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홍 민단 오사카본부 부단장, "불안하다고 한국에 수학여행도 안보내려 해요"
[인터뷰] 김명홍 민단 오사카본부 부단장, "불안하다고 한국에 수학여행도 안보내려 해요"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7.10.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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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야마 치벤고교는 40년째 해오던 수학여행을 올해는 포기
입시학원으로 일본 증시에 상장시킨 재일동포 2세 기업인
이쿠노구 사립고교 재단 이사장도 맡아
김홍명 민단 오사카본부 부단장
김명홍 민단 오사카본부 부단장

"와카야마 치벤(智辯)고등학교는 지난 40여년간 해마다 한국에 수학여행을 보냈어요. 하지만 올해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북핵으로 한반도 정세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반대해 중단한 거지요.” 재일민단 오사카지방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명홍 부단장은 "북핵 여파로 학부모들이 한국에 수학여행조차 보내려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기자는 10월7일 동경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민단 동경본부 창립 70주년 행사에 참여했다가 오사카를 들러, 그를 만났다. 긴 추석연휴의 끝 무렵으로 귀국편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그간 별러왔던 오사카 한인사회 취재에 나선 것이었다. 때마침 일본도 연휴였다. 그래서인지 오사카의 번화가인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는 한국과 중국 등 외국의 관광객에다 일본 시민들까지 뒤섞여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김명홍 부단장이 얘기한 치벤고등학교는 일본에서는 ‘고시엔(甲子園) 야구’와 함께 ‘한국 수학여행’으로 이름난 학교다. 치벤고교는 나라현와 와카야마현에 각기 같은 이름의 학교를 두고 있다.나라에 본부를 둔 불교계 재단이 운영하는 이 두 사립고교는 일본 문화가 한반도로부터 들어왔다는 이유로, 문화 뿌리를 찾는 한국 수학여행을 연례행사로 개최해왔다. 나라의 치벤고교는 올해로 43회째 한국을 찾았다. 당초 255명이 지난 4월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북핵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미뤄졌다가 지난 7월 겨우 13명이 경북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와카야마 치벤고교는 이조차도 하지 못했다. 학부모 반대로 지난 40여년 계속해오던 한국 수학여행을 올해는 결국 포기한 것이다.

“오는 12월 오사카 카이세이(偕星)고등학교 학생 110명이 한국으로 4박5일 수학여행을 갑니다. 자매결연한 부산 대연고교를 찾아 공동행사를 갖고, 서울을 거쳐 오사카로 돌아옵니다.”

이 고등학교는 김명홍 부단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다. 한반도 정세를 들어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하지만, 김명홍 이사장이 강력하게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사립인 카이세이 고교는 일찍이 공립인 대구의 경북고교와 자매결연을 했으나, 서로 교차방문을 성사지키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사립인 부산 대연고교와 새로이 자매결연하면서 방문 행사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카이세이 고교는 학생수 1200명으로, 오사카 이쿠노구에 있어요. 이쿠노구는 오사카에서 우리 재일동포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지요.” 이렇게 소개하는 김 부단장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게 된 경위도 소개했다. “7년전입니다. 이사회로부터 학교 학생수가 줄어든다, 경영적자가 난다면서 도와달라고 했어요. 동포들이 집주한 지역의 고교여서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내가 일본 아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데, 문제가 안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김명홍 부단장은 일찍이 입시학원 경영에 뛰어들어 성공한 재일동포 2세다. 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으로 7살 때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1954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 부단장은 교토의 리츠메칸(立命館)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학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졸업때가 공교롭게 오일쇼크로 일본에서도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을 때였어요. 그래서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학 4학년때부터 입시학원에 나갔어요. 21살 때였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우물을 판 거지요.”

학원 사업에 뛰어든 그는 28세 때 독립해 오사카의 토요나카에 첫 입시학원을 세운다. 그러나 행운만 그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고생의 연속이었다. 그때 그를 받쳐주고 도와준 것이 동포들이었다. 결국 동포들의 소개로 기타다쓰미에 입시학원을 내면서 그는 이윽고 성공의 길로 들어선다. 그가 경영하는 입시학원 그룹은 카이세이(開成)교육그룹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고교와는 한자이름이 다르다. 그의 입시학원은 현재 일본 전역에 200개소가 넘는다. 2008년에는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집단지도방식과 1:1지도방식이 있는데, 요즘은 1:1 방식이 선호됩니다. 수학 영어 등 특정 과목에 대해 맞춤형 지도를 합니다. 가정교사 같은 방식이지요.” 그의 입시학원에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 수만 2만6천명. 지난 30여년 그의 입시학원을 거쳐간 전체 학생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그 수를 미처 헤아려보지 못했다고 한다.

“민단 오사카본부 교육담당 부단장으로 올해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타계하신 ‘민족강사’ 김용해 선생님으로부터 권유를 받았어요. 민단 교육활동이 없다면 민족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민단의 민족강좌를 도와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오사카에는 민족학교로 건국학교와 금강학교가 있다. 민단 부단장으로서 이 두 학교를 지원하는 한편,  오사카본부와 각 지부에서 이뤄지는 교육강좌를 돕는 것이 그의 업무다. 매년 한국으로 보내는 오사카 동포 초중고 학생들의 모국연수도 그의 담당이다.

거기에다 지난 9월부터는 민주평통 일본근기협의회장으로도 위촉됐다. 근기협의회는 자문위원 수만 200명에 이르는 대형 협의회다. 북핵문제 등으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가 일본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만큼, 상장 입시학원그룹 경영자이자, 사립고교 이사장, 민단 부단장에 이어 민주평통 일까지 맡은 그는 매일의 일정이 더욱 눈코뜰새 없이 바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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