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있는 신촌은 이웃한 이화여대 주변과 함께 한국 최대의 대학생거리다. 좁은 골목에 고깃집과 호프 집, 카페, 부티크 등이 즐비하다.
그같은 신촌과 이대의 딱 중간에 한국철도공사의 신촌역이 있다. 서울역과 민간인 통제구역내의 도라산역을 잇는 경의선역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어서 서로 구분하기 위해 '신촌 기차역'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번듯하게 역 건물이 세워진 신촌역이지만 정면 계단 옆에는 작은 목조 역사가 있다. 1920년에 준공된 개관 당시의 옛 역사다. 지금은 관광안내소로 이용되면서 내부도 공개돼 있다.
옛 역사가 현재의 모습으로 된 것은 지금부터 10년 전이다. 2000년대 초 신촌역에 민간자본에 의해 새 역사 건설이 결정되면서 옛 역사는 해체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역 빌딩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옛 신촌역사를 보존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사실 이 역사는 붉은 벽돌의 옛 서울역사(1925년 준공)보다 전에 지어진,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역사였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에 만든 건축이어서 논란이 됐지만, 2004년 등록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돼,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역 건물 공사가 진행중이고, 구 역사가 정면 계단과 겹친 것이다.
원래 역사를 몇미터 옮겨 보존해도 되지만 시간과 예산상 옛 역사를 그대로 옮기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결국 옛 역사는 대합실이 있는 안채는 그대로 보존되고, 계단 예정지로 된 구 역사 사무실 부분은 해체해 반대편에 복원됐다. 본체를 향해 왼쪽으로 뻗어있던 사무실을, 본체 오른쪽으로 옮겨 붙인 것이다. 이때문에 역사가 있는 옛 신촌 역사는 정면에서 봐서 좌우 반대의 형태로 변했다.
확실히 신촌역사는 남기는 했다. 그러나 변형된 지금의 모습을 과연 '보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학생 시절 이 역사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좀 복잡한 생각이다.
'보존'된 신촌역사는 밖에서 볼 수 없었다가 2012년부터 관광안내소로 활용된다. 붉은 제복을 입은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 가이드들의 기지이기도 하다. 과거의 홈 쪽은 역 빌딩으로 막혀 있지만, 개찰구의 모습은 남아있다. 처마 끝에는 캣푸드를 남긴 접시가 놓여졌다.
"매일 먹이를 받으러 오는 고양이가 있어요. 정기열차처럼."
접시를 수거하러온 안내소 스탭이 웃었다.
역 건물 계단을 올라가 현재의 '신촌 기차역'을 찾았을 때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 역을 발착하는 기차는 1시간에 1대밖에 없다. 개찰구 건너 편에는 '신촌 밀리오레'가 있지만 2012년에 경영난에 빠져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동대문에서 성공한 패션 빌딩이지만, 대학가에는 맞지 않았다.
새 역사에 자리를 물려주고 모습을 바꾼 구신촌역사가 어딘지 애처롭다. 아니, 개관 100년을 앞두고 관광안내소로 지금도 매일 일하니 오히려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