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투르크 전문 국책연구기관 설립돼야”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투르크 전문 국책연구기관 설립돼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1.03.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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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투르크 국가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아”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 세울 때 한국 중앙아시아에 눈 돌려야”
터키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박사학위 받은 유일한 학자
아제르바이잔 문학연구소, 오 교수 ‘2020 최고의 학자’로 선정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는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두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일한 학자다. 1999년 터키에서 석·박사(Ph. D)를 했고, 2014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인문학 국가박사 학위(Doctor of Philology)를 취득했다.

그는 지난해 말 아제르바이잔 문학연구소로부터 ‘2020 최고의 학자’로 선정됐다. 아제르바이잔 문학연구소는 2014년부터 아제르바이잔 민족시인 니자미 겐제비(Nizami Gencevi)의 업적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매년 인문학-투르크학 분야 연구자 중에서 최고의 학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는데, 한국인인 그가 선정된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아제르바이잔 벡토르(VECTOR) 국제 학술원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벡토르 국제학술원이 한국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오 교수는 ‘투르크학’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이지만, 국내 언론·학계로부터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대학에서 전공 강의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국내 대학이 마이너분야의 학문을 하는 연구자에게 설 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풍토 때문이다.

오 교수는 “21세기 들어서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 그리고 터키까지 이어지는 투르크 언어 및 문화권 국가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투르크를 연구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 매우 예민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며, “이런 시기 한국은 오히려 중앙아시아 투르크 국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원보유국이기도 하지만,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 생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협력 채널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방안으로 ‘C5+1’을 만들고 중앙아시아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투르크 국가들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김이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오 교수의 분석이다.

오 교수는 투르크를 연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우즈베키스탄 18만, 카자흐스탄 10만 등 고려인 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고려인들은 남북한 갈등 상황에서 상당 부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오 교수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BS 테마기행에 출연한 오은경 교수
EBS 테마기행에 출연한 오은경 교수

- 소위 투르크 국가라면 어떤 국가들을 일컫는가?

“러시아에서 중국, 중앙아시아를 지나 동서양이 만나는 터키까지 하나의 벨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른바 ‘투르크 벨트’라 불리는 지역으로 터키를 비롯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연방 내 알타이 공화국, 투바 공화국, 하카스 공화국, 사하 공화국, 바슈키르 공화국, 타타르스탄 공화국 그리고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포괄한다.”

- 투르크학과가 국내 개설돼 있는가?

“아직 국내에 투르크학을 전공하는 학과는 개설돼 있지 않다. 다만, 부분적으로 개별적인 국가나 중앙아시아 지역을 전공할 수 있는 학과는 개설돼 있다. 1973년도에 한국외대에 터키어가 개설된 것이 국내 최초 뿌려진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중앙아시아어과, 부산외대 러시아·터키·중앙아시아어과, 서울대 아시아문명학부 등에서 관련 언어를 전공할 수 있다. 문제는 투르크에 대한 통합적 시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국가에 관한 연구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정상회담 시 통역을 맡았다.

- 한국의 입장에서 투르크 국가들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 국가는 주로 방대한 에너지 및 농업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으며,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투르크 지역에 관심이 점증하는 것은 이러한 경제·정치적 현황 때문만은 아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형성된 유라시아 투르크 벨트 국가들의 인문학적 유산은 ‘초국경 및 초민족적’ 정체성 형성의 근거가 되는 문화·정치적 자산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들 ‘투르크 벨트 지역 국가들’과 언어 문화적 좌표상에서 그 어떤 민족 집단보다 가까운 지점에 있어 언어 문화적 친연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들과의 문화적 상호연관성을 규명해 상호이해의 공감대를 확장하는 데에 투르크학 연구는 필수적이며, 한국문화의 원류와 실크로드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들과의 문화적 연대성을 확보함으로써,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이를 정치·경제적 교류의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

- 정치·경제적 교류의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우선, 터키를 제외한 중앙아시아 투르크 국가들은 모두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 경제협력 주요 대상국이다. 우리나라가 개척할 수 있는 마지막 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미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르크 민족이나 투르크 국가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연구가 가능한 전문가가 충분히 양성되지 못하였다. 현장에서 발로 뛸 수 있는 인재도 별로 없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 매우 예민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시기 한국은 오히려 중앙아시아 투르크 국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러시아, 중국과 팽팽한 긴장 상태가 오히려 중앙아시아 투르크 국가들 진출에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투르크 국가들은 국제무대에서 무조건 대한민국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나라들이다. 국제 정세의 흐름 상 한국이 ‘표’를 필요로 하는 그 상황에 무조건적인 내 편이 돼 줄 수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중국이 과거 사드보복과 같은 위기와 갈등 상황을 초래했을 때 투르크 국가들을 설득해 중국을 압박할 카드로 만들 수 있다.”

