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희의 본아페티] 파리엔 파샤쥬가 있다
[정주희의 본아페티] 파리엔 파샤쥬가 있다
  • 파리=정주희 해외기자
  • 승인 2019.01.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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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은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곳, 그러나 파리지앵들에겐 이 겨울 산책하기 좋은 파샤쥬(Passage)들이 파리엔 건물들 사이로 숨겨져 있다.

한국에 재미가 숨어 있고 사람향기 물씬 나면서 먹을 것들로 가득한 골목길이 있다면, 파리엔 그런 재미를 누릴 수 있는 파샤주가 있다. 파샤쥬는 통로라는 뜻으로 건물과 건물사이 아름다운 유리지붕으로 되어있어 내부에는 빛이 스며들고 구경거리도 많이 숨겨져 있는 비밀 통로 같은 묘한 구석이 있다.

그곳엔 신기하고 재미난 상점을 비롯해 오래된 고서적을 파는 서점, 갤러리 그리고 맛집들도 숨어있어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곳이다. 그중에 몇 년 사이 주간지나 음식 가이드북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파사쥬 데 파노라마(Passage des Panorama)로 들어가 구석구석 누비며 먹거리도 찾아보자.

그곳엔 미슐렝 2스타를 받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파사쥬53(passage 53)을 비롯해 프렌치가정식을 접할 수 있는 하신(Racines) 비스트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 쉐프로 알려진 Max Alajmo의 감각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카페 스텐(caffe stern)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탈리안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러보아도 좋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만 있는 게 아니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피자집, 아르헨티나 음식인 엠빠나다, 일본 만두인 교자바도 있다. 같은 만두 종류인데 몇 걸음 사이를 두고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하다 할 수 있는 엠빠나다스(empanadas) 전문집인 Classico Argentino와 일본만두인 교자바(GYOZA BAR)가 있어 호기심이 발동되어 재미삼아 들어가 보았다. 교자바는 말 그대로 구운만두에 음료나 술을 바(bar)에서 먹는다는 것 빼곤 특별한 건 없었다.

만두 종류가 다양한 것도 아니고 고기만두 한 종류였다. 특별함을 기대했었는지 실망스러웠다. 반면에 엠빠나다스 전문점은 종류도 다양하고 가볍게 먹을 것 같았지만 먹고 나서 의외로 묵직하게 든든했다. 주변 직장인들로 붐볐고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참고로 엠빠나다스는 남미음식으로 만두와 비슷하지만 조리과정만 비슷할 뿐 재료 크기 맛은 전혀 다르다. 빵 반죽 안에 다진 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넣어 만두처럼 빚어서 튀기거나 구운 음식이다.

엠빠나다 한 개에 4유로인데 점심메뉴(14유로)로 시키면 3개의 엠빠나다스, 샐러드 그리고 디저트가 나온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기, 야채, 치즈, 생선이 다양했다. 다진 고기에 양파, 파프리카가 들어있는 꺄르네(CARNE), 다진 고기에 야채들과 함께 건포도와 올리브가 들어있는 꼬르도베싸(CORDOBESA) 그리고 치즈와 햄이 듬뿍 들어있는 하몬 이 께소(JAMON Y QUESO)를 골라 주문했다. 통틀어 한마디로 맛을 표현하자면, 종류별 피자를 도르르 말아 먹은 느낌이랄까?

모양부터 빵빵하게 부어올라 톡 터트리고 싶게 만들더니, 맛 또한 풍부한 육즙에 혀가 호강하는 느낌이다. 또 달큰한 건포도 맛이 진한 고기 맛 위를 덮고, 짭쪼름한 올리브 맛이 더해져 피자 한쪽 입에 넣은 것 같았다.

거기에 세 종류의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엠빠나다스는 쭉쭉 늘어나는 맛에 약간 느끼하면서도 햄이 주는 짭짭한 맛이 나쁘지 않다. 당연히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훨씬 가볍게 먹을 수 있다.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하지만 주전부리하고 싶을 때 한번 들어가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이 파샤쥬 안에 있는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웬만큼 맛을 보장하고 있어 어느 곳이든 시도해 볼 만하다.

파사쥬 데 파노라마에는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들이 가득한 만큼이나 재미난 추억들도 많은 곳이다.

옛 우표나 동전 그리고 옛 엽서들 파는 곳들도 많아 파사쥬 구석구석에서 말을 걸어와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들이 많다. 요즘같이 추운 날, 파사쥬를 산책하며 구경도 하고 재미있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즐거움도 느껴보면 어떨까?

필자소개
프랑스 요리교육기관 ‘르꼬르동블루’ 졸업, 전 재불한인여성회장, 전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프랑스지역본부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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