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가까이 사는 혹등고래는 식사하기 전에 이상한 세리모니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종의 춤이다. 먹이주위로 일정 패턴의 거대한 공기방울을 만들면서 빙빙 돈다. 이 공기방울은 물고기가 아주 싫어하는 것이라 이걸 피해 간다는 것이 결국 한군데 모아지는 결과가 되고 고래는 한 번에 많은 량의 물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고래가 먹이를 잡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거대한 물거품의 모양이 마치 수학의 피보나치 수열과 같아 신기롭다. 왜 그럴까? 에 대한 답은 아직 이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수열은 앞의 두 수의 합이 바로 뒤의 수가 되는 수의 배열을 말하며 처음 소개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한다. 1, 1, 2, 3, 5, 8, 13, 21, 34, 55... 이런 식이다.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모양은 마치 앵무조개와 같이 점점 오므라드는 형태이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또 여기에 국한하지 않고 이 수학 원리는 탤런트 김태희의 얼굴에도 적용되며 거의 모든 종류의 식물에 적용된다. 나뭇잎은 물론이고 해바라기의 씨앗 배치에도 존재한다. 최소 공간에 최대의 씨앗을 배치하기 위한 ‘최적의 수학적 해법’으로 꽃이 피보나치 수열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숫자의 비율은 1.618033989…, 우리는 이것을 황금비라 부른다. 그림이 곧 수학이고 만물의 원리이기도 하다.
안재찬 교수의 수학책은 Story telling mathematics이고 그의 책 어디에서도 수학공식을 찾을 수 없다. 그는 수학이란 이름을 쓰고 이야기로 읽는다. 라고 책 표지에 썼는데 원문 그대로를 여기에 옮기면 Mathematics is the voice of the past, the language of the future. 이다. 그림 동화책이다. 그는 또 “수학이란 만물의 원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라고 했는데 피보나치 수열이 결국 그런 건가.
우리는 길을 걷다가 보면 처음 가본길인데 언젠가 한번쯤 가본 곳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어떤 생뜩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언젠가 한번쯤 경험한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왜 일까?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와 똑 같은 모습으로 똑 같은 내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인간의 이성이 태어날 때부터 지식을 갖고 있으며, 경험의 역할은 이성이 본래부터 갖고 있던 지식을 일깨우는 데 머무른다고 본다. 수학은 쉽고도 어렵다.
필자소개
본지 편집위원, 공학박사, 전 국가과학기술위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