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복 전 조지아한인회장 “한-조지아 산업 및 문화교류에 힘쓸 것”
이광복 전 조지아한인회장 “한-조지아 산업 및 문화교류에 힘쓸 것”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9.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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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비철금속 비즈니스로 진출··· 현지에서 ‘조지아한국문화언어재단’도 운영
이광복 전 조지아한인회장
이광복 전 조지아한인회장

“조지아는 야생화 천국입니다. 봄이면 들꽃들로 가득 찹니다. 여름은 자두와 포도가 익고, 가을은 단풍이 물들어요. 겨울은 스키 시즌과 함께 새하얀 눈의 왕국으로 바뀌지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미(美)가 사계절 연출됩니다.”

이광복 전 조지아한인회장의 소개다. 그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트빌리시 지회장도 맡고 있다. 기자는 월드옥타 회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옥미방’의 번개모임에 나갔다가 이 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9월23일 서울 강남에서 이뤄졌다.

“작년 1만5천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조지아를 찾았습니다. 10년 전에 연간 1천명이었던데 비하면 크게 늘어났어요. 조지아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한진관광에서 지난 2년간 직항 전세기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조지아 트빌리시 공항과 인천을 잇는 이 직항편마다 2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조지아까지 직항 전세기편으로는 9시간 걸린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직항편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터키 이스탄불이나 카타르 도하,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공항을 거쳐서 조지아를 찾는 여행객들이 훨씬 많다. 패키지여행도 마찬가지다.

“2003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그루지야 대사관에서 신청 후 일주일 기다려 비자를 받고, 수도인 트빌리시로 들어갔습니다. 당시만 해도 입국 비자를 받기가 까다로웠고 항공편이 갑자기 끊겨 육로로 왕복 4천 킬로를 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한국 여권이면 무비자로 입국하는 최근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 회장은 지금은 여행업, 부동산개발업, 농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으나, 메인 비즈니스는 여전히 비철금속 제조유통이다.

“한국에서 상사에 근무하면서 비철금속 무역을 담당한 것이 ‘전공’으로 됐습니다. 이라크전 발발을 계기로 터키 쿠르드족 파트너들이 함께 일하자고 해 독립했습니다. 이라크와 이란, 터키를 오가면서 전쟁터에서 발생한 황동 탄피들과 구리들을 한국과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했습니다. 당시 터키 남부 메르신 항구 보세장치장에서 북부 이라크에서 넘어온 구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을 하루에 20대씩 수개월 동안 컨테이너 로딩 작업을 직접 했습니다. 전쟁에서 발생한 스크랩들로 폭발위험이 상존하는 위험이 있었지만 그런 대량을 치울 기회가 제게 찾아와 신용이 생명인 비철맨으로서 원 없이 일한 기억이 지금도 제 열정의 원천입니다. 이때의 경험과 해외바이어들이 훗날 조지아 항공당국이 보유한 폐비행기 전량을 제가 해체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이라크전 물량이 소진된 후 터키에서 사업을 벌일지, 아니면 조지아로 갈까를 두고 망설이다가 조지아를 택했습니다. 당시 조지아는 이웃 나라인 아제르바이잔과 같이 비철금속 스크랩 수출이 금지되어있어 구리와 알루미늄 스크랩을 다른 나라들보다 싸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장수국가 조지아

이 회장은 조지아에서 이미 18년째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을 크게 키웠지만,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조지아로 들어가서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큰 사기를 당했습니다. 구리 수출을 했는데, 클레임이 걸린 것입니다. 고철에다 슬러지, 심지어 납덩이, 돌덩이까지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겁 없이 현지인 업체에 믿고 맡겼던 게 탈이었다. 그는 그 후 알루미늄 합금공장을 하면서도 두 번이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공장에서 제조한 알루미늄괴 같은 제품의 재고와 수량이 맞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 벌어진다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공장과 창고 물건을 빼돌린 것인지 혈혈단신 외국인으로서는 당시 조지아 사회분위기 상 밝혀내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가자마자 호되게 당한 몇 번의 경험이 뒤돌아보면 반대로 사업에 도움이 되었어요. 시장으로 직접 뛰어들게 되어 무서워 보여도 약속을 지키고 계산이 정확한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발로 뛰면서 현지인들을 만나자, 그들과 얼굴은 다르지만 제 열정을 받아들이고, 서로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광복 회장은 현지의 비철금속을 현재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는다. 터키와 동유럽 등지로 내보낸다. 주로 독일 구리회사들의 해외공장들이다. 매출도 1백억원 대를 넘나든다.

