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2020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살다
[선비촌만필] 2020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살다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20.12.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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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수많은 재앙(災殃)을 극복하며 오늘의 문명사회를 일구어 온 인류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2020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야말로 교만과 탐욕으로 자연을 오염시키고 순리를 저버린 인간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년 전 ‘우한 폐렴’이라 불렸던 코로나19 공포로 시작된 2020년은 백신 접종 시작 소식과 함께 아주 특별한 연말을 맞고 있다. 서구 의료 선진국들을 차례로 초토화시키고 글로벌 분업 시스템을 마비시키더니 국가 간, 지역 간 사람들의 이동도 차단하고 고립시킨 팬데믹 사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자연의 정교한 생태 질서를 파괴한 인류를 응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집단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왔다. 인간은 만나고 소통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였기에 문명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이렇게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훼손되는 21세기 최악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맞아 인간의 일상들도 망가지고 있다. 과학의 힘을 맹신하며 자연의 섭리를 외면했던 인류 문명의 허를 찌른 바이러스의 반격이 가공할 수준이다.

최근에 개발된 백신이 접종 단계라고는 하나 팬데믹 사태는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금세기에 처음 겪어보는 재앙이다. 또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엽기적인 사건이나 기이한 현상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갭 투자’니 ‘영끌’이니 ‘동학개미’ 같은 신조어들이 이 사회의 비정상을 풍자한 은어(隱語)들이라면 이른바 ‘조국백서’라는 보고서가 화제를 모으더니 ‘조국흑서’라는 출판물이 세상에 나타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2020년에 생산된 ‘흑서(黑書)’라는 은어도 들어본 적이 없는 기발(奇拔)한 용어였다.

* 유행어가 되어버린 ‘선택적 정의’라는 용어는 무엇인가? 내가 한 건 정의이고 네가 하면 불의라는 ‘내로남불’의 또 다른 표현으로 2020년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 법을 다루는 국가기관의 수장들이 송사(訟事)로 부딪치며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풍경도 놀랍기 그지없다. ‘이것도 나라냐!’는 탄식도 흘러나온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들의 임명권자는 이 해괴한 상황을 구경꾼처럼 방치하고 있다.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 같은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가 내 편’이란 듯이···

* 與도 野도 아니고 정치에 입문조차 하지 않은 사람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차기 대선주자라는 기막힌 풍경도 가관이다. 때릴수록 강해지고 만질수록 커지며 보이지 않고도 주목받는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코로나 팬데믹 사태와 함께 이런 무협소설 같은 장면들이 15개월째 언론을 장식하면서 국민의 피로도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정직(停職)이란 징계로 이런 낯선 풍경들이 종결될 것 같지도 않다.

*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공전의 위기를 맞아 각 경제 주체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요즈음도 증권시장은 과열되어 주가는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인가 하면 부동산 시장 또한 어떤 규제에도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자랑하며 온갖 악재에도 급등세를 이어간다니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원론은 다시 써야 할 2020년이다.

* 20세기 전, 후반 역사적 사건이었던 히틀러의 ‘유겐트(Jugend)’나 모택동의 ‘홍위병’들의 난동을 연상케 하는 특정 진영 극렬지지자들의 무차별적이고도 노골적 공격 행태도 경험해 보지 못한 풍경들이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가 횡행하는 광란의 현장에서 2020년이 저물어간다.

* ‘코로나 독재’나 ‘정치방역’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세계 각처에서 코로나 방역을 빙자한 권력 남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경고였다. 선출된 권력에 의해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갖가지 사태들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 후보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당선 때보다 많은 표를 얻고도 낙선했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희한한 현상이 그 어떤 나라도 아닌 민주주의 종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2020년 겨울 풍경들이다.

* G2 간의 패권 경쟁의 승부는 쉽게 끝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하며 확전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경제나 외교뿐 아니라 무력시위까지 불사하는 초강대국의 대치가 세계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수년 전 스티븐 호킹 박사와 빌 게이츠는 인류가 직면하게 될 재앙으로 기후변화와 팬데믹을 예고했었다. 이들의 경고는 인간이 오염시킨 자연이 인간에게 보복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류가 ‘관계연결사회’를 구축하고 지혜를 모아 함께 이룩한 문명의 성과를 시샘(?)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들을 흩어놓고 고립시켜 언택트(untact)를 강요하는 ‘관계단절사회’로 퇴화시키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가 상상하기 싫은 인류의 재앙을 석학들은 이미 오래전에 경고한 것이다.

인류가 쌓아 올린 현대문명을 일거에 마비시킨 코로나바이러스가 2차, 3차 공격을 가해오자 세계인들은 당황하고 있다. 문명의 허약함에 놀라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우울한 연말연시를 맞이하고 있다. 이 또한 처음 겪어보는 망년(忘年) 풍경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21세기의 미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교만했던 인간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COVID 19 버전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첨단 디지털 문명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길 기대하지만, 인류는 좀 더 겸손하게 자연 친화적 생활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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