대학 문화를 가꾸어가야 할 때다. 폐쇄된 구조 안에서 갖은 편법과 이기심으로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추락하는 한국의 대학에서 뭘 기대할 것인가. 학교 시설, 학생 수 등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質높은 대학으로의 환골탈태,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 교수, 학생들이 품격을 지니는 정품운동이 전개되어야 하고 학교도 선진 대학제도를 본 따서라도 좋은 대학 문화를 가꾸어 갔으면 한다.

미국의 명문 대학가운데는 입학식 날 저녁 최고의 멋진 음악가들을 초청해 신입생 환영음악회를 갖는데 이는 학생들이 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가를 은유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군들이 열심히 공부해 이 아름다운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인생은 가치가 있음”을 예술의 감동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또 영국은 어린이의 노래 부르기가 자신감과 협동심을 심어준다 하여 국가가 많은 예산을 들여 노래 보급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한 주지사는 아이가 태어나면 어린이에게 좋은 음악을 담은 음반을 선물로 보낸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대학에도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은 한국산업기술대학의 초청으로 강의식 콘서트에서 해설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반응이 뜨거웠음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대학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가며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음악가를 정식교수로 초빙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과대학 학생들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하니 외국의 명문대학 부럽지 않은 학창시절의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우리 대학들은 정서의 사막지대나 다름없다. 어느 대학에선 학생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라는 충격적인 대답도 들렸다. 고등학교에 이어 다시 취업공부만 해야하는 우리 현실에서 이제 곧 바로 사회를 리더해 가야할 지성인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버림받은 폭력에 물든 거리의 아이들을 오케스트라 운동으로 꿈과 희망을 실현한 아르헨티나의 엘시스테마(Elsistema) 운동이 한국에도 상륙해 교육부가 전개중인 것으로 안다. 이처럼 예술보급 운동이 널리 확산된다면 엄청난 유휴 예술인력을 활용하는 길도 열린다.

굳이 모차르트 효과를 말하지 않더라도 양질의 음악은 나쁜 음악을 물리칠 수 있는 저항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을 선택할 능력이 없을 때의 유아기음악 공급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어린이날인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클래식동요’를 나눠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과연 누가 이토록 기막힌 발상을 했을까.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한국도로공사가 아이의 음악습관을 평생 지배할 값진 선물을 한 것이라고 본다. 사탕이나 빵은 먹는 순간 사라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깊숙하게 저장될 아름다운 음악은 두고두고 한 개인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어머니의 손맛이 평생의 기억을 반추하듯 백지에 그려진 좋은 음악은 아이의 일생 기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생각을 바꾸는 아이디어만으로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교수들의 부정관행은 실적평가만 바꿔도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예술대학 교수들이 평가를 위해 학교가 아닌 외부무대에 온갖 신경을 쓰면서도 학생들에겐 소홀하게 되고 이의 경비조달을 하느라 갖가지 부정적인 일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하면 어느 정도 답이 풀릴 수 있다.

유학을 갖 다녀온 아티스트들과 재학생, 교수들이 대학의 콘서트홀에서 지역민을 초청해 연주를 한다면 각자의 많은 경비를 줄일 수 있다. 대학은 지역과 소통해 문화를 가꿀 수 있는데 이때는 연주를 무료로 해서 공연장의 예비관객들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것인데 우리대학들이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아도 귀찮아서 하지않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굳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식장에서처럼 일가친척, 부모들의 친구들을 총동원해 벌이는 귀국발표회 잔치는 일회성, 소모성 음악회로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관객개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급 공연장은 모두가 티켓을 사서 들어오는 극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잘 기획된 프로그램들에 선택된 음악가들은 개런티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극장의 역할이지 우리처럼 복덕방 대관업을 하는 곳이 극장의 기능이 아니란 뜻이다. 때문에 극장은 교수의 실적 발표회 보다 프로 예술가들의 땀방울이 튀는 살아 있는 예술을 해야 문화가 바로 갈수 있다고 믿는다.

역대 많은 문화부장관이 부임할 때 마다 제 각기 문화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런 기초적인 것들 하나를 풀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통인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기대를 걸어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화는 교육이다. 개그맨 이경구씨가 방송에서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은 술 ,담배뿐이다. 좋은 것은 돈을 들여서라도 배워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넘친다. 우리 학생들이 암기식 공부외에 뭘 배웠겠는가. 문화가 없으니 인터넷에서 본 것들을 여과없이 토해내는 것 아니겠는가.

MB 정부도 후반기를 넘어서면서 레임덕 이야기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지만 현장 예술가들은 그래서 더욱 조급하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토록 소통을 강조한 현 정부의 정책이 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일까. 부임하는 장관마다 장미빛 그림만 그리다 만다면 밖으로는 한류문화로 지구촌의 문화영토를 넓혀 넓혀가야 할 시점에서 안에서 세는 바가지 때문에 성장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술 취한듯 비틀거리는 부끄러운 한국 대학의 오늘의 모습. 더늦기 전에 정도(正道)로 걷는 대학 본연의 모습 찾기에 우리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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