전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지로 주로 내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진 지금은 자금력이 중요하기에 원거리 국가들보다는 인접국들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톤당 1,200불 하던 구리가 십여년 전 1만불이 되기도 했어요. 각국의 도시화와 차량경량화, IT분야가 확대되면서 구리와 알루미늄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을 맞아서도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일부 지역 스크랩 매집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겨 원자재 투기 수요도 가세를 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수집해 제조 수출하는 이 회장과 같은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해졌다고 한다.

또한 그는 세계적인 구리 회사인 Luvata 사의 한국 독점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주로 Luvata 말레이시아공장 도금용 소재를 한국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광복 회장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한인회장으로 봉사했다. 조지아 한국교민수는 150명. 5년 전 100명에서 차츰 증가해온 추세다. 관광 비즈니스나 한달살기로 인한 일시 체류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다. 교민 중에서는 선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식당은 3개가 있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지아는 광업과 농업이 주된 산업입니다. 제조업은 미약합니다. 금과 구리, 망간 등 광산물과 비철금속 외에 탄산수와 와인 등을 해외로 많이 수출합니다. 탄산수는 구소련지역에서는 최고로 알려져서 지금도 구소련지역과 동구권으로 많이 수출됩니다. 조지아 와인도 일품이지요.”

조지아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와인의 흔적이 발견된 곳도 조지아이다. 8000년 전에 와인을 빚은 것으로 보이는 항아리(크베브리)가 조지아에서 발견됐다. 항아리 안의 유기물을 조사한 결과, 포도에서 나오는 주석산(타르타르산)이 대거 검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조용 포도씨앗도 많은 유적에서 나왔다.

2019년 전주국제 발효식품엑스포. 이광복 회장은 2016년부터 이 행사에 참여해 조지아산 제품들을 소개해 왔다.
2019년 전주국제 발효식품엑스포. 이광복 회장은 2016년부터 이 행사에 참여해 조지아산 제품들을 소개해 왔다.

노아의 방주가 멈춘 아라라트산이 조지아에서 멀지 않다는 것도 흥미롭다. 성경에 따르면 대홍수가 끝난 뒤 노아의 방주는 아라라트산에 멈춘다. 노아는 그 일대에서 정착해 농사를 짓는다. 창세기에는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또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벌거벗었다는 내용도 있다.

“조지아 와인은 최근 중국으로 많이 수출됩니다. 지난해 중국으로의 수출량이 6백만병을 넘었다는 통계도 있어요. 한국에서도 두 개 업체가 조지아 와인을 수입하지만, 양은 중국에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이광복 회장은 2016년부터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발효식품 엑스포에 참여해왔다. 조지아산 와인과 꿀, 주스, 치즈, 허브소금, 과일 소스류 같은 제품들의 한국 판로를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매년 조지아 기업 15개사가량을 이끌고 전주국제발효식품 엑스포에 부스를 열어 참여했습니다. 많을 때는 조지아에서 26개 회사가 참여한 적도 있어요. 올해는 코로나로 엑스포가 아쉽게 열리지 못했습니다.”

이광복 회장은 전주국제발효식품 엑스포 때 조지아 K-pop 우승팀도 대동해 참여한다. 이 회장은 조지아에서 K-pop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우리 공관과 공동 개최하는 행사다.

지난해 7월 조지아공화국 트빌리시에서 열렸던 K-POP 월드 페스티벌 예선대회.
지난해 7월 조지아공화국 트빌리시에서 열렸던 K-POP 월드 페스티벌 예선대회.

K-pop 우승팀은 전주엑스포에서 공연도 펼치고, 한국 견학도 한 뒤 돌아간다. 이 비용을 이광복 회장이 부담한다. 조지아에서 K-pop 페스티벌이 시작된 것도 이 회장에 의해서다. 이 회장이 K-pop 전용 연습실을 2015년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후인 2016년부터 이 페스티벌은 시작됐다.

지난해 7월21일 치러진 제4회 대회에는 900명의 관객이 참여했으며, 현지 방송 등 언론들도 다투어 방영했다. 3일간에 걸친 예선전에는 58개 팀이 참여했으며, 본선에는 12개 팀이 올라 열전을 벌였다. 이 행사는 K-pop과 한국문화에 관한 관심을 현지에서 확산시키는 대표적인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과 어떤 연결을 찾길 원하는 조지아인들을 위해 지난해 말 비영리재단을 만들어 조지아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지 청소년들의 K-pop 활동을 지원하고 한국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재단입니다. 이름을 ‘조지아한국문화언어재단’이라고 붙였습니다. 우리 재단의 활동이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그들 삶의 일부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비즈니스보단 우리 재단 자랑을 하고 싶다는 그는 “벌써 수많은 조지아 사람들이 우리 재단의 성공을 한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앞으로 한국-조지아 간 문화교류에도 적극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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