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애타는 부모마음 누가아랴
[이영승의 붓을 따라] 애타는 부모마음 누가아랴
  • 이영승(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0.05.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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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어버이 날이다. 처부모님이 살아계시니 나는 부모임과 동시에 자식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의 의무는 무엇이며, 그 책임은 또한 어디까지 일까? 매년 해보는 고민이지만 해가 갈수록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오늘은 부모의 입장에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본다.

자식에 대해 마음비우지 못하면 상처받는 쪽은 오로지 부모라고 했던가? 하지만 어느 부모가 이해타산 계산하면서 자식을 대하랴. 나 역시 그동안 수없이 마음을 비우자고 뇌며 살았다. 그렇지만 죽는 날까지 이 하나만은 결코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존경하는 지인 중에 자식 남매를 키워서 딸은 출가를 시키지 못한 분이 있다. 언젠가 그분이 하던 말이 기억난다. “평생 내게 한(恨)이 하나 있다면 딸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차라리 나와 함께 죽자며 머리채라도 움켜잡고 한번 울어보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내가 어찌 어미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무심코 들어 넘겼던 그 말이 왠지 오늘 따라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들이 금년 마흔이 되었다. 내게 남은 소망이라면 오로지 아들의 결혼이다. 제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 내 울타리로부터 훨훨 벗어나 주기만을 학수고대중이다. 한 가지만 더 욕심 부린다면 손주를 안아보고 싶다. 그 손주를 위해 비록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꾸어온 정신적, 경제적 여력을 아낌없이 주면서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 맹세컨대 그 외에 자식이 부모에게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혈연에 관심이 지대하던 우리 조상님들은 대(代)를 잇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관심사요 가치였다. 나도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혼자가 적지 않은 시대이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거나 아들딸 상관없이 한둘만 낳는 세태다. 내 어찌 ‘대’ 운운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자와 손잡고 걷는 할아버지를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이는 대체 무슨 심사일까?

딸아이가 숱한 애간장을 태우다 늦게 결혼하여 어여쁜 공주를 나았다. 하루하루 앙증스럽게 커가는 외손녀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칠순의 나이에 지금까지는 아들딸 통틀어 유일한 혈손이니 어찌 귀엽지 않으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아들도 아기에게 가끔씩 선물을 사주는 등 외삼촌 노릇을 잘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손주에게 귀여운 표현을 마음 놓고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심리란 말인가?

자식에 대해 욕심 없는 부모 누가 있으며, 가진 힘 다 바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네 부모세대가 실로 그러했으며 우리 또한 그랬었다. 그런데 서양 문물의 도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전통이 갈수록 급변하고 있는 듯하다. 자식으로서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효(孝)는 입에 담기조차 고루하게 느껴진다.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식들을 마냥 나무라거나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나도 그러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자식걱정으로 애태우는 간절한 이 마음이야 어찌 그칠 수 있으랴!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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