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한인 동포 눈물, 이주여성의 눈물"
이명박 대통령 "한인 동포 눈물, 이주여성의 눈물"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0.07.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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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차 라디오연설서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 언급 유가족에 위로

"이주민들의 눈물이 흐르는한 국민소득 높아져도 선진국 못돼"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한인 동포들이 그동안 흘린 눈물을 언급하며 “그들이 흘렸던 눈물은 오늘날 우리 곁의 이주여성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흘리는 눈물과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44차 라디오·인터넷연설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며 국내 이주여성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시집온 지 8일 만에 살해당한 스무살 젊은 베트남 신부 탁티황응옥 씨 사례를 들며 이 대통령은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그 말이 고국의 아버지와 전화로 나눈 마지막 말”이라면서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오는 결혼이민자는 이미 18만 명을 넘어섰고 그 자녀만도 12만 명이 넘었다”며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혼인 남성 10명 가운데 4명이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외국 출신 신부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문화 가족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우리의 인식도 성숙해져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일부 중개업체들의 그릇된 인식과 관행 역시 바뀌어야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개선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향후 대책 모색에 방점을 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작년 10월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훈센 총리는 내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며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들에 대해서 ‘대통령님의 며느리와 같이 생각해 달라’는 부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다문화가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정책을 수립해 왔지만 과연,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정말 내 며느리라고 생각하면서 세심한 애정을 담았던가 되돌이켜 본다”면서 “훈센 총리의 이야기를 듣고 한편, 미안함을 느꼈고 또 한편,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그런데 이번에 가슴 아픈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싶었다”며 “출국 시간 때문에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베트남 주재 대사를 고인의 친정집으로 보내 애도의 마음을 전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녀가 깊은 사랑으로 맺어져 결혼하고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주 결혼 신부를 그렇게 대하지 않는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한 잘못된 생각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신부의 고국 국민들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6월 말 멕시코 방문 당시 현지 한인 동포들과의 만남을 소개한 이 대통령은 “그들 중 다수는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인 1905년 고국을 떠나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했던 애니깽의 후손들이었다”며 “고난에 찬 동포들의 역사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1960년대만 해도 2만 명 가까운 우리 국민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광부로, 간호사로 독일에 갔다”며 “모든 것이 낯선 만리타향에서 그들이 겪은 어려움이 얼마나 컸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들이 흘렸던 눈물은 오늘날 우리 곁의 이주여성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흘리는 눈물과 같다”고 되돌아보게 했다.

이 대통령은 “그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한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사람과 문화에 대한 관용이 살아 있을 때 국운이 상승”

이 대통령은 성공한 사례들도 소개했다. 7년 간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한 박경옥 씨는 귀국해서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아픈 외국인 근로자 소식을 들으면 어디든 달려가 보살핀다는 것, 외식사업을 하는 한 사회적 기업에서는 이주여성들이 각자 자신의 모국 음식을 만들어서 식당 운영에도 큰 역할하는 것, 지난 지방선거에서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이라 씨가 광역의원 비례대표에 당선된 사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국의 171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은 장기적으로 우리 문화를 다채롭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아버지의 나라와 어머니의 나라 말을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고 양국 문화의 감수성을 고루 갖춘 한국인은 유능한 글로벌 인재가 될 것”이라며 “역사를 돌이켜봐도 고대 로마에서 근현대의 영국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문화에 대한 관용이 살아 있을 때 국운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세기는 상품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라며 “우리 동포 700만 명이 해외에 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주민이 우리나라에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가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며 “역사상 번영했던 나라들은 모두 이질적인 문화를 소화하고 융합을 이뤄냈다. 고유한 문화와 바깥에서 들어온 문화가 섞여서 크게 융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바깥에서 들어온 문화와 사람을 잘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 정책도 개방성을 추구하면서 세계를 향해 열린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며 “열심히 일한 국민 여러분 모두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 즐거운 휴가를 보내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아울러 “지난 2년 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생한 공직자 여러분도 올해는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꼭 가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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