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세계 최대 항공기 A380
[박철성 항공칼럼] 세계 최대 항공기 A380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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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황금빛 석양 속으로 구릉의 그림자가 짙어져 밭고랑을 지듯 펼쳐졌고 들판은 오래도록 스러지지 않을 빛으로 환하게 밝았다. 이 지방에서는 기울어가는 겨울에도 하얀 눈이 남아있듯 대지의 황금빛 저녁놀이 늦도록 불타올랐다. 자연은 우리에게 형언할 수 없는 색감과 형태로 무한한 행복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주변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비바람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감으로써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심지어는 숭배하게 만들어 버리기까지 한다.”(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중에서)

지상에서와 같은 넓은 공간을 하늘에서 누리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항공기를 크고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도록 진화시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애비에이터(Aviator, 200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날개를 자랑하는 군용기 ‘Huges Aircraft Company H-4 Hercules’가 등장한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영국으로 보내는 물품, 군사 수송함들이 독일군의 유보트에 잇따라 침몰하자 미국 정부는 당시 최고의 조선업자인 헨리 카이저와 당시 최고의 비행사, 항공 기술자, 경영자, 그리고 영화감독이었던 하워드 휴즈에게 비행기 제작을 요청했다.

하워드 휴즈는 1942년 8월 세계 최대규모의 비행정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폭이 97.5m, 길이 66.6m, 높의 21.4m 크기로 디자인했다. 하지만 이 비행정이 만들어지기 전에 전쟁은 끝나버렸고 1947년 11월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H-4 Hercules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행을 했다.

AN-225 화물기는 옛 소련(현재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사가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을 실어나르기 위해 제작된 화물기다. 지금까지 단 한 대밖에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 비행기의 길이는 84m, 날개 너비는 88.4m, 높이는 18.1m다. 항공기 양쪽에 3개씩 총 6개의 엔진을 장착해 최대이륙중량이 600,000kg에 달한다.

군용기나 특수 화물기가 아닌 상업용 여객기로 제작된 최대 항공기는 A380 항공기로, 세상에 등장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A380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해는 2005년으로, 국내에서도 상영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스릴러 영화 ‘플라이트 플랜’에 등장하는 항공기는 AALTO 항공사 E-474가 A380 항공기를 모델로 삼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2층 복층형 구조, 10열 좌석의 객실구조, 미니바 등이 매우 닮았다. 공식적으로는 2007년 10월25일 세계 항공시장에 등장한 A380은 항공기 제작 역사에서 최고라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객기 사상 최대 높이(24.45m), 너비(79.75m)를 가지고 있고, 길이는 72.72m로 1층과 2층을 합치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길이의 약 1.4배에 달한다. 단일좌석으로 운영할 경우 853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으며, 1대당 가격은 5,345억(2018년 기준), 이륙중량은 575t이다.

A380의 별칭은 ‘하늘 위의 호텔’. 더블덱(Double Deck) 복층형 구조에 3-4-3(10열) 좌석 배열의 넓은 승객 좌석과 항공사에 따라 특화된 미니바, 샤워실이나 안마 좌석, 기내 면세점, 개인 사물함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었다.

에어버스사는 A380 명칭을 지을 때 더블덱(double-deck)의 가로지르는 부분이 8자 형태인 점과 아시아지역에서 8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것을 고려했다고 한다. A380 항공기는 주날개폭을 기준으로 가장 체급이 큰 F등급에 속하는 슈퍼 점보 항공기여서 운항 시 활주로의 길이, 활주로의 폭, 경제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사태로 인해 기약 없이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던 이 초대형 항공기는 지난 10월 국내 상공을 날은 적이 있다. 항공사가 인천에서 출발해 동해안과 남해안을 거쳐 한라산 백록담을 포함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던 Skyline tour 여행상품을 내놓았는데, 20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등 인기가 컸다.

여행객 중에는 다시는 이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것 같아 해외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는 이색적인 비행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A380 생산을 중단한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개인 생활과 여유시간은 늘어나지만, 여행을 떠나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 한 귀퉁이가 텅 비워진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한 조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듯이 이러한 목적지 없는 관광 비행을 통해 우리도 하늘에서 기내식을 음미하면서 지난 여행의 멋진 추억을 되살림으로써 조금이나마 여행병을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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