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세계한상대회, 개선할 때가 됐다
[이계송칼럼] 세계한상대회, 개선할 때가 됐다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19.11.1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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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명이 자리한 만찬장, 태극기와 한상대회기가 무대에 등장한다.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면서 입장, 자리를 잡으면 행사가 시작된다. 보통, 대통령을 대신한 외무장관의 연설이 첫 순서로 있고 고관들의 지루한 축사가 차례로 이어진다. 금년은 “한상과 함께 새로운 100주년(?)”을 유난히 강조했다. “조국이 어려웠을 때 도움을 준 위대한 애국자들” “민간외교사절” “국력신장의 전위대”…. 해외 한상인들에 대한 온갖 멋진 찬사들이 쏟아진다. 대회 주인공인 한상(韓商)은 박수치기에 바쁘다. 허기가 고조되어서야 식사가 나온다. 한상대회 개회식 장면이다.

18년째, 별로 달라진 게 없다. 3일간의 화려한 만찬 행사가 핵심인 것처럼 보인다. 한상의 주인공은 해외 민초 소상인들이다. 참석자의 다수다. 그들은 온갖 풍상을 겪으며 겨우 여기까지 왔다. 아직도 대부분은 생업으로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뭔가 얻어갈 게 없을까, 그들의 참석 주목적이다. 별 소득도 없이 한가하게 박수치고, 고급 요리나 맛보고 끝나는 행사라면 사치다.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한상(韓商)은 화상(華商)을 카피한 것이다. 화상은 전 세계 186개국에 거주하는 8700만 중국 상인들의 조직이다. 북미주, 그리고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북경올림픽 개최를 가능케 했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조직이다. 이런 화상의 근간은 해외 거주 상인들 간 민족 정체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끈끈한 연대와 상호 간 결속/협동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는 화상들에게 자국민과 자국 기업 못지않은 특혜를 제공한다. 그들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경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위대로 삼고 있다.

우리 한상의 실상은 여기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재력가는 아직도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인들이 다수다. 화려한 립서비스만 있었지 본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적도 없다. 본국의 해외 주재 대기업은 물론 KOTRA조차도 현지 한상을 소 닭 쳐다보듯 했었다. 그런데 이번 한상대회 전시장에서 색다른 장면을 보았다. 대기업 롯데가 전시대를 가지고 나왔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개척 지원이 그 목적이었다. 바로 그거다. 이제 해외 한상들에게도 막강한 자금, 조직력과 정보력을 가진 대기업을 활용, 그와 같은 도움을 줄만도 하다. 왜? 대기업은 그동안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으므로.

한상이 민족경제공동체의 귀중한 자산임을 모두가 인정한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농사짓듯 한상에 대한 실질적 지원 정책을 펴가야 할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체들의 해외시장개척, 청년일자리창출 같은 문제에 초점을 두는 행사가 아니라, 역으로 해외 한상농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농사가 먼저라는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주관처를 바꾸어 보면 어떨까. 재외동포재단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건 아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 이제는 산업자원부나 중소기업벤처부 같은 상(商)의 전문성과 강력한 집행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부처가 앞장서고, 해외 한상 조직이 파너트로서 참여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商)의 전문가들이 주도해가야 한다. 더불어, 가능하다면 현지 한상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재정정책을 마련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지원, 경영/마켓팅 노하우 제공 등이 그 실례다.

150여국에 뿌려진 한상의 씨앗, 그 싹들이 현지에서 튼튼하게 트고, 무럭무럭 자라도록 가꾸는 일, 여기에 한상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한상대회는 삼성 같은 대기업의 총수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국내외 사업가들이 주요연사로 나와 풍요로운 한상농사(韓商農事)를 얘기하며, 장사꾼들의 상술의 언어가 만찬장을 가득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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