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SF-교감 / 박제천
[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SF-교감 / 박제천
  • 뉴욕=신지혜 시인
  • 승인 2019.10.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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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시인
박제천 시인

SF-교감 

금강초롱 꽃잎 속 황금 꽃술로 발돋음하는 너를 본다
기치료를 받고 와서, 태어나 처음으로 들여다보는 배꼽
금강초롱 꽃잎 속 배꼽에서 배꼽으로 퍼져나가는 
우주의 파동을 느낀다
꽃잎 가득, 배꽃 가득,
눈부신 햇살도 눈시린 눈발도 모두 받아들여
황금꽃술로 발돋음하는 너를 본다
단전에 가득 불을 피워 덥히는 내 삶도
어머니의, 그 어머니의 해소 기침도
예서 물려받았단다
꽃잎 속에 손을 넣으면
문득 외계의 하늘이 서른세 하늘로 층층이 쌓이고
그 어느 하늘에 금강초롱으로 피어나는
어머니의 배꼽 있으니
나  있는 여기서도 개벽의 꽃 속으로 들어가는 길 보이느니,
그곳에서 내 배꼽을 꼭꼭 누르는 손길을 느끼느니


이 시에서 저 환상적 우주파동을 느껴보시라. 또한 이 시가 깊고 따뜻하다.

배꼽만큼 확실한 증표는 없다. 사람이 달고 나온 유일한 증명서 배꼽!  누구나 이 세상 입문 때 각인된 그 배꼽, 이 시에서 황금꽃술로 새겨진 어머니 배꼽에서 배꼽으로 연결된 존재의 끈임을 알게되고. 그 배꼽을 누르는 저쪽끝 무한의 손길과 우주의 파동마저 감지된다고 한다.

'문득 외계의 하늘이 서른세 하늘로 층층이 쌓이고/그 어느 하늘에 금강초롱으로 피어나는/ 어머니 배꼽 있으니' 그것을 따라 이 생의 존재를 증명해주고 시퍼렇게 살아 연결되어있는 이 시의  SF적 상상, 그리고 깊은 사유와 통찰의 깊이가 저릿하게 와 닿는다. 더욱이 '금강초롱으로 피어나는 어머니 배꼽'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이 지상에서 결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 얼마나 마음을 위무해주는가. 이 시로하여 고단하고 지친 우리 삶이 저절로 편안해지며 든든해진다.

박제천 시인은 서울출생. 동국대 국문과.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률(律)』  『심법』  『장자시』  『너의 이름 나의 시』  『노자시편』  『어둠보다 멀리 』 『다른 즈문 가람에 』  『푸른 별의 열두가지 지옥에서』  『나무 사리』  『SF-교감』  『호랑이 장가 가는 날』  『천기누설』  등 15권의 시집 및  『박제천시전집 』 5권, 『시업 50년 박제천 시전집』  5권 등과, 다수의 영시집이 있다. 현대문학상, 동국문학상, 공초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월탄문학상, 바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계간 《문학과창작》 발행인 및 주간.

필자소개
《현대시학》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 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뉴욕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및 다수 신문에 좋은 시를 고정칼럼으로 연재했다. 시집으로 『밑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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