2019년도 5월 열린 우즈베키스탄 무형유산 바흐쉬 축제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오은경 교수를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 투르크 국가들이 공유한 특징과 서로 차별이 되는 점이 있다면?

“투르크어에는 터키어, 아제르바이잔어, 투르크멘어, 카자흐어, 우즈벡어, 키르기즈어, 알타이어, 야쿠트어, 타타르어, 바쉬키르어, 위구르어 등 다양한 언어가 속한다. 민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이다. 터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 우즈벡, 키르기즈 등 이 언어를 구사하는 민족들이 생겨났다. 이 민족들은 문화와 일정 부분 역사를 공유하면서 협력과 갈등 관계를 이루면서 지정학적, 지경학적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한 민족사를 일구어냈다. 따라서 뿌리를 공유하는 다른 민족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단순한 표현일 것 같다. 참고로 이 언어들은 모두 독자적인 민족 언어이며, 단순한 내용이 아니면 말이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터키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때 반드시 통역을 쓰지 않으면 정확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그 예이다.”

- 투르크 국가 중 한국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국가는?

“한 나라 한 나라가 모두 의미가 있고, 역할이 다르기에 모두 중요하다. 굳이 두 나라만 선택한다면 터키와 우즈베키스탄이라고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행보가 지역 안보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것은 고대부터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아시아 중심에서 우즈베키스탄은 교통과 교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실크로드 문명이 꽃을 피웠던 곳이다. 터키 또한 실크로드 종착역이기도 하고, 동서문명이 융합과 재창조가 일어난 곳이라 연구 가치가 높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이 대략 3천 3백만, 터키가 8천 5백만 인구를 가지고 있다.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총체적으로 보면 대략 2억 명 정도인데, 인구가 많고, 30대 미만이 대략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국제기구 투르크 아카데미와 MOU 체결

- 오 교수는 투르크 국가 어느 곳에서 거주 혹은 공부를 했는가?

“터키에서 석·박사(Ph. D)를 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인문학 국가박사 학위(Doctor of Philology)를 취득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받은 박사학위는 ‘Ph.D’가 아니라 “국가박사 학위(Doctor of Science)인데, 독일의 ‘하빌리타시온’과 같은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외국인이 인문학 박사학위 받은 최초의 케이스이라는데, 그 이후에도 아직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다른 투르크 국가 현지 학자들도 2%밖에는 받지 못하는 학위라서 이 학위를 받았다고 하면 모두 경외의 눈빛을 보낸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 학위에 대한 인지도가 전혀 없어서 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전혀 메리트는 없다. 현지 학자들과 제대로 경쟁하면서 인정을 받으며 공부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인데, 그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들었다. 외국 유학생활을 나이 들어서 하는 것도 고생이었지만 심사 과정을 견디지 못해 스트레스로 뇌졸중으로 쓰러지거나 포기하는 현지 학자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심사과정 자체도 힘들었다. 그 과정을 어떻게 견뎠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더구나 교수 생활을 하다가 휴직을 하고, 그간 모아두었던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모두 털어 우즈베키스탄에서 공부하는 데 탕진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무일푼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무모한 용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현지 조사 및 해외 체류 연구는 계속됐다. 방학만 되면 투르크 국가 어디론가 떠났다. 러시아 알타이 공화국, 사하 공화국, 아제르바이잔 등 현지에서 체류하면서 알타이어, 아제르바이잔어 등을 익히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현지 학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갔다. 이 모든 것은 귀중한 재산이다.”

