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47] 망우리 역사문화공원
[아! 대한민국-147] 망우리 역사문화공원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2.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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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망우리 역사문화공원은 망우리 공동묘지의 바꾸어진 이름이다. 서울특별시 중랑구 산57번지 망우리 공동묘지는 1933년에 일제가 서민의 공동묘지로 조성, 서울에 하나 뿐인 대형 공동묘지로 1973년 매장이 금지되기까지 2만8,500기의 봉분이 있었으나 현재 7,500기 정도만 남아있다.

망우(忘憂)라는 말은 죽어서 시름을 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조선왕조를 일으킨 태조 이성계는 신후지지(身後之地)를 구리에 있는 동구릉으로 정한 뒤 돌아오는 길에 망우고개에서 쉬다가 “이제는 모든 걱정을 잊겠구나”라고 했다는 전설에서 망우리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한양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 없고, 한양 인근에 망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없을 만큼 이승의 온갖 시름을 잊게 할 만한 곳이어서 망우리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망우산 중턱에는 약 5km에 달하는 순환산책로 ‘사색의 길’이 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자연석에 새겨진 다수의 독립운동가와 예술인들의 연보비(年譜碑])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애국지사와 예술가들이 일반 서민들과 함께 묻혀있는 묘지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드물다.

이 묘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되고 모처럼 조용한 사색을 걸으며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볼 수 있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 주옥같은 시편을 남긴 시인 박인환(1926~1956) 묘소에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가수 박인희의 낭랑한 목소리로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법/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으로 이어지는 노래는 우리로 하여금 처연한 상념에 잠기게 한다. 박인환 묘소에서 조금 더 가면 ‘백치 아다다’를 쓴 계용묵(1904~1961)이 잠든 자리가 있다.

그 옆에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묘소가 있다. 최근 들어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묘소는 조촐하다. 추모비에는 이중섭의 그림에 나오는 두 아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한강을 굽어보는 묘지공원 남쪽에는 1919년 3.1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자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1879~1944)과 부인 유씨가 합장돼 있는 묘가 있다. 이 묘는 문화재청 등록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도산 안창호(1878~1938)의 묘는 1973년 서울 강남의 도산공원으로 옮겨졌으나 묘비는 여기로 다시 옮겨왔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1899~1931), 1959년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조봉암(1898~1959)의 묘도 있다. 조선학운동을 펼쳤던 민족사학자 문일평, 독립운동가이자 저명한 서예가였던 오세창, 우리나라에 종두법을 최초로 시행한 지석영도 여기에 묻혀있다. 방정환의 연보비에는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 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살펴주십시오. 어린이들에게 늘 책을 읽히십시오”하는 당부가 담겨있다.

이 밖에도 조선조 순조의 딸인 명온공주(1810~1832)와 부마 김현근(1810~1888)이 나란히 묻힌 묘소, 일본인으로 한반도의 임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이사카와 다쿠미(1891~1931)와 사이토 오토사쿠(1866~1936),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유명한 가수 차중락(1942~1968)의 묘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망우리 묘지공원은 격동기의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있는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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