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마라토너 강명구 기고] 이란에는 이란왕자와 신라공주 사랑얘기 전해져...‘대장금’보다 ‘주몽’에 더 열광한 나라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기고] 이란에는 이란왕자와 신라공주 사랑얘기 전해져...‘대장금’보다 ‘주몽’에 더 열광한 나라
  •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 승인 2020.02.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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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글이  실린 이란 매체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가 이란 매체에 기고를 했다. 2017년 9월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4개월동안 18개국 1만6천km를 달린 그가 이란을 달렸을 때의 기억을 회고하며 기고한 글이다. 평화주의자로서의 감각이 돋보이는 글이다. 필자 강명구씨의 동의 아래 이 글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이란을 생각하면 금방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페르시아 왕자와 거대한 궁전과 모스크가 떠오르는 귀에는 가깝고 눈에는 먼 나라, 마음으로는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나라이다. 중앙아시아는 언젠가부터 서구의 눈으로 바라봐서 우리에게 가장 오해가 많고 편견의 먼지에 뒤덮인 곳이다. 서구가 씌워준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면 이란은 금방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친근하고 신비스러운 나라로 다가온다. 가깝고도 멀지만 역사적으로 교류가 많았던 나라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13%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고, 이란 신혼부부들의 혼수품 10개 중 8개가 한국 제품이란 말이 있다. TV와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시장은 한국 제품들로 넘쳐난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시대의 유물 중에 유난히 많은 유리가 발견된다. 신라 왕릉의 석상도 우리의 모습과 다른 페르시아인의 모습이다. 처용무의 처용의 모습도 역시 페르시아인이다. 황금보검도 페르시아계 유물이다.

폴로 경기는 페르시아에서 시작한 지극히 유목민적인 운동경기이다. 이때 신라에는 폴로와 비슷한 격구경기가 있었는데 그 옛날 두 나라가 국제 친선경기를 벌였다. 결과는 두 판 모두 페르시아 팀의 승리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페르시아 문헌에만 남겨져 있다. 이 때문에 폴로경기의 실제 전적은 다소 석연치는 않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전통이어서인지 지금도 이란과 한국의 축구경기는 언제나 명승부를 펼친다.

내가 유라시아를 달려올 때 제일 환영해준 나라가 이란이었다. 인종은 다르지만 그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불렀다. 어른을 공경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같다고 했고, 좌식 문화가 같다. 그들은 이란의 여자들이 쓰는 히잡이나 차도르가 우리 조선시대 때 여인들이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장옷이나 쓰개치마와 얼마나 유사한지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연관성을 생각해보지도 못한 것이다.

투루판을 달리는 강명구 마라토너

이란에는 11세기 기록된 ‘쿠쉬나메(Kush Nama)’라는 구전 서사집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 속에 우리나라 기록에는 없는 페르시아 왕자 아브틴과 신라 공주 파라랑의 애틋한 사랑이 결실을 맺어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전설적인 인물, 왕자 페레이둔이 훗날 페르시아로 돌아와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페르시아 왕자인 아비틴은 난민들과 함께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중국으로 가서 정착하여 살다. 중국의 정세가 요동을 치자 그 당시 황금이 풍부하고 미인이 많기로 알려진 한반도에 있는 신라까지 찾아온다. 이 서사시의 묘사된 바로는 정의롭고 현명한 신라왕 타이후르는 두 왕자를 내보내 패망한 나라의 왕자 아비틴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아비틴이 본 신라의 궁전은 달처럼 아름답고 인형 같은 선녀들이 넘쳐나면서 향기로운 낙원과 같았다.

듣던 대로 임금이 거처하는 낙원 같은 궁전은 금으로 덮여있고 모든 의자에는 사파이어가 박혀있었다. 황금으로 장식된 신비로운 나라 신라에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이 오자 춘심이 동한 아비틴 왕자는 왕궁을 거닐다 타이후르 왕의 딸인 신라 공주 파라랑을 만났다. 공주를 보는 순간 그는 일생에 한 번 경험하는 심장이 멈추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애틋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국경도 초월하고 인종도 초월하여 결혼을 한다.

1년 후 둘 사이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 페레이둔이 태어난다. 신라 공주는 아비틴과 함께 아들 페레이둔을 안고 고국을 떠나 멀고 험난한 길을 따라 페르시아로 건너간다. 파라랑은 신라 왕실에서 마련해준 두 척의 배에 몸을 싣고 먼 바닷길을 떠났다. 이때 선원들과 시녀들이 함께 탔다. 이들이 코리안 디아스포라, 페르시아 이민자들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후 머나먼 이국땅에서 신라 공주 파라랑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는다. 하지만 한국 여인의 억척스러움과 모성애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아들을 지키고 훌륭하게 키워낸다. 페레이둔이 장성하자 사람들을 규합해 조상들의 원수인 아랍군을 물리친다. 페레이둔은 페르시아의 영웅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는 내용이다.

술 문화가 없는 그들은 대부분 직장이 끝나면 집에 들어가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본다. 그래서 드라마 하나가 인기를 끌면 보통 70~80%의 시청률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의 ‘대장금’이나 ‘주몽’은 재방 삼방까지 해서 시청률 95%가 넘었다고 한다. 이란인 남녀노소 모두가 이영애, 송일국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송일국의 주몽이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내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주몽’을 언급하면 “거벨나더러”라고 한다. 그냥 나가라는 뜻이다. 차량이 교통위반으로 걸렸을 때도 경찰에게 ‘송일국’ 그러면 엄지 척하고 그냥 가라고 했다.

장난스럽게 몰려들던 아이들과 “One Korea” “One World” “One Peace”라고 외치며 함께 달리던 기억이 어제 같다. 여고생들과 유채꽃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며 우리의 BTS와 이민우 등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여전히 선하다. 발볼이라는 도시에서는 시장이 시의 상징인 오렌지 꽃이 평화를 상징한다면서, 평화의 도시에 평화마라토너가 지나가 주어서 감사하다며 감사패를 주기도 했다.

당시의 일정을 소개한 팜플렛

이란은 세계에서 북한과 함께 미국에 맞장 뜨는 독특한 나라다. 둘 다 40여 년, 70여 년을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에 맞짱 뜨면서 코피 흘리는 일반 시민들의 삶이 국경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보이는 듯해서 애처롭고 슬펐던 곳이다.

한국은 청해부대를 호르무즈에 확대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파견된 것이다. 우리의 전쟁은 70년간 평화협정도 맺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전쟁 수렁에 빠져서 헤메기도 했다. 이라크전쟁에 참전했고 다시 호루므즈해협의 전쟁에 발을 담근다. 정부는 독자적인 작전을 편다고 항변한다. 베트남전도 처음에는 건설지원단이란 명목으로 비둘기부대가 파병되었다.

실크로드는 과거의 길이고 미래의 길이지만, 현재의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첨예한 국가 이기주의로 이 길은 동맥경화에 걸려있다. 나는 평화주의자로,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미국이 개입해 전쟁이 일어나고 난민이 생기고 사상자가 생기는 참담한 일들이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나는 올가을에 베트남 사죄 마라톤을 기획하고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우리 국군 5천여명이 사망했다. 또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도 피를 흘리고 죽어갔다. 억울한 영령들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내면서 달릴 것이다. 이란을 다시 달리고 싶지만, 이란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달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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