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90] 국립극장
[아! 대한민국-190] 국립극장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20.11.28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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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국립극장이 2020년으로 창설 70주년을 맞이했다. 지금은 여러 공연장 중의 하나로만 기억되지만, 상당한 동안에는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공연장으로 그 위상이 뚜렷했다. 

명동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국가의 중요 행사가 여기서 이루어졌으며, 이 국립극장의 무대에 서는 것은 연기인으로서 더 없는 영예요 자부심이었다. 국립극장이 처음 개관한 것은 1950년 4월29일, 부민관(현 서울특별시 의회 건물)에서였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었다. 

신생 정부가 이것저것 나라의 기틀을 잡기 위해 더 급하게 할 일이 많았던 시기에 국립극장을 먼저 설립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과 열망이 국립극장의 조기 창립을 가져왔다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선 직후부터 예술인들은 국립극장 창립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고, 그것이 1949년 1월 대통령령 제47호 국립극장 설치령으로 이어져 1년 뒤 그 결실을 본 것이다. 

개관 다음 날인 4월30일에는 초대극장장 유치진이 각본을 쓰고 허석이 연출한 ‘원술랑’이 무대에 올랐다. 당시의 서울 인구 160만명 가운데 6만여명이 ‘원술랑’을 관람했다. 두 번째 공연 ‘뇌우’ 역시 15일간 7만5천여명이 모여들 정도로 성황이었다. 당시의 배우 김동원은 “이 연극을 보지 않고는 문화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지식인의 호응이 대단했다”고 술회했다. 

개관 58일째인 6월25일, 북한이 남침,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국립극장 역시 대구 문화극장으로 피난했다. 그로부터 4년 만에 이제 본격적으로 서울 명동 시공관 건물에 터를 잡고, 한국문화 예술의 본산으로서 50~60년대 대한민국 공연의 중심 역할을 했다. 

국립극장이 자리 잡았던 시공관이 공연장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현장으로 더욱 유명해진 것은 1974년 8월15일, 8.15 기념행사 중 문세광에 의한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피격이었다. 

국립극장은 1973년, 남산 장충동으로 옮겨 새 막을 올렸다. 휘하에 있었던 국립교향악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에 이어 2010년 국립극단이 각각 독립해 나가면서 현재 국립국악관 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 3개 전속단체만 남아있다. 

국립극단은 한국이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발전을 거듭, 공연예술이 활성화되고 공연장이 다양화하면서 그 위상이 많이 축소되었고, 또 정부의 정책에 따라 부침을 겪어야 했다. 한때는 무용론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립극장은 김동원, 황정순, 최무룡, 백성희 같은 명배우를 배출했고, 차범석, 오태석 같은 극작가와 연출가를 키워냈다. 과연 한국 공연예술의 요람이자 메카였던 것이다.

최근 창립 70주년을 맞아 국립극장이 국내 대표극장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5월부터 국립창극단의‘춘향’을 시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레퍼토리로 문화 허브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국립극장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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