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物語-15] 왕후닝(王滬寧)과 북핵
[유주열의 동북아物語-15] 왕후닝(王滬寧)과 북핵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베이징총영사)
  • 승인 2017.12.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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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차 당 대회에서 결정된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에서 왕후닝에 대한 인기가 높다. 왕후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중앙 판공청주임(비서실장) 리잔수(栗戰書)와 함께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 진입 조건인 지방행정 경험이 전혀 없이 책사 역할만을 해 온 왕후닝의 발탁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하이 푸단 대학 교수 출신으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왕후닝의 성공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왕후닝은 1955년도 상하이 태생으로 이름도 상하이의 번영을 기원하는 후(滬 상하이의 별칭)닝(寧 안정과 번영)이다.

왕후닝은 상하이의 화동사범대학 불문과와 푸단 대학을 졸업하고 나이 30세에 푸단 대학 법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동 대학 역사상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 젊고 재기 발랄한 창의력의 소유자 왕후닝 교수는 푸단 대학 학생들을 이끌고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 대학생 중국어 토론 대회(Debate Contest)에서 종합 우승을 거두어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러한 인연일까. 왕후닝 교수는 상하이 출신의 정치인으로 후에 국가 부주석을 역임한 쩡칭홍(曾慶紅)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역임한 우방궈(吳邦國) 등의 추천에 의해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에 의해 발탁된다.

왕후닝은 장쩌민,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쳐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 까지 역대 국가주석을 골고루 잘 모시는 ‘중난하이(中南海) 최고의 지혜 주머니(智囊)’ 또는 삼조제사(三朝帝師 세 황제의 스승)라고 불리었다.

왕후닝은 장쩌민 주석을 위해서는 ‘3개 대표론’을, 후진타오 주석에게는 ‘과학적 발전관’을 성안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왕후닝의 머리를 빌려 ‘중국몽’을 끌어냈다. 또한 왕후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함께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을 입안하여 시 주석의 신임을 받았다. 시 주석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네비게이션 같은 책사 왕후닝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하였는지 모른다.

왕후닝은 중국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밑으로부터 개혁보다는 위로부터 (top down)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후진국이 짧은 기간에 많은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이른 바 개발 독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여 왔다.

왕후닝은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 아이오와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UC 버클리)의 방문교수 경력으로 미국을 예리하게 파헤친 ‘미국 대 미국 (America against America)’이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누구보다도 미국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중국의 키신저’ 또는 ‘현대판 제갈량’이라는 별명도 얻고 있다.

외교 중시의 왕후닝은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 최고의 미국통으로 알려진 양제츠(楊潔箎) 국무위원이 25명으로 구성되는 권력 최고 상층부인 정치국원으로 승진되는데 분위기 조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전인대에서 첸치천(錢其琛)이래 14년 만에 외교 담당 부총리로 임명 될 전망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함께 쑹타오(宋濤) 당 중앙대외연락부장도 왕후닝과 양 부총리를 도와 새로운 세계 전략과 함께 중국 외교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 시켜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위협하는 북한은 중국에게도 큰 부담이다.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북한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공백을 채워 가며 포스트 미국의 세계 지도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트러벌 메이커가 된 북한의 관리가 중요하다.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관리하는 지혜로운 전략을 짜내는 일이 왕후닝 앞에 놓인 과제이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촉한(蜀漢)의 승상 제갈량(諸葛亮 181-234)을 괴롭힌 남만왕(南蠻王) 맹획 같은 인물이다. 제갈량이 출정에서 남만인의 머리(蠻頭)대신 밀가루 반죽의 만두(饅頭)를 이용하여 폭풍우를 물리치고 맹획을 사로잡은 이야기가 있다.

왕후닝이 칠종칠금 (七縱七擒)으로 맹획을 굴복시킨 제갈량의 지략으로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시킨다면 동북아는 물론 세계가 평화로워지면서 중국은 명실공히 존경받는 새로운 세계 지도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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