- 올해 투르크 국가들과 한국이 수교 30년을 맞는 나라가 많은데 어떤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는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올해 독립 30주년이다. 2022년 내년이 한국과 외교 수립 30주년이다. 주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대사관과 내가 소장으로 있는 동덕여대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와는 올해 하반기 독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라별 민족시인 특별호 저널을 발간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알리셰르 나보이 특별호를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니자미 갠재비 특별호를 발간하기로 했다. 외교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정부 부처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외교수립 30주년을 모멘텀으로 주한 투르크 각국 대사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투르크 문화원’ 설립 제안이 있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정부에 전달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우즈베키스탄의 알리셰르 나보이 동상을 세우고, 타쉬켄트에는 세종대왕 동상을 설립하는 안건이 논의 중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KF 한중앙아협력포럼에서 중앙아시아 각국 근현대작가 선집 발간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투르크 국가들은 자신의 나라를 ‘시장’이 아닌 ‘문명국’으로 대우해주기를 원한다. 한국에 투르크 국가 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예술 작품들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오 교수는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번역했다.

- 투르크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조언할 게 있다면?

“투르크 국가들과 지속가능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첫째는 국책연구소 및 씽크탱크의 설립이다. 투르크 국가는 향후 한국의 대안적 시장 및 청년들이 진출할 미래이므로 해당 국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투르크 국가는 정치, 경제, 인문,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에게 절대적으로 연구 및 활용 가치가 있으므로, 본 기관에서 투르크학 연구는 물론 국가 전략과 비전 수립 및 씽크탱그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이때, 타지키스탄과 이란 등의 페르시아 문화권, 몽골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둘째는 전문가와 인재양성 방안이 시급하다. 투르크학과 개설 및 중점대학 육성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현재 한국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적교류 및 인재양성 방안은 전적으로 중앙아시아 국가 내 한국학 및 한국어 지원 혹은 현지 공무원이나 학생들을 한국에 유치해 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한국인 투르크 벨트 국가 전문가 공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중점대학을 육성하고 투르크학과 개설을 독려하는 프로젝트와 펀드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실시하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사업이 있으나 단편적으로 외국어 강좌 개설을 독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언어, 문화, 역사, 사회는 물론 물류, 경제통상, 다문화, IT, 인공지능 등 다양한 전공과 융·복합 혹은 연계전공의 형태로 학과를 개설하고 전공에 대한 전문성과 지역전문성을 겸비한 인재양성이 절박한 상황이다.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서 투르크학과 개설 관련 펀드를 조성하고, 중점대학을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 정부의 ‘투르크평의회(Turkic Council)’ 준회원국 가입이 필요하다. 투르크평의회는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협의체’이다. 2010년 설립돼 현재는 투르크국가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무역, 교통, 물류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정회원이며, 투르크메니스탄과 헝가리는 준회원국이다.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고, ‘투르크평의회’라는 협의체를 통해 투르크국가들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협력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투르크 국가들은 우리와 문화적 친연성을 갖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코카서스 지역을 포함하고 있고, 유라시아대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투르크평의회 참여를 통해 우리기업 진출 확대 등 경제·문화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기회를 적극 모색함으로써 유라시아 대륙과의 네트워크 완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는, 투르크 국가들은 아직은 대부분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장애와 애로가 많은 나라로 기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B2B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정부의 협조와 도움이 없이는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의 문제를 수시로 컨설팅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 ‘투르크국가 경제협력 센터(가칭)’ 특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단, 이 기구는 투르크 각 나라에 동일하게 설치돼야 하며, 총리까지 연결 채널이 확보될 수 있도록 조직화돼야 한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 오 교수 개인 약력을 적어 달라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키 하제테페 대학교에서 터키문학과 비교문학으로 석사와 문학박사(Ph. D)학위를 받았다(1999).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박사후 과정(Post-doc)을 마쳤으며(2000-2001), 우즈베키스탄 국립학술원에서 우즈베크 구비문학과 민속학, 비교문학으로 우즈베키스탄 최초로 인문학 국가 박사학위(Doctor of Philology, professor 학위)를 취득했다(2013). 우즈베키스탄 학술원 회원이며(2017), 아제르바이잔 작가동맹 명예회원이다(2018). 아제르바이잔 Vector 학술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라시아언론재단에서는 ‘문화대사 상’(2020)을, 아제르바이잔 국립학술원 문학연구소에는 ‘최고의 학자 상(2020)’을 받았다. 주요 경력으로는 문화방송 MBC 터키 통신원, 터키 국립 앙카라 대학교 외국인 전임 교수, 우즈베키스탄 니자미 사범대학교 한국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동덕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동시에 UNESCO Category 2기관인 아태무형문화센터 자문위원,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 외에 대통령 직속기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KF 한·중앙아협력포럼, 법무부 난민위원회, 서울시 도시외교 및 다문화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영어, 터키어, 우즈벡어, 러시아어로 발표한 150여편이 넘는 논문과 칼럼 그리고 40권 정도의 저서가 있다.”

