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멀고도 가까운 행복
[이영승의 붓을 따라]  멀고도 가까운 행복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9.05.0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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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행복(幸福)을 갈구하며 산다.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되어 있다. 幸(행)은 ‘다행’이나 ‘행복’을 의미하는 상형문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福(복)이란 무엇일까? 

새해가 되면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수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집을 새로 지으면 상량(上梁)할 때 대들보에 應天上之三光備人間五福(하늘의 세 가지 빛에 응하여 오복을 갖추다)라고 쓴다. 여기서 복이란 행복하기 위한 소망이다. 오복이란 많은 소망들 중에서 우선적으로 바라는 다섯 가지 소망이다. 우선 그 오복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의 상서(尙書), 홍범(洪範)편에 보면 수, 부, 강녕, 유호덕, 고종명을 오복으로 들고 있다. 그 의미를 좀 더 상세히 풀어보면 아래와 같다.

수(壽): 오래 삶
부(富): 부유하고 풍요롭게 삶
강녕(康寧): 몸과 마음이 건강함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며 즐겁게 행함(사회적 소망을 달성한 후 남을 위해 봉사하며 행복하게 삶)
고종명(考終命):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함(명대로 살다가 가족 앞에서 유언을 남기고 평안하게 죽음)

네 번째까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소망이며, 마지막의 고종명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소망이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까 싶다.
  
청나라 때 적호(翟灝)가 쓴 통속편(通俗編)에도 오복이 나온다. 세 번째까지는 상기 오복과 동일하나 유호덕 대신에 귀(貴), 고종명 대신에 자손중다(子孫衆多)로 대신했다. 이는 서민이나 천민의 경우는 남에게 덕을 베푸는 일보다 자기가 귀하게 되는 것을 더 우선했으며, 평안한 죽음보다 자손번성을 더 중시한 것이다. 이 또한 상당한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오복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르겠으나 나의 경우라면 아래 다섯 가지를 들고 싶다. 

건(健): 모든 것을 다 갖춘들 건강하지 못하면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뭐니 뭐니 해도 첫째가 건강이 아닐까 싶다. 인명은 하늘에 달렸다고 했으니 건강 하면서 오래 살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처(妻): 젊어서는 물론 노후까지 서로 챙겨주고 말벗이 되어주며 여생을 함께 해줄 사람이 배우자 말고 누가 또 있으랴? 백년해로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재(財): 부자는 아니라도 아플 때 병원갈 수 있고, 취미생활 하는데 궁색하지 않으며,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은 필수요건이 아닐까 싶다.
벗(朋): 외로울 때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고, 가끔은 다투더라도 멀어지지 않는 친구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가 아닐까 싶다. 꼭 많을 필요는 없으며, 두 세 명이면 족하고 진정한 친구라면 한두 명도 무방하다. 
취미(趣味): 등산, 바둑, 낚시, 골프, 수영, 노래, 독서 등 무엇이든 좋으며 중 복되면 더 좋다. 백세시대에 가장 두려운 것이 고독이라 했으니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취미도 꼭 갖춰야 할 것이다.
  
오복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있다. 어느 하나를 이루지 못하면 나머지는 무의미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무리 부를 이룬들 건강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아무리 장수를 한들 배우자나 친구가 없다면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겠는가? 

행복을 인생의 최고 가치로 삼는 것을 행복주의(幸福主義)라 한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간절히 소망한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인생은 원래가 고행이요 가시밭 길’이라며 행복을 포기하는 듯이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나는 절대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구나 소소한 행복들은 주변에 널려있을 것이다. 행복은 신기루가 아니며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단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을 뿐이다. 피할 수 없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대한 즐겨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못했던 지난날에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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