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외교부 “재외국민 백신 문제는 질병관리청에 물어라”
[수첩] 외교부 “재외국민 백신 문제는 질병관리청에 물어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1.01.2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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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 월드코리안신문 편집국장

- 백신을 맞은 재외국민도 한국에 올 때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나요?
“글쎄요. 저도 궁금하네요.”

-자가격리 면제가 된다면, 화이자 모더나 시노팜 등 백신 종류는 상관없나요? 백신 종류에 차별을 두게 되나요?
“글쎄요...”

-모더나, 화이자 등은 2회 접종을 해야 하는데요. 백신을 1번만 맞은 재외국민도 격리 면제가 되나요?
“이 답변은 질병관리청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알아보고 연락 드릴게요.”

1월26일 외교부 대변인실과 전화통화로 문답한 내용이다. 최근 해외에서 재외국민들이 백신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올 때 여전히 격리되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외교부 재외동포과에 그 내용을 질의했다.

하지만 외교부 재외동포과는 본지 질문에 대해 대변인실에 연락해서 물어보라고 했다. 재외동포과 관계자는 “대변인실에 문의하면 대변인실에 각각 해당 과에 연락해 답변을 보내드린다. 예컨대 백신은 재외국민보호과 소관이고 자가격리 면제는 영사서비스과 소관”이라고 안내를 했다. 재외동포과가 직접 언론에 답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교부 대변인실에 문의를 했더니 위와 같은 문답이 이뤄진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재외동포과에서 대변인실에 물으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변명을 했다.

“재외동포과가 잘못 말씀을 드린 것 같네요. 백신 관련 답변을 하는 곳은 질병관리청입니다. 재외국민 문제도 그렇죠. 질병관리청이 최신 업데이트 자료를 갖고 있어요.”

이렇게 밝힌 외교부 대변인실은 다시 몇 분 후 이렇게 확인을 해줬다.

“확인한 결과 질병관리청이 맞습니다. 참고로 백신을 맞은 재외국민도 국내 입국 시 격리를 해야 해요. 따라서 2, 3번째 질문(백신 종류, 접종 횟수)은 의미가 없게 되죠. 공식적인 답변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으시면 됩니다.”

백신을 맞아도 국내입국 시 격리를 해야 하는 게 합리적일까? 그럼 백신이 나와도 ‘격리’ 때문에 하늘길을 오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것일까?

최근 본지로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로부터 백신 관련 질문이 들어오고 있다.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한 유학생은 “오랫동안 못 만난 부모님을 뵙고 싶다. 모더나를 한 차례 맞았는데 한국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냐?”고 물었고, 중동의 한 교민은 “백신을 맞을까 고민이다. 한국 입국 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중국에 있는 한 교민은 “한국 정부가 재외국민에게도 백신을 접종해 주냐? 재외국민에 대한 백신 계획은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또 다른 중국 교민은 “중국 시노팜 백신을 맞아도 공식 백신 접종자로 인정해 주냐”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전 국민이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1월25일 대통령에게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9월까지 전 국민 70%에 대한 1차 접종을 시행한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2월부터 요양병원·시설 거주자와 고위험의료기관 종사자가 백신을 맞고, 2분기에는 65세 이상, 의료기관·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 3분기에는 만성질환자, 성인(19~64세)이 1차 접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교부 대변인실은 우리 정부의 계획을 잘 모르는 듯했다. 재외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백신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재외국민에 대한 백신 계획이 나오기 어렵지 않느냐”는 답변까지 했다.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재외국민이 귀국할 경우 격리돼야 하는가? 해외에 있는 재외국민의 백신 접종은 어떻게 되는가? 이에 대해 외교부는 잘 모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물으라고 하고 있다.

이게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하는 우리 외교부의 현주소다. 씁쓸할 따름이다. 참고로 본지는 이날 오전 11시경 중대본에 같은 질문을 하려고 전화를 했으나 중대본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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