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駅) 13] 경원선 백마고지역
[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駅) 13] 경원선 백마고지역
  • 구리하라 가게리(栗原景, 일본포토라이터)
  • 승인 2017.11.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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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으로 붐비는 분단의 역

"형씨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아주 좋네요. 나는 이런 카메라를 쓰고 있어요. 이 렌즈가 아주 잘 맞아요. "

이같은 말을 하면서 아저씨 한분이 일본제 디지털 카메라를 자랑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에서 경원선으로 갈아타니, 디젤엔진 차량이 흔들림이 색달랐다. 한국의 철도는 통근전차나 특급만 있어서, 이런 지선의 맛을 갖춘 열차가 귀해졌다. 차내는 관광객으로 만원이었다.

"잘 보세요. 한국전쟁 전에 사용된 철교 흔적이 곧 나타납니다."

종착역의 한 역 앞인 신탄리역을 발차하자 아저씨는 말이 많아졌다. 경원선은 '경성(서울)'과 '원산'을 잇는 노선이라는 의미다. 원산은 이북에 있다. 한국전쟁으로 분단된 철도다.

신탄리역에서 10분 정도 가자, 종점인 백마고지역에 도착했다. 북위 38도 26분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통치하고 있는 지역으로는 최북단의 현역 역이다.

백마고지역이 문을 연 것은 2012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시작된 경원선 복원사업으로 신설된 역이다. 역명은 역의 북서부에 있는, 한국전쟁에서 최대의 쟁탈전이 열린 백마고지에 유래한다. 역 주위에는 논밭이 펼쳐지면서 조금 떨어진 곳에 민가도 산재하지만, 역은 거의 관광전용이다. 그 지역 주민 이용객은 거의 없다.

백마고지역부터는 비무장 지대(DMZ)을 견학하는 안보관광 투어 버스가 연결돼 있다.

"일본 형씨는 버스 투어에 참가하나요?그럼 나도 함께 가려고 하는데...."

외국인이 드물어서인지 아저씨는 하루 동행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국적 즐거운 여행의 만남이지만, 아저씨가 계속 떠들어대는 바람에 솔직히 말해 조금 피곤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오늘은 정말 어울려 봐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런데.... "역시, 나는 버스를 타지 않고 다음 열차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같아요."

화장실에서 나오자 아저씨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 옆에 있던 아줌마가 흘끗 눈짓했다. 이 아줌마가 뭐라고 한 것 같았다. "여행의 방해를 하면 안된다"고 했거나 뭐라 했을 것이다.

"좋은 사진 많이 찍어요. 조심하고."

그렇게 말하고 악수를 하면서 아저씨는 다시 열차에 올랐다. 어쨌든 한국적 만남과 이별로 즐거운 기분이 됐다. 아저씨, 그리고 아줌마, 고마웠어요.

투어버스는 1만 4000원. 북한군이 판 제2땅굴과 철원 평화전망대, 그리고 월정리역을 두른다.

상당한 길이의 제2땅굴과 민족분단이 낳은 얄궂은 대자연을 바라보며 엄숙한 기분이 돼 월정리역으로 돌아왔다. 월정리역에는 역사 건물이 복원되고, 당시 북한군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된 열차가 전시돼 있다. 실제 월정리역은 더 북쪽에 있었지만, DMZ지역이어서 현재의 위치에 복원했다.
이곳을 옛 선로가 다니던 것은 틀림없지만, 그 앞은 방호벽이 막아서며 철로가 북쪽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2015년에는, 백마고지와 북한의 평강을 잇는 복원공사 기공식도 열렸다. 하지만 공사는 현재 중단돼 있다.

투어버스는 월정리역에서 곧장 백마고지역으로 돌아갔다. 도로 옆으로 선로가 놓였던 자국이 선명했다. 이 길로 과연 언제 다시 열차가 달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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