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실 대한민국한식포럼 고문 “삼장(三醬) 표준화 안돼, 레시피 의미없어”
손성실 대한민국한식포럼 고문 “삼장(三醬) 표준화 안돼, 레시피 의미없어”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7.30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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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청와대에 근무한 숙수··· “아직 집에서 된장 담아”

“삼장(三醬)이 문제가 있어요.”

15년간 청와대 숙수를 지낸 손성실 대한민국 한식포럼 고문한테 한국음식의 고칠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손 고문은 최근 대한민국 한식포럼 문웅선 회장, 나흥열 사무총장, 옥치민 포럼홍보위원 등과 함께 대구와 대전, 충북, 전북을 다녀왔다. 2020년에 위촉된 한식대가들과의 간담회를 겸해 7월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지역 방문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 신임 한식대가로 위촉된 분들을 포함해 30여분을 만나고 왔습니다. 사업장인 식당과 식품 제조현장도 방문했습니다.”

먼저 대전으로 가서는 한식대첩 우승자인 이우철 대표와 이정삼 대표의 매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우철 대표와 이정삼 대표는 삼계탕 및 한상차림 프랜차이즈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직영점은 물론, 이우철 삼계탕, 이우철 한상차림 브랜드의 프랜차이즈점도 1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어 대구로 갔어요. 대구에서는 팔공산 차밭골 식장에서 2020년 한식대가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대구와 주변지역에 있는 한식대가 2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주로 가서 우리포럼 회원인 천수봉 전남북연합회장을 만났습니다. 천 회장은 호남음식 명인이며, ‘이화찬’이라는 폐백음식, 사찰음식 및 단체급식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이어 초정약수터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박혜순 충청연합회장을 만났습니다. 박 회장은 충북 미원에서 된장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법인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6년 제작된 영화 '대통령의 밥상'. 배우 사미자씨(왼쪽)가 특별 출연했다.
2016년 제작된 영화 '대통령 밥상'. 배우 사미자씨(왼쪽)가 특별 출연했다.

그는 이렇게 최근 삼남지역 방문 소식을 소개한 뒤 우리 음식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삼장(三醬)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레시피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일침을 놓았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3장이라고 합니다. 우리 음식을 요리할 때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현재 생산돼 시판되는 3장의 종류도 무척 많아요. 단 브랜드마다 내용물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의 염도만 봐도 그래요. 짠맛을 내는 염도가 다 틀립니다. 염도가 일정하지 않으니 레시피가 소용이 없어요. 그러니 집집마다 된장맛 김치맛이 다 다르게 되는 것이지요. 해외에서 나오는 토마토 케첩이나 일본의 간장 같은 것은 염도 표준이 있습니다. 우리도 표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이 같은 표준이 있어야 일정한 제품이 나오고, 일정한 맛을 내는 레시피가 가능하고, 우리 음식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고문은 청와대 숙수로도 유명하다.

“1966년부터 1981년 4-5월까지 청와대에서 조리일을 했습니다. 어려서 공부 안 하고 서울 올라와 갈 데가 없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15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을 했어요. 서울 사대문 안에 있던 한일관 진고개 삼오정 유명식당에서는 다 일해봤어요.”

그는 부지런하고 성실해서 남들 월급의 두 배를 받았다고 한다. 직원들을 이끄는 ‘오야지’가 일을 시켜보고는 월급을 올려줬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식당 주인이 직접 직원들의 월급을 결정하던 시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포항제철 지을 때 현장으로 가서 일본 독일 기술자들을 위한 구내식당에서 1년 정도 근무했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와서 손 고문이 끓은 된장찌개를 먹고는 청와대 근무로 발탁됐다고 한다.

전남 나주 남평이 고향인 손 고문은 인상에 가장 남은 음식으로는 대전역의 우동국수를 든다. 배고픈 시절, 완행열차를 타고 가면서 대전역에서 들러서 먹은 가락국수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고 소개한다.

손 고문은 지금도 일산 행신동에 있는 집에서 된장을 직접 담는다고 한다. 부인이 콩을 끓이고 이겨서 된장을 담는다는 것이다. 콩 서말을 삶아 된장을 담으면서도 방앗간에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가마솥을 쓰지 않아요. 집에서 쓰는 솥을 씁니다. 메주를 만들어서는 간장을 많이 빼지 않습니다. 그 바람에 간장색깔이 검어요. 간장을 약간 뺀 된장으로, 바지락 같은 해물을 넣고 해물된장국을 끓이면 맛이 일품이지요. 된장에는 풋고추, 감자, 호박은 넣어야 해요.”

그는 집에서 된장국 외에도 미역국도 즐겨 끓여 먹는다고 한다. 미역국에는 소고기를 넣거나 북어 같은 해물을 넣기도 한다고 소개한다. 미역은 소금을 뱉어내면서 사는 식물이어서 건강에 좋고, 산모들한테도 좋다고 한다.

손주와 함께 밖에 나가서 사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질문에는 “여름이니 열무국수나 콩국수, 막국수, 냉면, 삼계탕 등이 좋다”고 말한다. 열무국수는 굵은 생고추를 갈아 넣어서 만든 게 제격이라고 한다. 전라도풍의 열무국수다. 콩국수의 콩은 불려서 진하게 잘 갈아야 맛있고, 누룽지삼계탕이나 전복, 문어를 넣은 삼계탕도 좋아한다고 소개한다.

대한민국 한식포럼에는 내로라하는 음식 대가 300여명이 모여 있다고 말하는 그는 외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식으로 맵지 않은 잡채불고기과 갈비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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