- 가장 보람 있던 일

“우즈베키스탄 2018년 8월 우즈벡 정부 초청으로 학술대회 참석차 방문했을 때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서 내게 따로 선물을 보내주셨다. 2019년도 5월에는 유네스코와 우즈베키스탄 문화부 초청으로 우즈베키스탄 무형유산 바흐쉬(Baxsh) 축제와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80개국 대표 귀빈들이 참석한 큰 개막식 행사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서 내 이름을 호명하시면서 감사를 표하시며 연설을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놀라움이 컸고, 감동적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정말 힘들게 공부했어도 한국에서는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께서 알아주시니 정말 보람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2021년 초 아제르바이잔 Vector 학술원에서 내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이다. 평소 Vector 학술원과는 아무 연고도 없고, 네트워크가 없었다. 그런데도 나의 연구업적과 학술활동을 검토하고 명예박사 학위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역대 이 기관에서 명예박사를 받은 분들 명단을 보니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터키의 쉴레이만 데미렐 대통령, 대문호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같은 분들이었다. 내가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어로 최초 번역했고 한국에 소개된 민족시인 배흐티야르 와합자대도 명단에 있었다. 이런 분들과 함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 번째는 동덕여대에 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를 설치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15억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다양한 연구 및 학술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투르크학을 연구하는 후학들도 많지 않지만, 공부를 마치고 나서도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아예 학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처절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기 때문에 후학들에게 기반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을 느낀다. 더구나 이 연구소는 국내 최초이며, 유일한 ‘투르크학’ 연구소이다. 국내외 학자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 또한 연구소를 기반으로 투르크학 대중화를 위해 터키어·우즈벡어 강좌, 콜로키엄, 전문가 특강,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콜로키엄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전주,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찾아오셨다. 숨어서 외롭게 투르크 연구를 하던 대학원생들이 찾아와 모이기도 했다. 오갈 데 없는 석박사생들에게 둥지가 돼주고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연대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연구소 설립 과정과 펀드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정말 피와 땀을 갈아 넣어가며 애를 썼는데 한국에 투르크학 연구소가 존재하고, 국내외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다만 한 가지, 은퇴하기 전에 한국에 이런 나의 체험과 축적된 연구결과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후학을 양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 투르크평의회 초청됐다.

- 가장 어려운 일은?

“투르크학을 연구하면서 힘든 점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가 미국 및 서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하지만 4강 외교 대상국에 국한된다. 나머지 국가들은 한 번 정도 관광을 다녀올 정도의 의미나 가치가 있다고만 여길 뿐 그 이상의 관심은 갖지 않는다. 이러한 치우친 세계관으로 인해서 다양성의 가치는 훼손되고 있다. 또한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과 부딪히고 맞서 싸우면서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일을 추진해도 단계마다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두 번째는 투르크 국가들은 대부분 굳건한 가부장적 국가이고, 우리나라도 역시 만만치 않은 남성중심 국가이다. 현재는 상황이 무척 달라지기는 했지만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너무도 많았다. 젊은 시절에는 ‘연구자’가 아닌 ‘젊은 여성’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불편함이 컸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드니 이 문제에서 어느 정도는 놓여날 수 있게 돼 홀가분하기도 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전공을 살려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난관과 역경 속에 늘 응원과 관심으로 길을 열어주셨던 분들도 적지 않다.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주었다. 우리 모두 다함께 행복한 세상, 다양성과 상호공존이 가능한 세상, 그러한 세상으로 가는 작은 변화의 바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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