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완장’ 찬 ‘고을 원님’인가
[취재수첩]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완장’ 찬 ‘고을 원님’인가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1.04.12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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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기사는 심의대상 아니라고 적시해놓고도, 언론사에 막무가내로 해명 요청해

다음은 방송통신심의의원회 권리침해대응팀 J모 과장과의 대화다.

- 본지 기사에 대해 “권리침해(명예훼손)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언론사 기사에 대해서도 심의하나?
“그렇다.”
- 언론사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하지 않나?
“우리도 한다.”
- 귀측은 이메일에서 본지 기사 세 건을 달랑 링크해놓고, 1주일 내에 이 내용에 대해 해명하라고 보내왔다. 언론중재위에서는 신청인 측이 주장하는 자료를 보내주면서 중재 일정을 알려온다. 귀측의 이메일만 보면 어떤 내용을 어떻게 해명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점은 죄송하다.”
- 본지 기사의 어떤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 했는지 보내주겠다는 말인가?
“그렇다. 문제 제기한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이메일로 보내겠다. 답변할 기간도 연장해주겠다.”
- 언론중재위에서는 현직 판사도 출석해서 중재한다. 방송통신심의위 심의에는 현직 판사도 참여하는가?
“아니다. 판사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런 대화를 한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대응팀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받았을 때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침해대응팀입니다. 귀 사이트의 게시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는 취지의 ‘권리침해(명예훼손)’ 신고가 접수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본 메일은 심의에 공평을 기하고자 심의에 착수하기 전에 게시자 측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하여 발송된 것으로, 게시물의 정당성을 증명할 의견이나 입증자료 등이 있으신 경우 아래의 이메일 또는 주소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이 이메일은 “아울러,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시는 경우 심의가 진행되지 않고 ‘각하’로 종결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덧붙여, 게시물을 삭제하면 번거롭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암시했다.

이런 통화를 한 덕분인지 며칠 후 다시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이메일이 왔다. 신청인의 주장을 극히 개략적으로 정리한 내용도 덧붙은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은 이와 함께 “▶심의 사유: 권리침해(명예훼손) ▶신고 요지: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 ▶소명자료 제출기일: 2021. 5. 14 ▶ 소명자료 제출방법: sxxxx@kocsc.or.kr  (문의전화: (02) 3219-5342”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내용을 소명하고자 자료를 찾으면서도 내내 궁금한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제부터 언론사의 기사를 심의하기 시작했는지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찾아 위원회의 활동과 권리침해 심의에 대한 부분을 살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권리침해와 관련한 부분은 ‘권익보호국’이 맡아 하고 있었고, 첫머리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 또는 모욕하거나 초상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보에 대해 피해 당사자 및 그 대리인의 신청에 의해 해당 정보를 심의하여 삭제,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심의대상으로 “1. 개인정보 유포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현저한 내용의 정보 2.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사진, 영상 등을 게재하여 타인의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의 정보 3.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라는 내용을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그 하단에 ‘유의사항’도 적어놓았다. “아래에 해당하는 정보는 권리침해정보 심의대상이 되지 않습니다”라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닌 것을 적시해 놓은 것이다. 거기에는 “▲공개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정보(주고받은 이메일 등 )▲지속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정보(게임, 메신저상의 채팅 등)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방송, 신문,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등)”라고 적혀있었다.

언론사의 언론 보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대상으로 하지 않는 것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기사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중재가 불성립하면 검찰이나 경찰에 제소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예훼손를 형사법정에서 다루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조사를 해준다. 여기서 혐의가 없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람이 도리어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이 또한 형사법정에서 다룬다.

그런데 왜 언론사 기사를 느닷없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겠다고 할까? 언론사 기사는 심의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는데도 심의를 자의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언제부터 이처럼 ‘완장 찬 고을원님‘이 돼, 언론사를 상대로 이메일로 ‘기사에 대해 해명하라’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을까?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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