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템플스테이16] 안동 천등산 봉정사
[한국템플스테이16] 안동 천등산 봉정사
  • 송관(재일한국문화연구가)
  • 승인 2017.11.30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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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작가 김윤규의 '겨울의 추억' 무대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작가 타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김윤규)의 작품 『겨울의 추억』의 무대가 된 사찰로 알려진 때문이다. 아버지가 봉정사 승려였던 김윤규는 소년시절에 승방에 머무르면서 구름과 흙과 생활을 같이 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묘사한 전원 풍경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리(사찰의 부엌)공사 때문에 지난해부터 템플스테이가 안됐는데, 올해 10월 초에 간신히 염원이 이루어졌다.

양반의 고장으로 알려진 안동(경북)은 '국제탈춤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버스터미널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등으로 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15분 정도 가니 봉정사 입구에 도착했다.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언덕길로 5분 정도 걸어오르면 일주문이 나온다. 더 들어가자 가파른 계단 위로 만세루가 보였다. 고풍스런 분위기가 맛깔스러운 건물이다.

그 문을 통과하면, 돌 계단 위로 본당의 대웅전(국보 311호)이 바로 보인다. 현존하는 조선조 초기의 몇 안 되는 건물의 하나다. 전통적인 팔작집 지붕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면 지붕의 덧붙임이 아름답다. 예불 때 왼 '반야심경'의 세계 그대로, 심산의 절에 어울리는 광경이 이어진다.

왼쪽에 화엄종의 도량이라는 화엄강당, 오른쪽에 승방이 있다. 『겨울의 추억』에 등장하는 '무량사'는 승방의 편액에 적힌 '무량해회(無量海会)'에서 인용한 것이다. 김윤규는 이 작품을 구상한 지 20몇년의 세월을 거쳐서 썼다고 말했다. 그만큼 의미가 컸던 게 틀림없다. 어쨌든, 소박하게 세워진 승방의 풍취가 마음을 누그러지게 만들었다.

봉정사를 유명하게 한 것은 맞배지붕의 단정한 극락전 때문이다. 1970년대에 복원공사를 했을 때 발견된 데 상량문에서"1363년에 기와를 덧씌웠다"는 기록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기와를 덧씌우려면 그보다는 150~2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셔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최고의 목조 건축물로 추정돼 국보 15호로 지정됐다.

극락전 앞에 선 삼층석탑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높이 3.5m다. 위의 상륜부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며, 극락전과 함께 사진에 담는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도 후쿠오카대학생들이 단체로 참배여행을 해오고 있다.

봉정사는 67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창건했다. 동굴에서 수행에 정진하다가 스님의 수행 모습에 감복한 선녀가 동굴 내부를 환하게 밝혔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천등산으로 부르며 동굴을 천등굴이라고 말했다. 색종이로 만든 봉황새를 날려 내려않은 곳을 봉정사이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영화 '달마는 왜 동쪽으로 갔을까' 등의 촬영지가 된 영산암은 대웅전을 오른쪽으로 끼고 가면 금방이다. 전통적인 사찰 구조로, 큰 소나무를 감싸듯 입구자형으로 건물이 배치돼 있다. 조용한 모습때문에 별천지로 시간이동을 한 것처럼 김윤규 문학의 한 부분을 경험한 느낌이 들었다.

◇ 경상 \북도 안동시 서구 후면 봉정사로 222(℡ 8254‐ 853‐ 4181)

*반야심경=중국에서 한역되고, 한국을 거쳐서 일본에 알려진 경전 중 가장 유명한 경전이다. 불과 262자밖에 안되지만, 대승불교와 '공(空)'의 사상의 진수가 응축돼 있다. 반야는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경전을 배껴쓰는 사경 소재로도 잘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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