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거하라,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를 그리며
[기고] '항거하라,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를 그리며
  • 민단신문
  • 승인 2018.0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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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대기를 영화화 한 니시지마(西嶋真司) 감독의 특별 기고
니시지마 감독(왼쪽)과 하야시 에이다이 작가
니시지마 감독(왼쪽)과 하야시 에이다이 작가

하야시 에이다이(林栄代) 씨는 일본 통치시대의 조선인 징용과 인권을 주제로 한 논픽션을 정력적으로 기록해왔던 기록작가다. 그를 주제로 한 RKB마이니치방송 다큐멘터리 영화 '항거~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를 감독한 니시지마 신지(西嶋真司) 씨가 민단신문에 기고를 보내왔다. 하야시 씨는 2017년 9월 1일 폐암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영화는 제23회 평화·협동 언론인 기금상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일본 전국에서 상영중이다.[편집자]

2017년 10월. 후쿠오카현 카와라마치(香春町)의 고궁 하치만궁(八幡宮) 경내에 '아리랑'의 노랫 소리가 울려퍼쳤다. 한국 시민그룹 '부산동포넷' 40명이 부른 노래였다. 앞서 9월에 83년의 생을 마감한 기록 작가 하야시 에이다이를 추모하기 위해 바다를 넘어온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친밀감이 담긴 채 그렇게 불린 것처럼 여기서도 '에이다이씨'라고 부르고 싶다. 에이다이씨가 집필한 르포르타주는 58권에 이른다. 전쟁 중 한반도에서 징용된 노동자나 그 가족, 탄광과 석탄을 싣는 항구에서 일하는 여성들. 에이다이씨의 시선은 가혹한 운명에 노출되면서 권력 앞에 함구해야 했던 이름없는 백성에게 쏠렸다.

기타큐슈시 고쿠라(小倉) 역에서 JR 히타히코산(日田彦山)선에서 치쿠 호(筑豊) 방면으로 약 40분을 가자 타가와(田川)군 가와라마치의 사이도쇼(採銅所) 역에 닿는다. 하야시 에이다이의 생가는 사이도쇼 역에 가깝고, 그 옆에는 아버지가 궁주를 지낸 고궁 하치망 궁이 있다.

전쟁이 거세지자 탄광의 중노동과 민족 차별을 견디지 못해 탈주한 조선인들이 신사의 마루 밑에 은신했다. 아버지 토라지 씨와 어머니 카오리 씨는 조선인을 집에 숨겨주고 건강이 회복되면 내보냈다.

"탈출한 조선인을 구하면 나라의 적이자 비국민이라고 불리던 시절에 그들을 숨긴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의 자랑입니다"(하야시 에이다이).

눈물을 흘리며 조국의 민요 '아리랑'을 읊조리는 조선인을 보았을 때 에이다이씨는 가해자로서 일본인의 죄를 느꼈다고 한다.

어느 시대에도 권력자는 역사를 자신이 입맛에 맞게 고쳐쓰려고 한다. 역사 책은 권력자의 의향을 헤아리는 관료와 권력에 아부하는 학자들에 의해서 편찬된다. 에이다이 씨는 그것을 '왜곡된 역사'라고 불렀다.

2015년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합의를 놓고 지금 일본과 한국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문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기인한다. 소중한 것은 합의 이행 여부가 아니라 일본인으로서 불행한 역사를 앞으로도 기억할지 여부가 아닌가 싶다.

에이다이 씨가 남긴 방대한 기록에는 역사의 진실을 잊어버리려 하는 현재의 일본 사회에 던지는 어려운 질문을 담고 있다.

에이다이 씨는 고궁 하치망 궁에 가까운 산촌의 묘지에 잠들어 있다. 거기에 건립될 예정의 묘비에는 이런 글귀이 새겨진다.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결국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하야시 에이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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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 동경 한국중앙회관에서 영화상영

민단 중앙본부는 1월 27일 15시부터 도쿄 한국중앙회관 8층 그랜드홀(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 1‐7‐32, 지하철 남북선 아자부주반 역 하차)에서 영화 '항거~기록작가 하아시 에이다이'를 상영한다. 입장료는 1000엔. 문의는 민단신문 배철은(03·3454·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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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본명·林栄代. 1933년 12월 4일 후쿠오카현 타가와군 가와라마치 출생. 와세다대학 시절 아시오동광 광독사건으로 정치 생명을 걸어 대처한 다나카 쇼조(田中正造)의 삶에 크게 영향을 받아 키타큐슈시 교육위원회를 37세에 퇴직하고 기록작가로 활동했다. 철저한 청취조사로 『정산되지 않는 쇼와‐조선인 강제 연행기록』(1990년), 『치쿠호, 군함도‐조선인 강제연행, 그 후』(2010년)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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