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 하늘길 알아보기
[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 하늘길 알아보기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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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두운 새벽. 창밖으로 멀리 인천대교의 불빛이 보이고, 낯익은 풍경은 출장으로 피곤함에 지친 몸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다.

저 아래 보이는 아파트나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행복과 불행 등이 교차하면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방향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주하는 차들의 움직임 속에서 그들이 가족, 직장, 연인, 친구를 바삐 만나러 가는 각각의 역동적인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상에서처럼 하늘에도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 있을까?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가거나 어떤 목적지를 찾아갈 때 도로명이나 지도를 참고하는 것처럼 하늘에도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항로)이 존재한다.

항공기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항법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목적지와 항공기 정보를 입력하면 위치, 속도, 방향을 계산하고 지상이나 위성 GPS에서 지원되는 항법보조 시스템과 연결되어 항로를 자동적으로 알려주고 찾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는 앞차와의 일정한 수평적 거리 차이를 두고 안전주행을 하게 되지만 항공기는 수평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공간적 차이를 두고 비행을 할 수 있다.

웨이포인트(Way point)는 비행항로 상의 중요한 지점을 경도와 위도 좌표로 표시한 공간적 개념의 위치를 말하는데 조종사는 반드시 그 곳을 거쳐서 항공기를 운항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조종사와 관제사는 교신울 통해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비행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항공기 항행항로 상의 웨이포인트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정한 5개 알파벳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나라마다 특색있는 이름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ARISU(아리수), DOKDO(독도), GUKSU(국수), DASAN(다산), JINRO(진로), 일본은 RAMEN(라멘), KIRIN(기린), 미국은 SNOOPY(스누피) 등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명명되어진 것이 흥미롭다.

미국 덴버공항 Main Terminal(왼쪽), 젭슨 매뉴얼
미국 덴버공항 Main Terminal(왼쪽), 젭슨 매뉴얼

동일시간대에 항공 교통량(Air Traffic)이 특히 많은 노선인 국내의 김포–제주나 해외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노선과 같은 항로에서는 추가적으로 항공기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해 주는 공중충돌방지 시스템(ACAS)이 필요한데, 이 장치는 다가오는 항공기를 감지하여 충돌하지 않고 상, 하로 항로변경을 통해 수직적 항로 구분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럼 비행기가 다닐 수 있도록 길로 등록된 하늘의 지도는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 항행 지도는 1907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난 Elrey Borge Jeppesen에 의해서 처음 제작되었다. Jeppesen은 1928년 DH-4 비행기 조종사로서 항공측량과 항공사진사로 활동을 거쳐 1930년 Boeing Air Transport사의 항공우편물 운송을 담당하게 되면서 조종사의 안전에 항공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당시 미국 내에서 비행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들은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지상의 자동차 도로나 철로를 따라서 비행하였다. 또한, 외진 곳에서는 산이나 건물 주변 지형의 표시물(Landmark)을 보고 조종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기상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였으며,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주변에 착륙해서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는 주먹구구식의 비효율적 방법이었다.

Jeppesen은 이러한 불합리한 비행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비행 경험과 비행경로 상에 위치한 지역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항로 상에 조그마한 산이나 언덕을 넘어가는 비행이 있는 경우에는 그곳에 살고 있는 농부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기후를 반영하였다. ‘Little Black Book’으로 명명된 이 항공지도는 동료 조종사에게 배포되어 유용하게 활용되었는데,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1934년 Jeppesen & Co 회사를 설립하였고, 이후 2차 세계대전과 함께 군용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Jeppesen chart로 명명된 항공지도는 오늘날 항공사에서도 조종사들이 비행 중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매뉴얼로 알려져 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항상 순탄한 비행이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객실에서 편히 쉬는 동안에 비행기 내부에서는 항로이탈을 수정하는 수많은 작업들과 지상과의 교신들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때로는 정해진 비행항로 상에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구름을 조우하거나 천둥, 번개나 우박을 동반한 악기상이 예측될 때는 이를 피하기 위한 우회비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3차원 공간인 하늘길에서 정상 항로를 찾아가는 방식은 비행기가 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로 목표를 향해 출발하면 자동적으로 도착하는 항로비행은 아닐 것이다. 비행기가 항로를 운항하는 것처럼 우리도 중요한 단계별 기착점인 Way point를 지나쳐야 하고, 그때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적으로 수정해 가는 삶이 아닐까 한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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