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白] 통일은 남북이 서로 알아야 가능하다
[餘白] 통일은 남북이 서로 알아야 가능하다
  •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 승인 2020.08.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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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6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 최전방에서 근무했다면 남한에서 날린 전단지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전단지를 경험하면 매우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단지에 영향을 받고 귀순을 선택한 사례가 적잖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강산 인근에서 북한군으로 근무하다 2016년 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강유 씨다. 그는 “전단지가 너무 많아 골라볼 정도였다”며 “전단지 외에 USB, MP3, 초코파이, 담배, 1달러 지폐 등도 산에 널려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렇게 시작된 호기심은 점차 확대돼 한국에서 보낸 USB를 몰래 보는데 이르렀다. “귀순 결심에 전단지의 영향은 5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폐쇄된 북한 당국은 전단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2020년 6월4일 북한 김여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지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6월16일 진짜로 한국이 건립비용만 178억 원을 지불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대북전단지 살포는 주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단체들이 주도한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정부는 김여정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17일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로 논란을 빚은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의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12일 탈북자단체 ‘큰샘’에 대한 통일부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통일부는 대북전단 사건 이후 통일부 산하 등록법인 일부에 대해 사무검사에 착수했다. 국내외의 인권단체들은 통일부의 사무검사가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이들 단체에게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협조하고 순응할 것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7월 31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단체들을 협박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통일부의 사무검사는 정치적 결정이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 정권의 폐부를 찌르는 대북전단지 살포는 자유평화통일에 도움이 될까?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고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사람의 의무이다. 되면 되고 말면 마는 그런 대한민국의 선택적 의제(agenda)가 아니다. 타의에 의하여 찢어진 가족이 다시 합치는데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그리고 통일은 동북아시아에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항구적인 자주평화를 누리려면 통일은 필수이다. 또한 통일은 코로나19 등의 경제문제도 일거에 해결하며,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안에 경제, 군사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영토와 인구, 자원을 확보한다.

당장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2400만 명의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이다. 평양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아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동족의 구출이 시급하다. 이산가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남한의 사람들과 몇 줄 건너 모두 혈육인 것이다. 그들의 비참한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2018년 6월 국회입법조사처의 통일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한이 한 민족이라 해서 통일을 할 필요가 없음에 50.3%가 동의했다. 반 이상의 국민이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북한과 우리가 통일이라는 말조차 실종되어가고 있는 것은 체제가 달라서이다. 체제가 다르다는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철학과 이념, 가치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체제가 다른 남북한이 통일하려면 남북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라면 거의 통일할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대북전단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알지 못한 외부정보를 알려주는 데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볼 수는 있다.

또한 비핵화, 남북경제교류 등 모든 대북관련 정책은 통일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 조직적,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 교체 시 마다 단편적인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 위주의 권력마케팅 수단과 ‘퍼주기’ 방식으로 남북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한국을 비웃으며 이용만 하고 한국은 질질 끌려만 가는 것이다. 정권의 사심(私心)이 잔뜩 들어간 대북한 정책은 도리어 통일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통일이 주변 중국, 일본, 러시아와 미국에게 도움이 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주변국들이 적극 협조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통일의 날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처럼 오는 것이 아니다. 독일 분단에서 1990년 10월 3일 통일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미하엘 겔러(Michael Gehler)는 독일의 분단(Teilung)과 통일(Einigung)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통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다다를 때 통일이 역사적 사건으로 오는 것이다. 독일의 예를 들어 우리의 통일을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부끄럽다. 독일은 우리처럼 5천 년간 단일민족으로 이어진 나라가 아닌 다수의 민족이 모인 연합체이다.

또한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로서 유럽과 미국이 통일을 달갑게 여길 리 없고, 내부적으로도 지금의 우리처럼 좌파 우파로 극렬하게 갈려 단합된 통일안을 만들고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 이었다. 외부적, 내부적 환경이 열악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독일은 통일을 위하여 쉼 없이 구체적으로 금융, 문화, 언론 등 교류와 협력을 하면서 통일의 날을 모색하고 실천했다. 베를린 장벽이 시멘트가 불량이라 그냥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이 다양한 부문의 통일을 준비하고 실천한 중에 언론 부분이 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2011년 8월에 발행한 “통일과 언론 :독일의 경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 교류를 추진했다. 동서독의 언론 교류는 동서에 있는 독일인들이 서로를 알게 했고 그래서 당연하게 둘이 합쳐야 한다는 것이 상시적인 당면과제였으며 갈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바로, 서로를 알고 있다는 이 점이 중요하다.

탈북자 단체들이 감옥을 갈 각오로 북한에 전단지를 보내는 것은 그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완전하게 정보가 차단되어 세상의 실정을 모르는 북한주민들이 단순한 전단지 만을 보고도 김씨 정권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 정도이다. 북한주민들이 한국과 세계의 상황을 알게 되고, 한국이 북한의 사정을 잘 알게 된다면 한민족이라는 공감대가 깊어지고 자연스럽게 통일의 내부적 열망도 높아질 것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최근 북한 스마트폰 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북한은 약 600만 명의 휴대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집트 · 태국 합작사 등 3개 통신사가 3세대(3G)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장마당 종사자 등 1인당 다수의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할 때 실제 휴대전화 사용자는 전체주민의 약 20%에 해당하는 450만 명 수준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중국계 제조 기업을 통해 구형 스마트폰 모델을 수입하여 판매중이나, 과학기술력 과시하기 위하여 스마트폰을 자체 개발한다고 북한 정권이 발표는 하고 있다. 최근 발매한 고급사양 스마트폰은 한국의 1~2년 전 보급형 수준이며, 운영체제(OS) · 응용프로그램(app) · 보안 · AI 등은 자체 개발한 기능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은 와이파이(wifi) 기능은 없고, 인터넷의 연결이 안 되고, 앱(app)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것이 금지되어있는 등 정보통제 차원의 제약이 있으나, 제한적으로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오프라인 매장인 ’봉사장터‘ 등에서 다양한 앱을 복사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주민에게 일방적 정보 전달 도구로 스마트폰이 활용되고 있으나, 개인들이 외부와 접속이 되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북한주민들이 한국 등 외부의 정보를 습득하는데 어렵게 보내는 전단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한국의 IT 기술이라면 북한에서 외부접속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은 북한주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외부접속을 하도록 하는 데는 그렇게 어려운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아날로그 방식의 대북전단 살포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면 충분히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유엔 등 인권단체들이 지원하고 탈북단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 방법은 접경지역주민들에게 일부 피해가 가고, 북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와 마찰이 일어나는 상황이 지속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600만대를 이용하여 북한 주민들이 외부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추진한다면 지금의 방법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이다.

기존의 대북전단지 살포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발전하고, 이어서 남북한 정보 교류가 언론 차원으로 승화, 활성화 되어야 한다. 그래서 7500만 명의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그리워하며, 자연스럽게 통일의 염원이 응집하여 자유평화 통일의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글을 쓰고 잠깐 교정을 보고 있는 중에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외신 간담회에서 ‘북한이 한국 인권 단체들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문제 삼으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시킨 것처럼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보인다. 참으로 통일의 긴 안목으로 대북정책을 펼치려는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북한의 비위만을 맞추어 예전처럼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 이벤트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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