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플로리다 키웨스트...헤밍웨이 집도 관광지로
[탐방] 플로리다 키웨스트...헤밍웨이 집도 관광지로
  • 마이애미=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5.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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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에서 3시간 반 거리....섬 잇는 바닷풍경 길이 특징
헤밍웨이가 살았던 붉은 벽돌 집
헤밍웨이가 살았던 붉은 벽돌 집

“마이애미에서 운전하고 키웨스트를 가려면 3시간 반이 걸립니다. 그래도 이왕 마이애미를 갔다면 키웨스트를 가보는 게 좋겠지요…”

플로리다 전현직 지역한인회장인 김혜일 회장과 오마영 회장, 박석임 회장이 카톡으로 한결같이 ‘키웨스트를 가보라’고 추천했다. 마이애미의 노성인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마이애미의 레스토랑도 꼭 들르라면서 주소도 찍어서 보내왔다.

마이애미 비치의 호텔에서 키웨스트로 출발한 것은 오전 11시가 막 지나서였다. 아침에 마이애미 비치를 산책하고 서둘러 출발한다고 한 것이 그 시간이었다.

키웨스트(Key West)는 마이애미 남쪽에서 카리브해로 길게 이어진 섬들의 마지막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크고 작은 섬들이 각기 바나나처럼 길쭉하게 늘어서서 키웨스트까지 300 여km를 이어져 있었다.

라르고 키는 키웨스트로 가는 첫 섬이었다. 거기서 태국식당을 찾아 점심을 했다. 태국인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직접 경영하는 작은 식당이었다.

키(Key)가 무슨 뜻일까? 키웨스트로 가는 섬들은 모두 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라르고 키, 플랜테이션 키, 로우어 키, 롱 키, 마라톤 키…. 아마 배를 접안하는 ‘키(quay)’와 같은 뜻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키이자 가장 서쪽의 키웨스트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경이었다.

미국 최남단으로 통하는 키웨스트는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있다. 이 집을 찾은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입장료는 1인당 10달러가 넘었다.

사람이 많아 기다려 입장권을 끊어 들어가니 관리인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코리아’라고 했더니 A4용지에 프린트한 5페이지짜리 설명문을 내줬다.

‘어니스테 헤밍웨이의 집’이라고 한 설명문은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번역한 것으로 우리말 번역은 코람여행사 투어가이드인 심명혜씨가 했다는 소개도 적혀 있었다.

소개는 거실-식당-부엌-복도-안방-아들방-유모방-물탱크와 작업실-수영장-소변기-현관과 지하 순으로 돼 있었다. 고양이 분수대인 소변기까지 설명하는 등 무척 자세한 설명이었다.

헤밍웨이는 1899년 미국 일리노이 오크파크에서 출생해 1961년 아이다호 켓첨에서 61세로 타계할 때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아프리카에서 큰 짐승들을 사냥하기도 했고, 멕시코만에서 낚시도 즐겼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탔고, 전쟁터에 종군기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결혼은 4번했다. 키웨스트의 집은 1931년에 헤밍웨이가 구입해 1961년 사망후 다른 사람한테 팔렸고, 1964년부터 박물관으로 개방됐다고 한다.

1층거실
1층거실

거실로 들어서자 배 조타대와 함께 필라(Pilar)라고 쓴 현판 아래로 여러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필라는 헤밍웨이가 20여년간 사랑하며 탔던 낚시배 이름이다. 그는 이 낚시배를 타면서, ‘노인과 바다’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노인 어부인 산티아고는 바다에 나간 지 85일만에 낚시로 큰 돛새치를 잡는다. 하지만 돛새치는 너무 컸다. 배로 끌어올리기는커녕, 배가 고기에 끌려다녔다. 3일에 걸친 노인과 돛새치의 사투가 벌어진다. 이윽고 지친 돛새치를 노인은 작살로 찔러 승리로 끝낸다. 하지만 돗새치를 매단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험난했다. 상어들이 공격해 온 것이다. 노인은 5마리의 상어를 죽이며 사투끝에 돌아왔으나 막상 해안으로 끌어올린 고기에는 뼈만 붙어있었다. 상어들이 해치워버렸던 것이다.

이런 내용의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오랜 바다낚시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1층 식당에는 헤밍웨이가 사용했던 ‘탄탈러스’라는 이름의 철제 술병 보관함이 있고, 2층 안방 침대에는 고양이가 차지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이 집은 사실상 고양이가 집 주인 노릇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양이 눈색깔도 두 개가 서로 달라 관광객들의 사진 모델이 되고 있었다.

헤밍웨이의 작업실
헤밍웨이의 작업실

본채 옆에서 헤밍웨이가 작업실로 썼던 건물이 있다. 1층은 물품창고로 쓰였고 2층 작업실에는 타자기와 의자, 그가 사용했던 가방 등이 놓여져 있었다. 헤밍웨이는 여기서 ‘오후의 죽음’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 등을 썼다고 한다.

작업실 앞에는 대형 수영장도 만들어져 있었다.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돌아왔을 때 이 수영장이 만들어졌는데, 당시 무려 2만불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 뒤뜰에 있는 고양이 무덤
집 뒤뜰에 있는 고양이 무덤

수영장을 지나 집을 한바퀴 돌면 열대식물들이 우거진 사이로 고양이 무덤도 나온다. 헤밍웨이의 집에 살았던 고양이들이 죽어가면서 이름도 남기고 있는 곳이다. 사람 말을 못해 묘비명을 남기지 못하는 게 아쉬움이라고 할까?

“키웨스트에도 우리 교민 4가구가 살아요. 우리 신문이 들어가거든요.” 탬파에서 교민신문 ‘플로리다 코리아’를 내는 이승봉 발행인의 말이다. 키웨스트에서 돌아온 다음날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플로리다는 인구가 늘고 있고, 교민들도 늘고 있다”면서 “우리 교민들이 플로리다 곳곳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기>

이 기사를 내보낸 후 페루에서 비지니스를 하는 유대희 회장이 연락을 보내왔다. 그는 자신도 좋아해서 몇번이나 키웨스트를 다녀왔다면서 자신에게는 언제는 용궁으로 향하는 듯한 힐링의 바닷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키웨스트는 스페인어로 Cayo Hueso(카요 웨소)로 원뜻은 유골의 섬, 공동묘지의 섬이라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카요는 섬, 웨소가 뼈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키웨스트로 가는 길. 섬들이 다리들로 이어져 있다.
키웨스트로 가는 길. 섬들이 다리들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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