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食현장] 부안 채석강 바다호텔에서 열린 궁중전통음식전시회
[韓食현장] 부안 채석강 바다호텔에서 열린 궁중전통음식전시회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12.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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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한식대가 등 18명이 전시··· 전통음식의 담음새 상차림새도 너무 멋있어
문웅선 한식포럼 회장과 이성희 한식대가(오른쪽).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밑에 있다. 옛 수군(水軍)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주변의 백사장, 맑은 물과 어울려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

‘채석강’에 대한 네이버의 소개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명도 덧붙어 있다.

이곳을 찾은 것은 양평에서 열린 식공간연출 전시회를 마치고였다. 채석강 입구의 바다호텔에서 이성희 한식대가가 팀장을 맡은 궁중전통음식전시회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평에서 채석강까지는 승용차로 3시간이 걸렸다. 한때 황금빛 벼로 물들었을 들에는 이미 타작이 끝나고, 비닐로 감싼 원형 짚더미 묶음들만 빈 들판에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은 가을 끝물의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전시장은 바다호텔 1층 연회장이었다. 넓은 연회장에 둥근 테이블들이 깔려있고, 테이블마다 눈을 현란하게 하는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다.

아가위정과, 곤떡, 궁중도미전골 등 궁중음식과 대추고약편, 차수과, 조란, 율란, 강란, 흑임자다식 등 반가음식이 담음새 좋게 펼쳐져 마치 큰 잔치상을 받은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늘 전시회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습니다. 궁중요리와 반가음식 등 우리 전통음식은 담겨있는 이야기도 많고, 요리방식 등 연구해야 할 내용도 많습니다.”

이성희 한식대가가 안내를 하면서 전시음식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날 전시를 위해 팀장인 이성희 한식대가는 서울에서 내려왔고, 안옥미 한과대가는 인천에서, 황지선 한식대가는 의정부에서, 최윤교 떡대가는 광주에서, 황선주 떡대가는 순천에서, 홍영의 한식대가는 예산에서, 김미선 예비한식대가는 거창에서 부안으로 왔다고 했다.

또 서소현(화성), 최영민(성남), 원혜경(인천), 신상미(의정부), 박민영(부산), 김현주(군포), 박선정(완도), 이왕구(안동), 김주현(부안), 임주은(포항) 한식쉐프들도 이날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 참여자들은 음식을 만들고, 전시하기 위해 미리 전날부터 전시현장으로 와서 밤늦게까지 음식을 만들어 차렸다고 소개했다.

“현대식 감각으로 조리를 한 것도 있어서 돋보이네요. 이분들이 우리 전통음식과 궁중음식을 되살리고 유지하며 또 미래에 전달하려고 애쓰는 분들입니다. 제 시간 제 돈을 들여서 말이지요.”

청와대 숙수를 지낸 손성실 대한민국한식포럼 고문이 상차림들을 둘러보며 운을 뗐다.

“코로나로 정말 어려운 시기일 텐데, 이렇게 뛰어난 전시회를 만드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오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문웅선 한식포럼 회장이 이성희 팀장과 이런 얘기를 나누며, 함께 눈시울을 적시자 장내가 순식간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대학은 공대를 나왔고, 수학 선생을 하다가 음식에 눈을 떠 전념하게 됐습니다. 외갓집이 수원 가보정이라는 큰 음식점이라는 점도 제게 유전자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이성희 팀장이 우리 음식에 빠진 연유를 소개했다. 그는 조선왕조궁중음식기능보유자인 한복려와 조선왕조궁중병과기능보유자인 정길자 교수의 제자다. 궁중음식은 황혜성 교수 이후 음식과 병과 두 분야로 나뉘어 전승됐는데, 이성희 한식대가는 궁중음식체험지도사과정 및 전수과정, 궁중병과원 떡숙수, 한과숙수 자격 및 고조리서 과정까지 마쳤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시회는 우리 전통 음식의 폭과 깊이를 아는 배움의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많은 종류의 정과와 떡, 한과, 궁중 및 반가요리들이 상을 메웠고, 또 전통 주칠소반과 반상기, 도자기 등도 올라 전통상차림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호박과 복숭아 무화과 등의 모양을 낸 송편과 거북모양을 낸 떡도 만드는 정성이 듬뿍 든 것으로, 한식 후식상에 내놓기에 절묘한 작품이었다.

“우리 음식은 눈으로 봐도 아름다워요. 전통을 보존하고 살리는 데서 나아가 아름다운 담음새와 상차림새로 발전시켜 가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요.”

문웅선 대한민국 한식포럼 상임회장의 이 같은 총평을 뒤로 하면서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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