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시호 재판부는 왜 육아문제를 배려하지 않았을까?
[칼럼] 장시호 재판부는 왜 육아문제를 배려하지 않았을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17.12.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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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돌 볼 사람없다' 호소에도 법정구속해
이를 보며 '아이 낳아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여성은 없을까?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장시호씨가 12월6일 법정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아이들을 키우기가 정말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초 장씨는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일각에서는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달랐다. “피고인이 비록 국정농단 수사나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술하는 등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해도 죄책이 대단히 중하다”며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리고는 법정 구속을 명했다.

장씨는 구속만은 면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씨는 “제가 현재 아이와 둘이 지내고 있다.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는데 제가 아이를 두고 어디로 도주하겠는가” “아이를 혼자 두게 하는 것이…. 아이도 지난주 월요일에 새로운 학교로 옮겼다.잠시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 점을 참작해 달라”고 사정했으나,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기사를 보면서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된 사건을 떠올렸다. 큐슈 구마모토에서 일어난 일로, 구마모토시 여성 시의회 의원이 생후 7개월의 첫아들을 안고 본회의에 참석하려다 입장을 거절당한 일이었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내에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했다고 한다. "어린애를 돌봐야 하는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긍정론도 있고, "의원활동은 아이를 데리고 틈나는 대로 하는 일은 아니다"는 비판론도 나왔다.

이 일을 다룬 아사히신문 사설은 “의회는 사회구성원의 비율에 가까운 의원 구성이 바람직한데, 일본은 남녀노소가 아니라 ‘노노남남(老老男男)’의 의회가 대부분”이라면서, 지방 의원의 여성 비율은 13%, 중의원 의원은 10%로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오사카의 한 시의원은 출산했다가 ‘월급도둑’으로 비난받았고, 도쿄도의 한 여성의원은 “빨리 결혼이나 하라”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소개한 사설은, 여성 의원에 대한 이같은 폭언들은 의원의 출산과 육아가 당연하게 되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호주에서는 올해 4월에 현역 여성 각료가 출산했으며, 5월에는 여성 상원 의원이 연방 의회에서 처음으로 회의장 내에서 젖을 먹였다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죄에 벌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벌도 사회의 흐름에 맞을 때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출산이 급격히 감소돼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있다. 출산율이 일본보다 낮은 OECD국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향후 나라가 없어질 판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아이를 쉽게 낳아 키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제도를 빨리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도록 만들어서는 안된다. 구속되면서 ‘아이를...아이를...’했다는 장시호씨의 사례도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재판에 ‘육아를 위한 배려’가 없는 것같아 아쉬운 느낌이다. 장시호씨의 법정구속을 보면서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여성들은 혹시 없었을까? 재판부도 한번쯤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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