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사자성어] 대괴애기(大塊噫氣)
[미학의 사자성어] 대괴애기(大塊噫氣)
  • 하영균(상도록 작가)
  • 승인 2020.10.0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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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제물론 편에 나오는 말이다. 대괴(大塊)란 말은 대지와 같은 말이고 자연이라는 의미이다. 애기(噫氣)란 하품을 말하는 것이다. 이 두 단어를 붙여서 해석하면 대지의 숨결을 말한다. 대기가 숨을 쉬면 내려 쉬기도 하고 올려 쉬기도 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만물을 변화시킨다. 즉 바람이다. 바람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옛사람들은 하나의 비유를 들어서 이야기했다. 바람을 일으키는 거대한 힘이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만한 존재를 봉황이고 생각했고 봉황의 날갯짓이 바로 바람이라고 본 것이다. 바람의 갑골 문자를 보면 봉황의 날갯짓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런 갑골 문자가 바뀌면서 최종적으로 바람 풍(風)자로 변했는데 이 속에는 벌레 충이 들어 있다. 즉 바람이 불면 벌레가 등장한다는 의미이다. 벌레는 생명의 상징이고 바람이 벌레를 몰고 온다고 했으니 생명력을 불러 세운다는 뜻이다. 즉 변화의 바람은 생명을 잉태한다는 의미이다.

바람은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자연에 존재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바람을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소리다. 흔들리면 소리가 난다. 구멍이 있으면 그곳을 지나는 움직임이 있어 바람 소리가 가는 것이다. 자연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하며 지나갈 때 소리가 나는 것이다. 바람이 지나지 못하면 죽었다. 소리가 나지 못하면 죽은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하는 것도 숨소리 즉 인간의 바람 소리다. 그 소리가 없으면 죽었다. 즉 숨소리가 멈추면 죽은 것이다.

자연에서 바람이 없으면 죽었다. 깊은 동굴 속에서는 바람이 없다. 분명 미세한 소리는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소리에 묻혀 사는 동물만 살아간다. 바람은 자연 기운의 변화를 말한다. 변화가 없으면 바람이 없고 그 바람이 없으면 소리가 없다. 소리는 인간의 소리도 있고 대지의 소리도 있으며 하늘의 소리도 있다. 바람의 대지 즉 자연의 소리이다.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즉 변화를 알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도(道)를 깨달은 것이다. 자연의 모든 사물은 개별적인 소리를 낸다.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다.

마치 사람의 목소리가 개인별로 다르듯이 모든 자연의 사물의 소리는 다르다. 그 다름을 알고 그 속에 공통된 부분을 찾아내었다면 그게 도(道)이다. 자연의 소리의 근원을 알았다는 의미이다. 바람은 소리의 근원이고 바람의 근원은 변화다. 즉 변화가 자연의 근본적인 도(道)다. 그 변화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음양오행설이다. 즉 변화가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으로 본 것이다. 변화를 담아내는 예술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의 예술이다.

미학적으로 자연을 담아내는 예술이 많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장 근접한 예술이라고 하면 바로 대지 미술이다. 1960년대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예술이다. 영어로는 Land art, Earth work, Process art 등으로 불리지만 핵심은 그 대상이 자연이다. 즉 대지 위를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다고 보면 된다.

그 출발 이유는 전시장이라는 공간 또는 상업적 예술로서의 미술을 부정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대지를 중심으로 작업하기에 그 크기나 규모가 크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철거되거나 사라진다. 자연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 자체를 예술적 행위로 만든 것이다. 대지 미술의 작품을 거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대지 미술을 만들 때 사용한 컨셉트 도면과 사진 그리고 그때 사용했던 소품을 팔았다.

이미 대지 위에서는 사라졌지만, 그 행위를 기록한 흔적을 파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 예술품의 가치는 몇 년 만에 10배 이상이 뛰었다고 한다. 예술은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의 흔적도 의미 있게 거래가 된다는 것이다.

대지 예술이 추구한 이념은 3가지다. 첫째는 예술공간의 확장이다. 즉 과거의 캔버스 또는 특정 매질에 속해 있었던 것들을 가장 큰 자연의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둘째는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다. 자연을 예술적 공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섬을 주위를 분홍색 천으로 덮은 작업도 있고 거대한 건물을 포장지로 싼 것도 있다.

자연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대지 미술을 실현한 것이다. 셋째로는 그 행위의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행위의 기록만 남지 작품이 남는 것은 아니다. 자연이 마치 생성됐다가 소멸하듯이 그런 과정을 보며 주는 것이다. 대지 미술이 등장하면서 제기한 예술적 미학의 핵심은 자연이다.

인간의 예술적 행위가 지니는 자연에 대한 의미 행위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대괴애기(大塊噫氣)란 자연 변화의 순간을 담아내는 인간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주는 미학적 가치는 바로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의한다. 절대적인 예술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예술이란 변화이고 그 변화를 하고자 하는 인간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지 그 결과물이 아니다.

자연을 알게 되는 것도 마치 바람이 지나가면서 소리가 나서 알게 되는 것이지 그 소리를 녹음했다고 하여 그게 자연은 아니다. 바람이 지나고 나면 생명이 피어나듯이 예술적 행위가 지나고 나면 인간의 미학적 감각도 살아나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랑도 살아나게 만드는 것이 좋은 예술이다. 대괴애기(大塊噫氣)는 바로 자연 미학을 의미한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수료, 가치투자 전문 사이트인 아이투자 산업 분석 칼럼 연재(돈 버는 업종분석), 동서대학교 전 겸임교수(신발공학과 신제품 마케팅 전략 담당), 영산대학교 전 겸임교수(신제품 연구소 전담 교수), 부산 정책과제-글로벌 신발 브랜드 M&A 조사 보고서 작성 책임연구원, 2017년 상도록 출판, 2018년 대화 독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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