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우한 폐렴’과 황학루의 기억
[비바 코리안] ‘우한 폐렴’과 황학루의 기억
  • 정길화(본지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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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우한 폐렴’의 진원지가 된 우한(무한 武汉)은 후베이(湖北)의 성도다. 우한은 내륙 교통의 요충지로 중국 중부의 정치, 경제, 금융, 문화, 교통의 중심지다. MBC <e멋진세상> 취재차 2002년 여름에 우한을 간 적이 있다. 정말 더웠다. 중칭, 난징 등과 함께 중국의 3대 열탕(熱湯 찜통)으로 불린다고 하더니 줄줄 흐르는 땀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 우한이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원조가 되었다니 안타깝다.

2003년에 중국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맞이하였다. 초기에 ‘괴질’로 보도되던 사스는 점차 상황이 악화되었다. 당시 필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연수중이어서 전전긍긍하며 이 사태를 현지에서 목도하고 체험했다. 그로부터 17년 이후 2020년 중국을 엄습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안타까운 기시감이 있다. 갈수록 통제되지 않는 질병의 양상을 보인다. 17년 전 사스 사태 때에 아래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로 중국에서 20년 이상 살면서 활동한 고든 창(G. G. Chang)의 역저 <중국의 몰락>중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공산당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을 다룰 때만 편안할 수 있다. (....) 그들은 형체가 없으며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공산당은 형체가 없는 조직을 이해하지 못한다. 공산당은 볼 수 없는 것을 다룰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당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만 정부는 그들을 체포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의 ‘그들’은 파룬궁 신도들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파룬궁 신도 자리에 사스 바이러스를 대입하면 어떨까. 놀랍도록 들어맞는 상황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적’(an invisible foe, <파이스턴 이코노미>의 표현) 사스는 아직 중국 당국에게 통제되지 않는 대상이다....”(월간중앙 2003년 6월, 정길화PD의 중국 엿보기 - ‘보이지 않는 적’, 사스; <3인3색 중국기>(정길화, 조창완, 박현숙 공저, 도서출판 아이필드, 2004 pp.101-102.)

이제 ‘파룬궁’ 자리에 들어간 ‘사스’ 대신 ‘우한 폐렴’을 넣어야 할 것인가. 공산당의 폐쇄성과 관료주의는 여전히 의심과 불신의 대상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춘절 휴일에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변함없는 신뢰와 협력, 과학적 예방과 치료, 정확한 정책만 있다면 우리는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지며 중대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외신 종합). 이제 비로소인가? 17년 전 기시감은 가중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떨 것인가. 사스, 메르스 등에도 드러났듯이 지구촌 시대에 질병통제는 한 나라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우한 하면 황학루(黃鶴樓)가 생각난다. 황학루는 223년 장강의 강변에 있는 망루로 건립되었는데 악양루, 등왕각과 함께 중국 ‘강남 삼대명원’의 하나로 손꼽힌다. 중국 8세기의 시인 최호(崔顥)의 시로 유명하다. 그는 “한번 간 황학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흰 구름만 하늘에서 유유히 떠다니는구나”라고 노래했다. 지금의 건물은 1985년에 만들어졌다. 높이 51.4미터의 대형 건물이고, 내부에 2개의 엘리베이터도 설치되는 등 대형 구조물이다. 최호의 시 ‘황학루’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日暮鄕關何處是 해 지는데 고향으로 갈 곳은 어딘가
煙波江上使人愁 강 위 안개만이 사람의 근심을 더해진다(번역 조창완)

1월26일 현재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전국 30개성에서 1천975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56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688명, 사망자는 15명이 늘어난 것이다. 1300여 년 전 최호가 남긴 글은 문명의 발달과 무관하게 인간세상사에 근심이 끊이지 않음을 미리 내다본 것만 같다. 중국은 아니 인류는 이번 신종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필자소개
정길화(전 MBC PD, 아주대 겸임교수, 본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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